의뢰 1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 중의 하나이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매혹적인 사람인 馬脚님의 글입니다. 아래는 허락 멜이고.. ========================================================= 라.. .흘흘흘.. ..길어서 퍼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 후후훗.. 알아서 잘 퍼다 날라주심 馬脚으로써는 황공무지로 할 따름이오.. . 후후.. 야스마리상, 황감하오. ========================================================== 감상은 馬脚님께 보내 주세요. 많이. 馬脚님 멜 주소는 : cloven_hoof@hanmail.net입니다. 안녕하세요? 馬脚입니다. 왠지... ...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 뵙는 듯한 느낌이... 웅... 그렇군요. .. 유령생활이 몸에 익어서... 'ㅅ' 호호홋. 긁적. 한동안 퍼질러져 있다가, 사부작사부작 써내려가기 시작한 글입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지고 있어서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는 요즘입니다만... 음..긴 글은 역시 어렵군요... 헐떡. 생각이 날 때마다 파드득거리며 써내려가는 스타일입니다만, (아니군..겨우 글 두 편에 '스타일'씩이나 생겼을리 없군요. T.Ta) 어째 이번 글은 아주아주아주 느긋하게 써가고 있습니다. 당삼. 글의 스타일도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커피라도 마시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괜찮겠군요. 어쨌거나 매번 포스트 해놓고 후회하는 이 짓을 왜 또 시작하는지 모르고 또다시 시작하는 馬脚인 것입니당. 참, 가끔씩 음악이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피커 틀어놓고 계시다 놀라는 분 없으시길. . 후후. (가끔입니다. 가/끔/) =-=-=-=-=-=-=-=-=-=-=-=-=-=-=-=-=-=-=-=-=-=-=-=-=-=-=-=-=-=-=-= 1. The Calling --------------- by Santana "We-hell-i see them every night in tight blue jeans - In the pages of a blue boy magazine Hey i've been thinking of a new sensation I'm picking up - good vibration - Oop - she bop -" 방안 가득 신디 로퍼의 노래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She bop-he bop-a-we-bop - " 그 노래의 후렴구를 한 사람이 조그맣게 따라 부른다. 표정 없는 얼굴. 한 손에는 얼음이 반쯤 녹아가는 위스키 잔을 들고 있다.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도 전혀 감흥이 없는 얼굴. "Hey, hey they say i better get a chaperone Because i can't stop messin' with the danger zone No i won't worry, and i wont fret- Ain't no law against it yet- Oop-she bop-she bop- She bop-he bop-a-we-bop........." "따르릉..따르릉..." 한창 로퍼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을 때였다. 방 한 구석에 있던 전화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린 것은. 남자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바라보기만 할 뿐 일어나서 전화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화가 끊기기를... ...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르릉...따르릉......" 벌써 15번째 벨이다.. 끊기지 않는다. "휴..." 남자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섰다. 천천히 전화기로 걸어가 손을 뻗는다. "카일린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어딘지 성급할 듯한 느낌의 목소리다. "... ... ..." 전화를 받은 남자는 잠깐 동안 말이 없다. 수화기를 귀에서 떼고 잠시 수화기를 노려본다. "카일리! 듣고 있나?" 다시 전화기 저 쪽에서 다른 남자의 성마른 음성이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쪽이 입을 열었다.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전화 받았습니다." 냉랭한 목소리, 목소리의 톤이나 감정은 배제된 지극히 냉랭한 목소리. "카일리, 자네 전화 받지 않는 버릇 좀 고쳐! 아니면 자동 응답기라도 마련하라구! 도대체가..신호가 15번 울리기 전까진 도통 전화 받을 생각을 안하니...자네 정말..." "팀리더 넘버 식스, 용건이 있으십니까?" 전화를 받은 남자는 상대편의 말이 주절주절 길어지기 시작하자 말을 중도에서 끊어 버렸다. "젠장, 카일리 자네..꼭 그렇게.." "팀리더님, 에이전트의 사적인 이름을 부르는 것은 삼가 주십시오." "알았어, 알았다구! 냉정한 녀석! 살다 살다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다, 정말.. ..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 의뢰다." "장소와 시간은...?" 수화기 저쪽에서 뭐라고 말을 한다. 한참을 듣고 있던 남자는 위스키 잔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전화기 옆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를 들여다 본다. 컴퓨터의 액정이 바쁘게 글자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입금 확인 완료... 시간은 팔월 공오일 일십칠시 정각. 장소는 스퀘어 파크 내 커피 하우스 비손.. 의뢰인은 로이스 헉슬리. 상대방은 이안 크로이첼. 남성. 직업은 기자... ... 정확합니까?... ...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 의뢰를 접수합니다.." 카일리는 말을 마치자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의뢰다. 馬脚님 멜 주소는 : cloven_hoof@hanmail.net ==================================================== 2. Waiting On --------------- by Northern Uproan 스퀘어 파크 내 커피하우스 비손. 카일리는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상대방'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 앞에 놓인 모카커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카일리는 처음 한 모금만을 마셨을 뿐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늦는군..." 카일리가 이마 위로 늘어진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똑똑하고 두드렸다. 신경질적인 여윈 손놀림. 카일리가 앉은 테이블은 창가 쪽 후미진 자리라 웨이터나 다른 손님들이 별로 드나들지 않는다. 그런 장소를 고르는 것도 에이전트로써의 능력 중 하나다. 쓸데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카일리는 다시 한번 테이블을 똑똑하고 두드렸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그의 검은 머리가 반짝 윤기를 뿌렸다. 그때였다. 문 쪽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5시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요. 로이스 헉슬리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을 겁니다." 리셉셔니스트가 부지런히 예약 장부를 뒤집더니 손으로 한 곳을 짚어낸다. "예,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이안이 중얼거렸다. "벌써 와 있다구...? 오늘 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잠시 후 이안은 안내된 테이블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저절로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인영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가무잡잡한 갈색의 피부. 어깨까지 찰랑이는 새까만 단발머리. 이안은 급하게 돌아서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리셉셔니스트에게 소리쳤다. "이봐, 잘못 안내한 것 같은데. 난 로이스 헉슬리를 만나러 왔다구!" "이안 크로이첼씨?" 굉장히 허스키한 목소리가 물어온다. 이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만..." "잘못 찾으신 게 아닙니다. 저는 페어웰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 로이스 헉슬리양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카일리가 손을 끄덕여 리셉셔니스트에게 가도 좋다는 표시를 한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이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카일리가 권해주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당신...뭐..라고... 했지?" 이안이 다시 되묻자 카일리는 이안에게 생긋 웃음을 지었다. "페어웰 에이전트. 헉슬리양 대신에 당신에게 이별을 고하러 왔습니다." 3. Goodbye Stranger --------------- by Aimee Mann 이안은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런 이안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일리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이해를 위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페어웰 에이전트란 건..." "바보같은 인간들의 이별을 대신 고해주는 사람이지." 이안이 카일리의 말을 중간에서 받아 중얼거렸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 .... ... " 이안은 주머니 안쪽에서 담배를 찾아 불을 붙였다. 석달째 끊어오던 담배였는데 오늘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지... " 후-- 담배연기가 카일리와 이안의 사이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그럼. 더 잘됐군요. 일하기가 더 수월해졌습니다. 이안 크로아첼씨. 로이스 헉슬리 양의 말을 전합니다. <안녕. 이안. 당신 지금 좀 놀라고 있겠군요. 하긴 놀라기도 했겠지. 나같은 여자가 대단하신 이안씨를 차버리다니 상상도 못했겠죠?...>" 카일리는 책을 읽듯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 당신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알아요. 알아. 내가 더 좋아했지... 빌어먹을 인간! 당신이 날 차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차버리는 거야. 어때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나요? ... ... 당신의 얼굴을 보며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용기는 없네요. 그런데 참, 세상에는 참 좋은 시스템들이 있어요... 페어웰 에이전트라는... ... 그들이라면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 모두 해줄 수 있겠죠..? 알고 있냐요? 이곳.. 당신과 처음 만났던 장소인데... 뭐, 이제는 별 의미 없겠죠...지금 듣고 있는 거죠, 이안? 당신과 나는 끝났어. 헤어지자구요. 그럼 안녕. 이안. 안녕>... ..." 이안을 얼굴을 찌푸리며 카일리의 음성을 듣고만 있었다. "... ... 라고 로이스 헉슬리 양이 전해 달라는군요. 크로이첼 씨?" 카일리는 슬쩍 이안의 표정을 살폈다. 이 정도 쯤에서 반응이 나와야... 이안의 입술이 실룩실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핫. 페어웰 에이전트라고? " "... ..." "하하..하하핫... 로이스. 그 멍청한 여자다워. 하...자신의 입으로 헤어지자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거겠지... 하하하하핫..." 이안의 웃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카일리는 그런 이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흔하진 않지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가끔 있다... 의뢰 완료다. 단 한가지만 빼고... "저...크로이첼씨...?" "하...하...핫....음...큭...., 무슨 일이오...크흣...아, 미안... ...너무...우스워서... 하하핫..." 이안은 웃음이 새어나오는 얼굴로 카일리를 바라보았다. "아직..하나 더 할 일이..." "큭....해...무슨 말이든지...큭큭......로이스는 언제나 말이 많았지... ...푸핫..." 이안은 이제 웃다못해 눈물까지 찔끔찔끔 흘리고 있다. 카일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주춤 이안에게 다가갔다. 아직 이런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어쨌거나 의뢰의 일부인 것이다. 선금을 받은 이상 의뢰받은 대로 이행하는 것이 프로로서의 자세다. 카일리는 이안의 무릎에 살짝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크다... 크로이첼이라는 이 사람... 마주 앉아있을 때도 큰 키라고 느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굉장한 장신이다... 물론 동양계인 자신의 키가 단촐한 까닭도 있지만, 이쪽은... ... 압도적이다... 이안은 웃음을 멈추고 놀라 카일리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카일리의 붉은 입술이 다가온 것은. 카일리는 이안의 목에 손을 두르고 이안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이안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해주세요>" 로이스라는 의뢰인의 마지막 주문이었다. 젠장. 정말로 주책없는 여자임에 틀림없다. 어쨌거나 의뢰는 의뢰. 카일리는 서둘러 입술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이스양은 마지막 키스 1회를 의뢰했습니다. 그럼." 오늘도 깔끔하게 한 건 끝냈다. 4. Shame --------------- by Smashing Pumpkins 순간이었다. "읍"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고개를 받쳐왔다.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의 입술위로 부딪혀 온다. 카일리는 얼굴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친녀석. 무슨짓이야...하지만 이안의 손은 카일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거세게 입술을 부딪혀 온다. 카일리와 이안의 이빨이 서로 부딪히고 이안의 혀가 카일리의 입속으로 들어와 혀를 감아댔다. 침과 침이 섞이자 씁쓸한 담배 맛이 전해져왔다. 숨이 턱턱 막혔다. 카일리는 이안을 밀어내려고 버둥대기 시작했다. 미친 자식. 입떼지 못해! ...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입이 막혀 있어 소리는 지르지 못했다. 이안은 카일리가 버둥댈 수록 더욱 세게 카일리의 머리를 잡아왔다. 한 손으로는 등을 슬슬 쓰다듬는다. 순간이었다. 집요하게 카일리의 혀를 희롱하던 이안의 입술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자신이 뒤로 눕혀진다고 카일리가 느낀 것은. 카일리는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가 핑핑 돈다. 산소...산소가 필요했다.. 딱딱한 테이블이 카일리의 등에 닿았다. 급히 몸을 일으키려던 카일리는 자신을 덮쳐오는 이안에 의해 다시 거칠게 테이블로 눕혀 졌다. 카일리와 이안의 눈이 마주쳤다. 씨익-- 이안이 카일리를 보며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카일리는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이안의 가슴을 밀쳐내려고 버둥버둥거리며 이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ㅂ...ㅣ.....ㅋ....ㅕ....." 카일리의 입술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이안은 카일리의 입가로 자신의 귀를 가져갔다. "...비..켜...주시지요... 이..개자식아.... ...." 카일리가 이안의 귀에 대고 조용히 으르렁거렸다. 어떻게든 조용히 이 녀석을 해결하고 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말썽이 한번 나기 시작하면 페어웰 에이전트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이안이 다시 카일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그도 입을 열었다. "싫은데... 로이스랑은 한번 키스하면 끝까지 갔었다구." 낮은 목소리.. 머릿속이 웅웅거리며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일리가 그렇게 잠시 멍하게 있는 동안 이안이 다시 입술을 덮쳐왔다. 이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아... 카일리는 이빨을 악물었다... ... 의뢰만 아니었어도..너같은 녀석... 이안은 능숙하게 카일리의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시, 싫어... 카일리는 손을 위로 뻗었다. 조금만 뻗치면 저기... 크리스탈 재떨이가 손에 잡힐 듯도 한데... 그러는 사이 이안은 입술을 점점 옮겨 카일리의 목덜미 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안이 한손으로 카일리의 셔츠 단추를 풀어 내리려 하자 카일리는 급하게 이안의 손을 잡았다. 또 다시 눈동자와 눈동자가 얽혔다. 이안의 입술이 다시 한번 호를 그렸다. 그러더니 "투둑.." 급하게 카일리의 셔츠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카일리의 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이안은 카일리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는 혀로 살짝 카일리의 귀 뒷쪽을 핧아왔다. "으읏.." 카일리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소름이 돋아온다...도저히...참을 수가 없다... 의뢰고 뭐고... ... 계속 이안의 밑에 깔려 버둥대던 카일리의 손에 드디어 크리스탈 재떨이가 닿았다. 생각할 것도 없이 카일리는 눈을 질끈 감고 이안의 뒷통수를 향해 재떨이를 휘둘렀다. "퍽"... ... 소리가 났... ... 어야 했다. ... 그런데 안났다.... ... 이안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재떨이를 한손으로 막고 있는 이안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조롱하는 듯한 웃음. 카일리는 차오르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의뢰고 뭐고 이젠 이판사판이다. "개새끼! 죽여버릴 테다!" 카일리의 목소리가 카랑카랑 울렸다. 스르륵. 이안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아주 여유있게 몸을 일으킨 이안은 자신의 브리프 케이스를 주워 들고는 멍한 상태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카일리에게 말했다. "죽일 것까진 없잖아... 그럼.. 오늘 이별은... 즐거웠네...아쉽지만...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큭.." 그러더니 카일리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몸을 돌려서는 출구를 향했다. 멍해 있던 카일리는 그의 구둣발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추스렸다. 커피 테이블에 엎어져서 강제로 키스를 당하다니... 최악이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웨이터의 발소리에 카일리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토할 것만 같았다. 또르르... 그가 몸을 일으키자 떨어져 나갔던 셔츠 단추 두개가 소리를 내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녀석이 깨문 목덜미가 따끔따금거렸다. 개자식... 아끼는 옷인데... 아직도 입속에서 녀석의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 카일리는 식어 버린 커피잔을 집어 들고 단숨에 차가운 커피를들이켰다. 토할 것 같다... 이런 일을 당하다니... 페어웰 에이전트로서의 수치다... ... 안녕하세요? 馬脚입니다. 최근 들어 80년대 꿍짝꿍짝 팝송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후훗, 왕년의 마돈나와 신디로퍼의 세계죠. 오랜만에 들으니 이것도 꽤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 이번 편의 제목인 She Bop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왁스가 "오빠"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여 크게 히트한 곡입니다. 가끔 번안곡이라고 소개가 나오지만 큭..번안곡? 잡지 속의 남자 사진을 보며 자위한다는 내용의 노래가 과연 우리나라에 번안될 수 있을 것인가???큭ㅋ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후후후.. 어쨌거나 아침부터 She Bop을 들었더니 신나는 군요.^^ "She bop-he bop-a-we-bop - " 아~ 일센치 두께로 마스카라질을 하고 싶은 날입니다. =-=-=-=-=-=-=-=-=-=-=-=-=-=-=-=-=-=-=-=-=-=-=-=-=-= 5. She Bop --------------- by Cindy Lauper "휴~" 카일리는 털썩 쇼파위로 몸을 던졌다. 피곤하다... ... 오늘은 여느 때보다 일이 고달팠다. 카일리는 아까의 일이 생각났었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 그렇게 울고 불고 난리를 칠 줄이야...' 오늘은 어떤 남자의 의뢰를 받고 이별을 고하러 갔었다. 상대방은 17세 정도의 소년이었다. 생각보다 어린 소년...이라는 것이 약간 의외였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카일리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별을 고했다. 의뢰인이 사실은 부인이 있는 남자였다는 것. 세상의 이목이 두려우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소년이 소리를 내어 펑펑 울어버린 것이었다. 카일리는 침착하게 소년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했다. 에이전트 매뉴얼에 있는 '사후대처법' 이다. 그런데 감정이 격해진 소년은 옆에 있던 술병을 깨어 들고 카일리에게 덤벼 들었다. 감정 전이... 카일리는 가볍게 몸을 피하며 소년의 뒷목을 쳐 기절시켰다. 역시 에이전트 매뉴얼에 있는 '위기관리법' 대로다. 페어웰 에이전트에게 있어 그러한 일은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 "휴-" 카일리는 다시 한번 얼굴을 찌푸렸다.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피곤한 것이다. 이런 날은 위스키를 한잔 마시고 푹 자는 것이 상책이다. 당분간 의뢰받는 양을 좀 줄이라고 팀리더에게 일러야 겠다... 카일리가 갈색으로 찰랑이는 위스키잔을 들고 침대에 엉덩이를 걸쳤을 때였다.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 ... ... " 카일리는 가만히 전화기를 노려 보았다. 팀리더일 리는 없다. 그는 카일리가 9시 이후에 전화받는 일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르릉...따르릉..." 15번... ...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은 줄기차게 울려댔다. 카일리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예... 에이전트 넘버.." "카일리 워氏? 여자의 목소리다. 굉장히... ... 끈끈하고... 섹시한... 목소리. 카일리의 손이 어느새 미간을 문질렀다. 누군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의 습관이다. 자신에게 전화를 할 만한 사람 중에는 이런 목소리의 여자는 없었다. 아니,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팀리더를 제외하고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당신 누구지...?" "콜 넘버 나인틴. 의뢰를 받았거든요. 지금 시간 있으세요..카일리...?" "코,콜 넘버 나인틴?" 카일리는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신종 장난전화인가? "네... ... 의뢰인이 말하길... 하악.... 당신과... 폰 섹스를.... 하읏... 준비.되셨나요...?" "에..엣?" 여자의 끈적한 신음소리가 귓가에 달라붙었다. 카일리는 당황하여 위스키를 잠옷 위에 엎지르고 말았다. "제,젠장!" 카일리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카일리氏? 카일리氏?" 수화기 너머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저....그러니까... 전화는 감사한데... 그..그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포,폰 섹스는 한 걸로 합시다... 돈은 당신이 가지고..그럼 됐죠?" 카일리는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다. 세상에... 폰 섹스라니... 순간 여자가 소리쳤다. "끊지 말아요!" 카일리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손을 움찔 했다. 여자가 말을 이었다. 아까의 색기어린 목소리가 아니라 화가 난 목소리였다. "내가 맘에 들지 않나요? 그럼 다른 콜 넘버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당황한 쪽은 카일리였다. 카일리는 여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급하게 말했다. "포,폰 섹스라니...어..어색해서..." "나, 이래도 프로라구요. 그러니 의뢰를 받은 이상 당신을 사정시키기 전까진 전화를 끊을 수 없어요. 제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구요." "에...에엣...그게....그게..." 카일리는 수화기를 들고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냥 잠을 자고 싶었는데... 이게...이게...무슨 날벼락이야... 카일리가 전화를 끊지 못한 것은 그놈의 '의뢰'라는 말 때문이었다. 에이전트로써 그녀에게 있어 '의뢰'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전화를 끊어 버리면 그녀의 자존심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일리氏, 괜찮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흘러나오자 카일리는 수화기를 꽉 움켜쥐었다. 젠장.. "예... 젠장... 그..그러니까... 좋아요...하죠...단..." "아음...카일리 자기... 뭐든지... 말해요...으음~" 여자의 목소리가 180도 달라졌다. 또 끈적한 목소리 버전이다. 놀라운... ... 프로정신...이라고나 할까... 카일리는 남은 위스키를 홀짝 삼켜 버렸다. 이럴 때는 제 정신이 아닌게 상책이다. "절대... 내 이름... 부르지 말 것... 달링, 자기, 아무거나 좋으니까 이름은 부르지 마..." "아읏.... 자기... 특이한 사람이네... 아읏.... 나는...특이한...핫.... 사람이... 너무.... 좋아.... 자기..내 말 듣고 있어....? 하읏... 나..지금... 자기 생각하면서.... ... 다리를 벌리고 있는데...아읏...보..고 있어...? 한쪽 다리는 눕히고...으음... 오른 다리는...으음... 세우고.... ..." 카일리는 수화기를 어깨와 머리 사이에 낀 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웠다. 카일리의 손이 매끈한 자신의 파자마의 단추를 끌렀다. "아읏... 자기 .... 눈 감아봐... 날 상상해봐... 나... 은발 머리에... 가슴이...... 커요...아읏.... 지금....하읏..... 자기의 가슴에 입술을 대고... 핫... 빨아주고 있어... 학... 자기가슴... 읏.... 맛있어... 흡..." 카일리의 가늘고 여린 손가락이 자신의 젖꼭지 위로 올라갔다. 카일리는 두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젖꼭지를 끼우고 천천히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읍... 흡... 자기... 맛있어...할짝... ..." "으...음...." 카일리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카일리는 자신의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매끈하고 야들야들한 가슴. "자기 가슴... ..할짝.... 배...아읏.....배꼽.... ..아읏.... 자기... 내가...자기... 거기... ... ... 아앙.... 흡... " 카일리의 허리가 움찔하고 튀어 올랐다. 카일리의 분신이 슬슬 성을 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카일리는 다리를 움직여 파자마를 둘둘 말아 내렸다. 이윽고 카일리의 손이 브리프 속으로 들어갔다. 카일리는 자신의 분신을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흡.... 흡... 할짝.... 자기 것...맛있어..." 수화기에서 나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달라 붙었다. "아....아...읏...." 카일리의 꼭 감은 두눈이,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카일리의 얼굴이 홍조를 띄었다. 카일리는 더욱 빠르게 자신의 분신을 아래위로 쓰다듬었다. "자기... 아읏... 이제... 내 속으로 들어와.... 아...음....그래....아....들...어...왔어... 아읏... 자기... 내것... 느껴?... 따뜻한 내것...느껴...? 꽉 ..아읏... 꽉 조이지.. 으음...?" "음...으음.... 좋아... 아...음..." 카일리는 정신없이 한손으로 자신의 분신을 자극하며 한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쓸었다. 단단하게 솟은 가슴이 더욱 자극적이었다. "자기,,아읏... 자기... 나... 갈 것같아... 자기, 아윽... 준비 됐어..? 아읏..."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이제....." 카일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쥐어짜듯 말했다. 카일리도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싸... 자기...내안에... 아읏... 자기 것... 좋아...아..자기....나..." "아...음... 더는... 아.. 못참아..." 카일리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읍..." 따뜻한 정액이 카일리의 손에 분출되었다. "으...음...." 카일리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온몸에 힘이 풀렸다. "... ... ... " 수화기 저쪽에서는 말이 없다. 미쳤어... 폰 섹스라니...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카일리는 손을 뻗어 크리넥스를 뽑아내어 손을 닦았다. 쓴웃음이 났다. 나... 욕구불만 이었나...? "자기... 느꼈어...?" 수화기 저쪽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아... 음... 예... 고,고마워요..." 카일리가 겸연쩍게 대답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까르르르르... 자기 순진해.. 나도 좋았어요. 그럼 다음에도 날 찾아줘요. 여기는 xxx-xxxx. 콜 넘버 나인틴이예요. 기억해요 자기~" "아..예..." 카일리가 어정쩡하게 대답하는 순간 "뚜-" 전화가 끊어졌다. 카일리는 뒤로 털썩 몸을 던졌다. 얼굴이 저절로 화르르 달아올랐다. 미쳤어... 세상에...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폰 섹스라니... 세상에... 카일리는 얼굴을 붉히며 차갑고 매끈매끈한 침대 시트로 파고 들었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누가... ... 의뢰한 거지...?'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 팀리더.... ...? 이... 주책바가지 영감탱이... 무슨 짓을 한거야? 대체...내일 따져 줄테다...젠장............ 6. Today Was a Good Day --------------- by Third Eye Blind 따가운 햇살이 얼굴 위로 쏟아졌다. 이 햇살이 좋아 에이전트의 월급만으로는 조금 무리다 싶은 이 빌딩에 아파트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햇살이 ... ... 따가워... ... 카일리는 매끈매끈한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조금.... 조금만 더... ... ... 알몸에 닿는 부드러운 이 감촉이 좋다... ... 하지만 카일리의 이 평화로운 아침을 깨우는 침입자가 있었으니 ... ... 집요한 전화벨이었다. "따르릉...따르릉.... ... ... " "...시....끄....러..... .... ...닥...쳐...." 카일리는 베개를 머리 밑에서 꺼내어 얼굴위로 눌러 썼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따르릉.... ... " "... ... ... ... " "따르릉... ...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따르릉....." "... .... .... ... 씨... ...발... ..." "퍼억!" 흰 베개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은 카일리... ... 의 떡진 머리... 충혈된 눈... 카일리는 전화기를 무슨 원수라도 되는 듯 노려보며 몸을 일으켰다. "... ... ... 씨... ... 어제... 힘을 써서(!)... ... 피곤하단.... 말이야... ... ..." 싸늘한 공기가 카일리의 드러난 몸을 감싸자 카일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시트를 몸에 돌돌 말았다. 비몽사몽 전화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카일리. "따르릉....따르릉....따르릉.... ... " 전화는 카일리와 무슨 원수라도 진 것처럼 울려 대고 있었다. 카일리는 신경질적으로 수화기에 손을 얹었다. 순간... .... 정적... ... ... 전화가 끊겼다.. 순간적으로 상황파악이 안된 카일리는 멍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내뱉는 한마디. "... ... ... ... 씨.... ... 발... ..." 카일리는 비적비적 몸을 돌려 침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 " 그런 카일리를 비웃기라도 할 듯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뚜껑이 확-열린 표정으로 돌아선 카일리. 수화기를 잡아채듯 집어 들었다. "어떤 새끼야!" "... ... ... " "씨발... .. 너 ... 어떤 새낀지 잡히면 죽는다..!" 카일리가 쾅하고 수화기를 내려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새어나왔다. "카..,카,카일리...?" 뚜둥~ 머릿속에서 낚시줄 끊기는 소리. 이건... 팀..리더...? 카일리는 허둥지둥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에...흠.... 에,에이전트 넘버 나...나인틴 전화 받았습니다." ".... ... ..."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카일리는 몹시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리고 귀청을 찢어 놓을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푸하...하하하하핫....카..카...카일리.... 나 좀... 살려줘.....하하하하하핫...배.. 아퍼... ....진짜....카일리야...?..하하하하....진짜 조금 전에 전화 받은게.... .... 얼음같은 에...이전트...푸.... 카일리란 말이야...?" 카일리는 수화기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흠...흠...팀리더님, 에이전트의 사적인 이름을 부르는 것은 삼가 주십시오." "푸하하하핫.... 카일리.... 그래봤자... 푸하하하...오늘은.... 너.... 푸... 분위기.... 안산다구....하..하....푸훗.... 세상에.... 씨...푸하하하하핫...씨....씨..발...이래... 큭...큭...." 부르르 떨리는 카일리의 두손. 조금더 충혈되는 카일리의 두눈. .. 이 망할 영감탱이. ... ... 쪽팔려... "흠...흠....흠! 팀리더 넘버 식스. 용건은...?" "크..큭...미,미안.... 카일리... ... 너무....큭...웃겨서....푸훗.... ... 게다가.... 3번만에 ...받았어....푸후하하...심장마비...걸리는 줄...하...숨차..." "팀리더 넘버 식스!" 카일리가 수화기에 새된 비명을 질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팀리더는 웃음을 멈췄다. "카일리, 의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소와 시간은...?" 카일리의 음성이 지극히 사무적으로 변했다. 상대편의 대답을 들으면서 카일리의 눈이 바쁘게 노트북을 훑고 지나갔다. 입금완료. "좋습니다. 입금 확인 완료... 시간은 팔월 일십구일 일십구시 정각. 장소는 사우스 스트리트 76번. 셰리프 바. 의뢰인은 마리아 크랜들... ...상대방은... ... .. 이..안... ...크.로.이.첼...?"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려고 한다. 오늘 일진이... "반려합니다." "하지만...카일리...!" "싫습니다." "의뢰인이 자넬 직접 지목했어." "싫습니다. 다른 에이전트에게 보내요. 의뢰를 거부할 권리쯤은 나에게도 있는 줄로 아는데요..?" 카일리는 양 미간 사이를 두 손가락으로 눌렀다. 정말 일진이... ... "휴... 고집쟁이...정말 안되겠나...?" "싫습니다." "좋아...뭐...아깝군... ... 이쪽에서는 쿼드러플 스케일을 제시했는데 말이야... ... "쿼...쿼드러플 스케일...? 전.. 더블... 스케일 링크인걸 밝히셨습니까?" "물론. 평판이 난 거겠지. 꼭 에이전트 카일리여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더군." "... ... 쿼드러플... 스케일... ..." 쿼드러플 스케일. 표준가격의 네 배. "역시 안되겠나...?" "... ... ... " "알았어... 알았다구... 그럼 에이전트 넘버 일레븐이..." "...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 의뢰를 접수합니다..." 딸깍. 경쾌하게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오늘 일진은... ... ... 좋...다...? 7. Fool Again --------------- by Westlife 오후 6시 57분. 카일리는 셰리프 바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안 크로이첼... 변태 기자녀석. 오늘로써 녀석을 만나는 것이 두번째다. 카일리는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 절대로 그렇게 만만하게 당하지 않겠어. 절대로.. 게다가...네놈은... 카일리의 한쪽 입술이 슬쩍 올라갔다. 네놈은... ... 여자한테 채이고 2주일만에 또 다른 여자한테 차인단 말이지. 멍청한 놈... 하긴 너같은 녀석이 있어야 페어웰 에이전트도 먹고 살지... ... 카일리는 칵테일을 섞고 있는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침침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얼굴이 의사소통하기가 쉽지 않겠다.... ... 이별하기엔...별로 좋은 장소가... 아니군... "저... ... " 카일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별로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카일리에게로 모아졌다. 정작 카일리 자신은 그런 것, 잘 느끼지 못햇지만... 바텐더가 카일리를 향해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저... ... 마리아 크랜들의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는데요... 저쪽에 앉아 있을테니... 이안....이안 크로이첼씨가 오시면...안내를..." "아, 크로이첼씨가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엣...?" 말도 안돼. 에이전트의 직감에 의하면...녀석은... 절대... ... 제시간보다 일찍 와서...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라구! 바텐더는 그런 카일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손으로 바 한구석을 가리켰다. 카일리가 뒤돌아 보자 떠들썩한 바 한 구석에 녀석이 앉아 있었다. 이 어두침침하고 혼잡한 바 안에서도 혼자 햇빛을 받고 있는 듯 눈에 띄는 저. ..아마색...머리카락. 확실히 저 은발은 눈에 띈다. 이안은 카일리가 들어올 때부터 카일리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한 손을 번쩍 들어 카일리에게 아는 척을 했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 잘못된 ...거다... 상대방은 자신이 이별당하기 위해 그 장소에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어느 에이전트가 나올지는 더욱... ... 카일리는 고개를 흔들어 복잡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애썼다. 어차피 의뢰다. 할 일만 하고 어서 나가면 돼... 카일리가 자신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이안은 그저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웃음이 묘하게 카일리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 놈... 맘에 ... 안들어... 카일리가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안 크로이첼씨, 저는 페어웰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 마리아 크랜들양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씨익... 이안이 카일리를 바라보며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뭐..뭐야... 카일리는 억지로 표정을 지우며 말을 이었다. "흠.. 이안 크로아첼씨. 마리아 크랜들 양의 말을 전합니다. <이안. 사랑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 뭐야... 이안이 도발하듯 혀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핥은 것이 아닌가. 반들반들 빛나는 그의 입술... 카일리는 시선을 돌리며 더욱 빨리 말을 이었다. 빨리 하고 이 미친놈에게서 벗어나자. "<이안... 당신 잠자리 상대로는 그만이었죠..지금 생각해도 아래가 젖어올 것만 같을 만큼... 생각나요? 우리 처음 만난날, 화장실에서 섹스를 했었잖아요. 당신 정말 굉장했어. 하루밤에도 몇번씩 날 기절하게만들었는데. 당신 테크닉도 그만이고...>" "크...크...큭큭큭..." 이안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카일리는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야...이여자.. 이별할 때 왜 이런 말을 하냐구! "흠...흠...흠...계속합니다.... <이안... 사실 당신을 생각하면서 자위를 한적도 많아요... 당신 거기 생각만 해도...>" 이거 뭐야... 미친 여자다...미친 변태에 미친 여자 커플... "큭...큭...크..." 미친 자식아,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구. 그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지마. 태연...태연... 태연해야해...그나저나 ... 이여자... 말 많군... "<이안, 그래도 나도 꽤 섹시하지 않았나요...?>... ... " "... ... 섹시해... ..." 이안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으르렁 거리듯 나왔다. 카일리는 온몸을 긴장시켰다. 이번엔 당하지 않아.. 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 주절주절주절주절... 여자의 이별의 말은 끝이 없다. <당신의 테크닉이 어쩌구 저쩌구... ... > <체위가 어쩌구 저쩌구...> 게다가 이런 낯뜨거운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거냐고!! 주절주절주절 어쩌구 저쩌구... 저 녀석 킥킥거리는 것도 맘에 안들어.... 정말... ".... .... 어쩌구 저쩌구... 당신이랑 정말 즐거웠어요. 그럼 이안.. 안녕>... 이라고 마리아 크랜들 양이 전해달라는 군요." 휴~ 드디어 끝났다. "그럼.. 저는 이만." 카일리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라도 바삐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턱" 순간 이안이 카일리의 손목을 잡아왔다. "그렇게 도망칠 건 없잖아. 안그런가...?" 도발하듯 부딪혀 오는 그의 시선. 카일리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참자... 참자... 흥분하면 안되는 거야... "이손 놓으시죠. 크로이첼씨." "왜...? 키스라도 당할까봐 겁나나...?" 나직하게 속삭여오는 이안의 음성. 카일리는 몸을 돌려 이안을 노려보았다. "... ... ..." "... ... ..."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웃고 있는 이안. 잠깐 동안 이안을 노려보던 카일리는 다시 몸을 돌렸다. 미친놈... 몇 걸음을 옮겼을까... 카일리의 귓가에 킥킥대는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말이지... 에이전트 카일리... 난... 사실... 당신이 어젯밤 무엇을 했는지... 그걸... 다시 한번 보고 싶거든...?" 8. What Cha Talkin' Bout --------------- by Daz Dillinger 머리카락이 쭈볏 서는 것 같았다. 이...이 녀석이 .... 어떻게.... ... 획하고 돌아서자 빙글빙글 웃고 있는 이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 잠깐 얘기 좀 할까?" 웃으면서 다가오는 이안의 모습에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며 한걸음 뒷걸음질쳤다. 아냐... 아냐... 그냥 한번 찔러본 걸거야.. "헤이! 내가 말한대로 준비됐겠지?" 그러는 사이 이안은 바텐더를 불러 뭔가를 물어보았다. 카일리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 이놈 그냥 한번 해본 소리야. "가자구." 이안이 다가와 카일리의 팔짱을 끼며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위압적인 이 놈... 어깨까지도 닿지 않는 자신의 키에... 저주를 퍼부으며 카일리는 팔을 빼내려고 버둥거렸다. "무슨 짓... 입니까... 제가...어제 무슨..." 이안이 몸을 낮췄다. 후욱- 뜨거운 입김이 귓가에 닿자 카일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네... 섹시한 신음소리... 여기서 딴 놈들에게 들려주고 싶진 않겠지...? 잠자코 따라오라고..후훗." 휘청. 이안이 카일리의 팔을 잡고 이끄는 대로 카일리는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야.... ... 바텐더가 그들을 안내한 곳은 바 이층에 위치한 구석 복도 끝 방이었다. 바텐더가 문을 열자 호화스러운 실내장식이 된 넓은 방이 드러났다. "수고했어." 이안이 바텐더에게 지폐 몇장을 쥐어주는 모습을 카일리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딸깍.." 문이 닫히는 소리가 카일리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놈.. 무슨 수작이야... 이안은 카일리의 노려보는 눈길에도 아랑곳 않고 미니바의 문을 열더니 작은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재킷을 벗자 셔츠 아래로 탄탄한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이안은 태연하게 넥타이를 풀고 쇼파에 기대 앉았다. 카일리는 그 자리에 얼어 붙은 듯 서서 이안을 노려보았다. "무슨 수작... ... 이십니까!" 카일리가 입을 열었다. 싱긋. 이안이 카일리에게 이빨을 내보였다. 카일리는 주먹을 쥐었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 가겠습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서둘러 문고리를 쥔 순간 카일리는 얼어 붙고 말았다. "아...아...음..." 신음소리가 방을 가득 매웠다. 말도 안돼.... 말도.... ... ... 카일리 자신의 신음소리였다. "이...이게..." 카일리는 저도 모르게 이안 쪽으로 주춤주춤 다가갔다. 이안이 팔을 소파 등에 대고 뒤돌아 보았다. 그의 맞은 편... ... 대형..스크린 TV에서 ... ... 카일리 자신이... ... 침대에 누워... ... 뜨거운 신음을 뱉어대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요~ 여러분의 성실한 馬脚입니다.(이덕화 톤) 요기는 馬脚의 회사, 지금 양말을 벗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냥.. 일하기 싫은 날이군요. 학교였더라면 벌써 땡땡이를 깠을텐데..쩝.. 어제는 친구랑 놀러갔다가 친구만 연예인을 줄줄이 보고 저는 한명도 못보는 사태에 부딪혔습니다. 저..원래 ... 주변환경에 무심한 타입이라 연예인을 잘 못보는데... 쬠..억울한 기분이 들더군요. 하!지!만! 저도 잘 보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코/후/비/는/ 사/람/입니다. 왜 저는 고개만 돌리면 숨어서 코후비는 사람이 보이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능력일까.. -ㅅ-; 오늘 아침에도 신문 뒤에서 코후비는 팀장을 보고 말았습니다. 드럽쉬리.. 세상사람들이 모두 화장실에서 숨어 코후비는 날을 꿈꾸며..馬脚이었습니다. 꾸우벅. (드런 소리해서 죄송해여..~~~~~~~~~~~~~~~~} 휘리릭) 참, 저 원래 글 앞이나 뒤에 사족다는거 디게 싫어했는데 해보니깐.. 넘..재밌군요. 헤헷^^ 자, 진짜 갑니다요. =-=-=-=-=-=-=-=-=-=-=-=-=-=-=-=-=-=-=-=-=-=-=-=-=-=-= 9. Face in the Photograph --------------- by Yanni "으...으..음... 좋아... ... " 어젯밤... 어젯밤...이다...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카일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이... ... 이걸 ... 어떻게... ..." 이건 악몽이다. 이안이 일어나 카일리에게 다가왔다.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냐고 묻고 있는 건가...? 이런... 목이 타는가 보군... 이것 한잔 하라구." 이안이 와인잔을 카일리에게 내밀었다. "대답하십시오!" "쨍그랑!" 카일리가 이안의 손에 들린 잔을 쳐내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질렀다. 카일리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쯧쯧... 성질이 급하시구만.." 이안은 카펫에 검붉은 얼룩을 만들어 버린 채 구르고 있는 와인잔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말...해..." 카일리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난 기자야. 네가 어디에 사는지를 추적하는 것 쯤이야. 식은죽 먹기지." "... ... ... " 말..도... 안...돼... ... "난 한번 들은 이름은 좀처럼 잊지 않거든. 게다가. 흔하지 않은 성에다 페어웰 에이전트라는 직업. 뭐, 어렵지 않았어." "... ... ... " 이건 말... 도.... 안... 돼.... "그리고 네가 나간 틈을 타 카메라를 설치했지...큭... ... 니 침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 ... ... " 카일리는 주먹을 꼭 쥔 채 이안을 노려보았다. 이안은 계속 말을 이었다. "매일 널 관찰했어... 네가 언제 일어나는지. 뭘 먹는지... 그리고... 잠자는 모습...후훗... 귀엽더군..." "...그...러...면... 어제... ... 전화도....?" "물론. 내가 선물한 거지... 하하... 재미 좀 봤나...?"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카일리는 이안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뭘... 원하는 겁니까... ... ?" "아..급하게 굴지 말라니까. 아직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잖아. 이 비디오를 누가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누가 보는 것? ... ... 후...훗" 카일리의 얼굴에 갑자기 여유있는 웃음이 떠올랐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쪽은 오히려 이안이었다. "이..이봐.." "이안 크로이첼씨.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 하군요. 당신이 그 비디오를 누구에게 보여주건 전 상관없습니다. " 찬바람이 쌩쌩 일어나는 목소리. 전세 역전. "상관... ... 없다구...?" "조사 해봤다면 다 알 것 아닙니까. 전 고압니다. 부모도, 형제도, 친척도 없죠. 잘 보여야 할 사람도 없습니다." "... ... ... " "난 성인이니 폰 섹스를 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고... .. 자위쯤은... ..." 잠깐 카일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 ... 누구나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가?" "... ... 그럼.. 이런 유치한 짓... .. 맘대로 하십시오. 그럼.." 카일리는 몸을 돌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녀석에게 눈치 채이기는 죽어도 싫었다. "그런가...? 소용없는 건가...? 그럼... 이건 어때?" 빙긋거리는 이안의 목소리. "그...그걸.... 당신이.. 어떻게...?" 이안의 손에 사진이 한 장 들려 있었다. 사진에는 밝게 웃고 있는 두 소년이 찍혀 있었다. 나이가 어린 소년과 그보다 서너살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또 다른 소년. "왼쪽 소년은 카일리 워. 오른쪽 녀석은... 너와 함께 고아원을 나온 유진 리. 나이는 25세. 현재 파리에서 모델로 할동 중. 일년에 2번정도 카일리 워를 방문하지. 카일리 워가 자신의 개인시간을 쪼개주는 유일한 인간... 어때? 이 녀석에게 알려져도 상관없나?" "어...어떻게..." "이제... 말할 기분이 생긴건가? 지난번... 키스할 때 ... 네 안주머니에서 슬쩍 했지. 기자들이란.. 뭐든지 기술이 있어야 살아남거든." 전세 재역전. 카일리의 입술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워...원하는 게 뭡니까..." 이안이 와인을 한입 마시고 내려놓으며 카일리에게 다가왔다. 이안의 붉은 혀가 다시 슬쩍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카일리의 턱이 이안의 손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이안의 시선과 카일리의 시선이 얽혀갔다. "훗" 이안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 ... ... 네... 입술로... ... 흥분시켜줘... 지금. 여기서." =-=-=-=-=-=-=-=-=-=-=-=-=-=-=-=-=-=-=-=-=-=-=-=-=-=-=-=-= 제가 썼지만..야비한 놈이군요.. 현실적으로 모든 기자들이 이런 건 절대!! 아니란 것 아시져? 누구나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이안이란 놈이 한 짓은 한국에서 그런 짓하면 형법 제 319조 주거침입죄 등등에 저촉되는 아주 악질적인 케이습니다. 후후후 10. The Touch of Your Lips --------------- by Bill Evans "미... .미친..." 카일리의 검은 눈동자가 이안을 쏘아보았다.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싫은가? 싫으면 할 수 없고... ... " "... ... ... " "뭐 싫다면... 파리의 그 친구가 좋은 구경하는 거지... 그 친구 주소가... ... " "... ... ... " "됐어. 이제 볼일 없느니 가 봐." "... ... ..." "가도 좋다니까." "... ... ... 하,... ... 하...겠... ... " "뭐라구? 잘 안들리는데?" 카일리의 입술이 실룩실룩 거렸다. 너무 분한 나머지 눈물이 나려고 했다. "한다구, 하면 될 거 아냐! 이 씹새끼야!" "큭... 좋아... 이리 오라구..." 카일리는 멍하니 이안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구름같은 것들... 머리가 혼란스러워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안은 침대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셔츠 단추를 끄르며 베개를 툭툭 쳐 등뒤에 편하게 받친다. 그러더니 팔을 머리 뒤로 받치며 드러눕다시피 비스듬히 앉았다. 카일리는 침대 발치에서 계속 이안의 눈치를 살피며 서 있었다. 창백해질 대로 창백해진 그의 얼굴이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입술과 더욱 대조를 이루었다.(흰 얼굴, 검은 머리, 붉은 입술... ... ? 쓰고보니 ... ... 백설공주로군...) "보고만 있을 거야?" 이안이 툭하니 말을 던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카일리는 주춤주춤 침대로 올라섰다. 죽고만 싶다. 그리고 죽이고 싶다. 카일리가 다가가자 이안은 다리를 벌렸다. "기어와."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이다. 카일리는 천천히 몸을 구부렸다. 이 굴욕... 천배 만배로 꼭 갚아주마... 카일리는 이안의 다리 사이로 기어갔다. 주춤. 주춤. 카일리의 손이 이안의 벨트로 다가갔다. 덜덜 떨리는 손.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도 좋아.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약올리듯 이안의 음성이 귓가에서 들려왔다. 이 자식... 카일리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이안의 벨트를 끌러냈다. "지이익" 지퍼 내리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찬 느낌.... .. . .. 카일리는 이안의 바지를 밑으로 잡아 당겼다. 이안은 몸을 비틀어 바지가 쉽게 벗겨지도록 도왔다. 그리고 브리프... 브리프마저 벗겨낸 카일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이 굴욕... ... 언젠가는 꼭 갚아주마... 카일리는 눈앞에 놓인 이안의 분신을 바라보았다. 카일리의 손이 덜덜 떨렸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울지 않겠다고.. 이 녀석 앞에서만은 죽어도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악물었는데... 이 맑은 액체는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쏟아져 내렸다. "흐...으..윽..." 이안은 그런 카일리를 내려다 보았다. "... ... ... " 카일리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덜덜 떨며 이안의 분신을 감아왔다. 잠시 동안 망설이더니... ... 붉고 잡은 입술이 이안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음...으..." 이안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카일리의 작은 혀가 움찔움찔하며 이안의 귀두를 간질여왔다. "음... 으....움직여..." 이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일리는 원망스러운 듯 이안을 한번 쳐다보았다. 흥분된 이안의 얼굴. "카일리는 어색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위로 아래로 이안의 페니스를 어색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 눈물이 콧물과 함께 흘러내려 입안으로 들어왔다. 찝찔한 맛. 토할 것 같다. "기억해. 빨리 끝날 수록 너한텐 좋은 거 아닌가?" 카일리의 입놀림이 소극적이 되자 이안이 다시 자극해 왔다. 카일리는 시트를 움켜잡았다. 맞는 말이다. 끝내 버리는 거다. 카일리가 살짝 이안의 페니스 끝을 물었다. 느닷없는 카일리의 행동에 이안의 허리가 튕겨 올랐다. 카일리는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이안의 페이스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흐...음..." 이안의 얼굴이 쾌락으로 일그러졌다.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머리카락을 잡아온다. 부풀어 오르는 이안의 페니스가 입안에서 느껴졌다. 토...토...할 것 같아... ... "음... 읏...혀를 사용해...소리...내서.. " 카일리는 한 손으로 이안의 페니스를 받쳐 쥔 채 이안의 것을 핥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고환을 자극했다. "할짝...할짝.." 음란한 소리가 카일리의 귓가에 울렸다. 이 큰 방안이 오로지 그 소리로 가득찬 것 같다. 카일리는 그 소리를 떨쳐 내기라도 할 듯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이안의 것을 자극했다. 빨리... 끝내고... "할짝... ... 흡...." "으...음...." 이안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카일리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성난 이안의 페니스가 카일리의 입 속 더 깊이까지 들어와 목구멍을 자극했다. "읍..." 구역질이 났다. 토할 것만 같았다. 이안이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뿌리치려고 하는 카일리의 고개를 손으로 잡고 페니스를 들이밀어 왔다. 카일리는 이안을 핥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입술을 뻐끔거리며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다... ... 토할 것 같아... ... 이빨에... ... 이안의 고환이 ... .. 부딪혀 왔다... ... 입안을 긁고 있는 이안의 페니스.. ... 시간이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계속되는 것만 같았다. "으음....음..." 이안의 신음이 끊임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으음...음... 좋아... 카일리... .. " 내 이름 부르지 마... "음..." 내 이름 그 더러운 입으로 부르지마... "으...음.....읏..." 이안의 허리가 굳어진다고 생각한 순간. 이안의 정액이 카일리의 입안에 분출되었다. "음... ..." 이안의 눈썹이 떨리며 페니스가 입안에서 빠져 나가는 느낌이 났다. 비린내... ...토할... 것만.... 같았다... ... 카일리는 황급히 그것을 뱉어내려고 했다. "삼켜.." 빠드득. "삼켜. 모조리." 카일리는 이안의 정액을 입에 머금은 채 이안을 노려보았다. 이안이 천천히 입술을 올리며... 미.소.지.었.다. "... ... .." "꿀꺽..." 끈적한 정액이 카일리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굴욕. 비린내. 눈물과 콧물의 짠맛이 뒤섞인 정액의 냄새. .. 토할 것 ... 같다... ... "우읍" 카일리는 입을 감싸쥐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도중에도 자신의 등위로 쏟아지는 이안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11. The Dirty Side of of a Daydream -------- by Hillside Stranglers 카일리는 벽에 붙은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충혈된 눈. .. 창백한 얼굴... 덜덜덜 떨리는 ... ... 경련을 일으키는 붉은 입술... ... 변기를 잡고 한참을 토하고 난 후였다. 속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끄집어 내기라도 할 듯 카일리는 게워내고 또 게워냈다. 카일리는 천천히 물을 틀고 입을 헹궜다. 손에 물을 묻혀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이제... 끝이다. 용기를 짜내어 화장실 손잡이를 잡았다. "딸깍" 문을 열고 나가자 침대 위에는 아직도 이안이 드러누워 있었다. 한손에 그 테입을 들고 있다. 참자... 참자...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카일리는 이안에게 다가섰다.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온몸을 훑어보는 이안의 눈길에 카일리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올 만큼 주먹을 그러쥐었다. "이제 .. 테입 주십시오." 불태워 버릴 테다.. "무슨 테입?" "당신이 찍은 그 테입 !" 저절로 카일리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 이것.? 그런데 사본을 내가 만들어 두지 않았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응? 에이전트 카일리?" 카일리는 저도 모르게 이안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뭐...뭐라구요...?" "그리고... ... 내가 이 테입... ... 언제 너한테 준다고 말한 적 있었던가?" "뭐야!" 카일리는 와락 이안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 죽일테다... "해...달라는 대로.... 흐...흑...해...줬잖아! ... 흑... 이 자식아! 하란대로 했잖아!!!" 어느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깜박깜박하며 참아 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죽이고 싶었다. 이안은 그런 카일리를 내려다 보며 말을 이었다. "한번 해준걸로 테입을 주겠다는 말은 안했잖아.. 큭." 살기가 카일리의 등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멱살을 잡은 카일리의 손이 분노로 떨려왔다. "이... 비열하고... 더러운 ... 자..식..." "알아. 부정하지 않겠어." "뭐... 뭘... 원해? 뭘... 해주면... 저 테입 ... 나에게 넘기겠어...? 사본까지 모두...." "큭...큭... 이거 정말 급하셨나 보군." "말..해... 이..자식... 말해!" 이안의 푸른 눈동자가 카일리에게 부딪혀 왔다. "나랑 같이 살자. 내가 지겨워 질 때까지." "뭐... 뭐라구...?" 황당했다.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이...이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 집으로 들어와라. 네 아파트보다 훨씬 고급이라구. 그럼 당장 지금이라도 이 테입을 넘겨주지. 어때?" 이 놈... 무슨 소리야...? 카일리의 입술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 싫...습니다...." "거절할 입장이 아닐텐데?" 이안은 카일리의 거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 ... ..." 카일리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카일리가 목소리를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싫습니다. 내 아파트로... ... 당신이 ... ... 들어와...." "뭐?" 이안이 시선이 카일리에게 쏟아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카일리는 이안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지극히 감정을 배제한 목소리가 다시 카일리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내. 아파트로 당신이 들어오는 겁니다... ... ... 에이전트는.. 전화번호가 바뀌면... ... 끝입니다.. 컴퓨터의 IP 어드레스 바꾸는 것도... 잠시라도... ... 연락이 두절되면... ... 에이전트로써의 신뢰가..떨어져서.... 그러니. 당신이 내 집으로 오십시오. ..전... ... 에이전트 일 ... 포기 못합니다." 20억짜리 프로젝트의 기획서를 얼렁뚱땅, 한시간 반만에, 옆자리 사람과 히히덕거리면서 작성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우웅---- "정말로 꼼꼼해 지고 싶다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외쳐보지만, 저 자신의 꼼꼼치 못함을 질책하지만,, 정말로 제가 꼼꼼한 사람이라면,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또 그런 제가 견딜 수 없이 싫어 질 것만 같습니다. 馬脚의 인생은 마치 낙관주의와 니힐리즘 간의 투쟁으로 점철된 것만 같군요...후후후 =-=-=-=-=-=-=-=-=-=-=-=-=-=-=-=-=-=-=-=-=-=-=-=-=-=-=-=-=-=-= 12. I Make My Own Rules --------------- by Dave Navarro "젠장." 카일리는 들고 있던 책을 집어 던졌다.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젠장!!!"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거지? 꼼짝달싹할 수 없이 걸려버렸다. 저 크로이첼이라는 변태 기자놈이 친 거미줄에. 카일리는 다시 그날의 열받던 상황이 떠오르자 입술을 깨물었다. ... ... 토할 것만 같다... ... 카일리는 결국 그날 이안과의 동거를 허락하면서 그 모든 상황이 -- 폰섹스에서부터 쿼드러플 스케일의 보수로 자신을 끌어들인 그날의 의뢰까지 모두-- 이안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덤으로 자신에게 그런 낮뜨거운 이별 대사를 읊조리게 한 장본인이 이안 자신이라는 것, 그가 그 변태스런 대사를 썼다는 것까지... 결국 이안이 원할 때까지, 카일리 자신의 의지에는 상관없이--자신과 함께 살아도 좋다고 허락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오늘이 녀석이 동거(!)를 위해 이사 오기로 한 날인 것이다. 정작 알 수 없는 것은 그 이안이라는 기자놈의 꿍꿍이였다. 왜 그런 쓸데없는 노력을 들여가며... 카일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녀석의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두고보자구... 왜... 나한테 이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 네놈 마음대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놔두지는 않겠어... 네가 먼저 걸어나가도록 만들어 줄테니... ... 복수는. 그.다음이야...' 카일리는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딩동~♪♪" 벨이 울렸다. 카일리는 비장한 표정으로 프린터에서 종이 세 장을 뽑아 들었다. 전투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참을성이라고는 없는 성격나쁜 놈. 카일리는 얼굴에 짜증을 잔뜩 담아 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안이 커다란 트렁크 2개와 함께 서 있었다. "여어! 안녕!" 여어~ 안~녀엉~? 마치 우리가 친한 사이라도 되는 양 여.어. 안.녕.? 카일리는 문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채 이안이 트렁크 2개를 힘겹게 방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봐...이제 한집도 쓰게 됐는데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을 거야? 좀 도와달라구!" 카일리의 눈썹이 꿈틀했다. <도.와.줘..?> 네놈의 그 곰같은 덩치로도 무거운 그 짐을 나더러 도와달라구? 게다가. < 한집도. 쓰게. 됐는데...?> 그말...기다렸다. 카일리는 손에 들고 있던 흰 종이를 이안에게 불쑥 내밀었다. "뭐지?" "읽어보면 알 것 아닙니까?" 이안은 카일리의 손에서 종이를 받아 들었다. "생활... ... 수칙...?" 이안이 흘깃 쳐다보자 카일리는 딴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 <생활 수칙> 1. 이 수칙은 카일리 워(이하 "워")와 이안 크로이첼(이하 "나쁜 녀석")의 불필요하고도 불유쾌한 동거생활에서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갈등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이 수칙은 "나쁜 녀석"이 "워의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효력이 발생되며 이 수칙을 깨뜨린 쪽은 "워"와 "나쁜 녀석"의 불공정하고도 불유쾌하며 협박에 의한 동거에의 권리를 상실한다. 2. 이 수칙의 수정이나 변경은 "워"만이 가능하다. 3. "나쁜 녀석"은 "워"의 사생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세부수칙> - "나쁜 녀석"은 "워"와 별도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며 어떤 경우에도 "워"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 "나쁜 녀석"은 "워"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다 - "나쁜 녀석"은 "워"가 전화통화를 할 경우 5미터 이상 떨어진 위치로 간다. 4. "나쁜 녀석"은 "워"의 가구 집기 일체에 대한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세부수칙> - "나쁜 녀석"은 "워"의 냉장고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며 자신의 음식물은 직접 사서 냉장고 맨 아랫칸에 저장한다. 그외의 공간은 사용할 수 없다. - "나쁜 녀석"은 "워"의 소파 중 맨 왼쪽 한칸을 사용할 수 있으며 동거가 끝날 경우 새 쿠션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 "나쁜 녀석"은 자신이 먹은 음식은 자신이 설거지하며 "워"의 식기세척기에 대한 사용권한이 없다. - "나쁜 녀석"은 "워"의 아파트 열쇠 1부를 복사하여 가지며 이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 열쇠 분실시 "나쁜 녀석"은 새 열쇠를 요구할 수 없다. - "나쁜 녀석"은 매월 첫째/세째 토요일 아파트 청소를 담당한다. - "나쁜 녀석"은 "워"의 아파트에 "워"의 사전허락없이 손님을 초대할 수 없다. 5. "나쁜 녀석"은 기타 "워"의 <일상적> 생활을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된다. <세부수칙> - "나쁜 녀석"은 아파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베란다의 왼쪽구석을 이용한다. - "나쁜 녀석"의 15회 이상 울릴 경우 "워"는 "나쁜 녀석"의 전화를 끊을 수 있다. ... ... ... ... 등등등... 등등등... 등등등.... 그리고 맨 마지막 조항 107. "나쁜 녀석"은 1년에 1회 "워"가 통보하는 1주일간 "워"의 아파트에서 나가 준다. 이때 "나쁜 녀석"의 호텔비용은 "워"가 부담한다. ========================================================= 흰 종이위에 빼곡히 들어찬 검은 글씨. 이안은 기가 막히다는 듯 카일리를 노려보았다. 태연하게 마주 바라보는 카일리. "이게... 다 뭐야?" "읽고도 모르십니까, 기자 나리? 생각보다 지능지수가 낮으시군요. .." "...이런걸... 다... 기억해서... 지키란 ... 말이야?" "물론. 기억나지 않을 때는 내가 일깨워 줄테니...까." 카일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절대적으로 나에게 불리하잖아!" 이안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이게... 그리고 "나쁜 녀석".....이라고...? "이 <동거>는 절대적으로 저에게 불리한 "나쁜 녀석"의 계약 때문이란 걸... ... 잊...으셨습니까?" 카일리가 이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게다가... 당신의 그... 드러운... 테입... 어제... 소각해 버렸으니까... ... 같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시죠." "헛... 참..."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카일리는 그날 자신의 집에 이안이 와서 살 것을 제안하며 테입과 그 사본을 요구했었다.(물론 사본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그리고는 테입만 가져가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이안의 물음에 이안을 똑바로 쏘아보며 "에이전트의 이름을 걸고." 라고 말했던 것이었다. 카일리는 어이가 없어하는 이안을 바라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후회하게 해주마... 일주일 내에 걸어나가도록..' "좋아!" 이안이 말했다. "좋다구... ... 요?" 카일리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생활수칙이 억지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적어도 한번의 반대쯤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단..." 이안의 입술이 약간 밀려 올라갔다. 저 표정.. 저 표정은 위험해! 카일리의 머리 속에서 빨간 불이 반짝반짝 거렸다. "단... .. 조항을 하나 고치지." 이안은 펜을 꺼내어 수칙 2번을 죽 줄을 그어 고쳤다. "2. 이 수칙의 수정이나 변경은 "크로이첼"과 "워"의 동의 하에 쌍방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도록 하지." 카일리는 이안의 글을 잠깐 쳐다보았다. 이거 뭔가 찜찜한데... ... 함정이 아닐까... ... 하지만... ... <동의>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이 정도는 뭐...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미 조항에 들어있고.. 카일리는 이안의 펜을 받아 쥐었다. 쓱삭쓱삭. 이안의 글을 고치는 카일리. "이게 맞는 겁니다." 이안은 카일리의 글을 받아 들었다. "2. 이 수칙의 수정이나 변경은 "나쁜 녀석"과 "워"의 동의 하에 쌍방이 가능하다." 쾅쾅쾅. 이로써 두 사람의 동거가 성립되었다. 13. Bad Days --------------- by Flaming Lips "이건 억지야! 말도 안돼!" "뭐가 말이 안돼죠?! 생활 수칙 56조에 버젓이 적혀 있지 않습니까!" 카일리와 이안은 씩씩대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문제의 발단은 침대였다. 트렁크에서 나온 짐들을 카일리의 <생활 수칙>에 따라 옷장 맨 아래 서랍 구석이나, 책상 두번째 서랍 오른쪽 절반, 책장 맨 윗칸 오른쪽 등등에 정리해 가던 이안이 자신의 베개를 카일리의 침대위에 올려놓자 카일리가 이안과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그럼, 난 어디서 자라는 거지?" "제가 알 바 아닙니다. 바닥에서 자든지.. 소파 맨 왼쪽 한 칸에서 쭈그리고 자든지 맘대로 하십시오!" "억지 부리지 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든지!" 이안은 씩씩대며 카일리를 노려보았다. 아주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의 카일리.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얘기는 짐을 정리하는 동안 이안이 불만을 터뜨릴 때마다 벌써 귀에 못이 박히도록 써먹고 있는 말이었다. "난 키가 작아서 옷장 맨 아래칸은 쓰기 불편하다구." <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이봐, 내 옷이 얼마나 많은데 옷걸이 5개로 쓰라는 거야!" <그렇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겁니다>... ... "내 노트북 라인이 짧아서 전원을 꽂을 수가 없어. 네 노트북이랑 자리 바꾸면 안될까?" <말도 안되는 소리!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십시오! 막지 않을 테니!> 등등등... 노골적으로 이안을 쫓아내기 위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좋아! 후회하지 말라구!" 이안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안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카일리는 어디 또 트집거리가 없을까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가구점이죠? 네, 침대를 하나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카일리가 하던 동작을 뚝 멈추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이안이 딴청을 부리며 통화를 계속했다. "예. 킹사이즈로요. 여기 주소가... ..." "무슨 짓입니까!" 카일리가 분통을 터뜨리며 끼어 들었다. 이...이...놈이... 이안이 카일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나. 침대에서가 아니면 잠을 못자. 그렇다고 네 침대에서도 못 자게 하니... 어쩔 수 없잖아? 침대를 사면 안된다는 수칙도 없고..." "... ... ..." 씩씩대는 카일리. "아참, 이 김에 옷장이랑 소파랑 책상도 하나씩 배달시켜야 겠다. 괜찮지?" 이안은 이제 여유 만만하게 카일리를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카일리가 씩씩대느라 대답을 못한 사이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아..예.. 죄송합니다. 옷장 큰 것 하나랑, 소파 5인용, 사무용 책상 최고급 품으로 하나..같은 주소로.." "알았어! 알았다구!" 카일리가 이안의 핸드폰을 잽싸게 빼앗아 플립을 닫으며 소리쳤다. "... ... 내 침대... 오른쪽에서... ... 1미터까지... 쓰라구... .. 요... ... 젠장! " 카일리가 더듬더듬 얼굴을 붉혔다. 어쩌다가..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 "너, 내 키가 얼만줄 알고 하는 소리냐?" "그런것 내가 알게 뭐야! 하여간 더는 안돼! 난 옆에 누가 있으면 잠 못자!" 카일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런 녀석이 왜 더블침대를 쓰는 거냐?" 이안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아.. ... 아, 알 것 없잖습니까!" "혹시... 파리에 있는... 그 모델 녀석 때문인가...이름이... 유..진..이었지... 아마?" 이안이 슬쩍 떠보는 말에 카일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 .. 그이름... 한번만 ... 더..입에 담으면... ... 죽여 버릴테니... 진짜로... 죽일테니... ... 명심하십시오." 냉랭한, 한기가 도는 어투로 카일리가 말했다. 이안은 그런 카일리를 한번 흝어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명심하지. 하지만... ... 나도 양보못해. 침대 절반까지 주지 않으면. 새 것 살거야." 이... ... ... 씹새끼가!!!!!! 으아!!!!!! 하느님!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이안은 카일리의 눈썹이 실룩실룩하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볼수록 재미있는 놈이다... 끝없이 도발하고 싶어지는 녀석... ... 그 가면같은 얼굴을 벗겨보고 싶어... ... "좋아! 딱 절반이야! 절반 ! 대신 손가락 하나라도 넘어오면 그..손가락... 잘라버릴 거야! 으아아아아!" 카일리는 솟구치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재킷을 집어들고 아파트를 나섰다. 쾅 닫히는 문 뒤에서 이안이 눈물까지 찔끔대며 웃고 있었다. 14. Standing in the Shower --------------- by Janes Addiction 3일째. 3일째 카일리와 이안은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었다. 이안이 카일리의 치약을 쓴 것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카일리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이안의 사이클 문제에까지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혔고 언쟁을 벌였다. "휴-" 카일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최근 며칠간의 이 끝없는 상황은 카일리를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아원에서 나온 16살 이후로 줄곳 혼자서만 살아온 카일리에게 타인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시련을 넘어 고문이었다. 자신의 영역에 다른 개체가 들어옴으로써 일어나는 본능적인 방어기제 같은 것. 자신과 같은 공간 안에 다른 어떤 녀석이 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카일리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왔다. 게다가 이 불유쾌한 동거인은 사사건건 신경을 긁고 있지 않은가... 카일리는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를 홀짝이며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고요... 놈이 돌아오기 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나마 그 2시간이 카일리가 숨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난... 다... 놈이 온 후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늘 침대 한가운데서 쭉 뻗고 잠을 잤었는데... ... 왼쪽 반에서 잠을 자다니... ...그것도 최대한 놈과 멀어지기 위해 침대 가장자리에서 위태위태하게 누워야 하다니... 녀석이 움직이면 매트 이쪽으로 그 출렁거림이 전해져 왔고(-시몬스 침대가 아닌 것이다..)억지로 눈을 감으면 고요한 가운데 녀석의 숨소리가 거슬렸다. 거슬려...거슬려.... 거슬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놈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일까. 쇠심줄 같은 신경을 가진 이안은 웬만한 카일리의 신경질에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밥을 해주지 않아도(--생활 수칙대로 카일리는 자신이 먹을 만큼만 시장을 봐서 자신이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자신이 먹을 만큼만 먹고, 남은 음식은 모조리 버렸다--), TV 리모콘을 주지 않아도, 15번 이상 울리는 녀석의 전화는 무조건 끊어버려도, 녀석은 강인하게 생활해 나갔다. "...바퀴벌레 같은 놈." 카일리는 입을 삐죽하며 컵을 내려 놓았다. 녀석이 오기 전에 샤워나 하고 자야 겠다. 어차피 녀석이 침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잠자긴 틀린 일일테니... 한시간이라도 자 둬야지... ... 욕실로 들어간 순간 카일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신의 흰 타월과 나란히 걸린 저 푸른 타월. 자신의 치솔과 나란히 꽂혀 있는 놈의 치솔. 놈의 비누, 놈의 샴푸, 놈의 린스. 놈의 바디 클린저... 거기까지 좋다. 자신과 정확히 반반이니까. 그런데 저 한쪽을 왕창 차지하고 있는 놈의 쉐이빙 폼, 놈의 면도기, 놈의 애프터 쉐이브, 놈의 쉐이빙 브러쉬... ... 놈의 무스, 놈의 헤어 스프레이, 놈의 치실, 놈의 가글액, 놈의 향수. 도대체 집 나와 남의 집에 들어와 사는 녀석의 자세가 아닌 것이다! 젠장. 또 하나. 아까부터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이 냄새... ... 놈의 바디 클린저 향기... 어지간히 예민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이 미세한 냄새가 저 샤워부스에 남아 있었다. 자신이 출근한 후 샤워를 하고 나간 놈에게서도 같은 향기가 나리라. . .. ... 토할 것... 같아... 카일리는 욕실 구석에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고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I made it through the wilderness Somehow I made it through Didn't know how lost I was... Until I found you" 곧이어 "쏴아"하는 물소리와 함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Like a Virgin". 이름하여, "카일리의 샤워송" 카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테입을 순전히 샤워할 때 따라 부르기 위한 용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3년전 이 테입을 만든 이후 샤워할 때는 어떤 다른 노래도 들어 본 적 없다. 따뜻한 물이 머리위로 쏟아지자 아까까지의 짜증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을 카일리는 느꼈다. 카일리는 표정없이 웅얼웅얼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Like a virgin Touched for the very first time Like a virgin When your heart beats Next to mine" 흥얼흥얼 거품 스폰지로 몸을 문지르기 시작한 카일리. 그때였다. 뿌옇게 김이 서린 샤워튜브의 문이 화들짝 열린 것은. "아, 실례..." 문을 잡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이안이었다. 음악소리 때문에 녀석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평소 습관대로 욕실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카일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장 문닫고 꺼져 주십시오.!" "이런.. 샤워 중인 줄 몰랐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안은 손잡이를 잡은 채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카일리의 몸을 음미하듯 훑어보았다. 이... 이 변태놈... 뭐야... ... 애당초 놈은 카일리가 샤워중인 것을 알고도 문을 열었음에 틀림없었다. 실수로 욕실문을 열었다고 해도, 옷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음악이 틀어져 있고... 물소리가 나고... ... 무엇보다... ... 이 샤워부스는... ... 반투명 유리다... 김이 서려있다 한들 대강의 실루엣 쯤은 다... ... 비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카일리는 머리끝까지 열이 뻗는 것을 느꼈다. "빨랑 꺼져! 개새끼야!" 카일리는 이안이 잡고 있는 샤워부스의 문을 안쪽으로 거칠게 잡아 당겼다. 순간 "퍽" 이안이 카일리를 밀치며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뭐, 뭐야!" 사방 채 2미터가 안되는 좁은 부스안에 카일리와 이안이 서로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馬脚입니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집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써 놨던 것들을 와다다다-- 포스트했던데 비하여 이제는 사각사각 써가면서 동시에 포스트해야 하는 시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으우우웅~~ 끈기라고는 소수점 네번째 자릿대만큼 가지고 있는 제게는 엄청난 시련이군요. "바보 아니냐?" 그러게 완결을 지어놓고 글을 올리면 좋을텐데..하고 매번 자책해 보지만... 하하하하핫 나는 바/보/ 에라~ 노래나 듣고 글이나 쓰렵니다. =-=-=-=-=-=-=-=-=-=-=-=-=-=-=-=-=-=-=-=-=-=-=-=-=-=-=-=-=-= 15. Like a Virgin --------------- by Madonna 냉정, 냉정하자... ... 먼저 감정적이 되는 쪽이 지는 거야.. ... 카일리는 차가운 타일과 이안의 팔 사이에 갇힌 채 냉정을 유지하려 필사적으로 애썼다.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이안의 셔츠가 몸에 달라붙자 그의 근육들이 위압적으로 드러났다. "왜 이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불쾌하군요. 크로이첼씨. 당장 나가 주십시오." 카일리의 검은 눈동자가 이안을 흔들림없이 쏘아보며 말했다. 카일리의 얼굴에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안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다시 카일리의 몸을 훑었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후훗. 죽여주는 몸매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군." "이... 이안 크로이첼씨!" "게다가 목소리도 섹시하고 말이야.." 툭... 하고 카일리의 이성의 줄이 끊어졌다. "변태자식! 당장 꺼져! 너같은 놈이랑은 계약이고 뭐고 필요없어! 이 개자식!" 이안의 입술이 묘하게 휘어졌다. 이안은 몸을 구부려 카일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알고 있나? 포커페이스 때보다는 발톱을 드러낸 고양이가 더 자극적이라는 걸..." 피할 틈도 없이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를 덥쳐왔다. "읍" 카일리는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는 이안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이안은 그 정도 반항쯤은 예상한 듯 카일리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 안으며 한손으로는 카일리의 고개를 고정시켰다. 다시 이안의 입술이 집요하게 카일리의 혀를 요구해왔다. 턱을 세게 잡아 누르는 이안의 손힘에 카일리의 입이 벌어지고 이안의 혀가 카일리의 혀를 건드리며 들어왔다. 숨이 막혀왔다. 카일리는 주먹을 쥐고 이안의 가슴팍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순간 카일리의 어깨가 움찔하고 움직였다. 이안의 손이 스르르 카일리의 등뼈를 타고 내려가 카일리의 허리를 감았다. 이안에 의해 밀여 붙여진 카일리의 등에 차가운 유리벽이 닿았다. 오싹한 한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안의 혀는 능숙하게 카일리의 고른 치열과 입천장을 건드리며, 영혼을 먹어버릴 듯 강렬하게 빨아대며 카일리의 입술을 괴롭혀 왔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것만 같았다. 이안의 입술이, 이안의 억센 손길이 카일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 ... 머리속에 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아... ... 이안은 미끈미끈한 카일리의 몸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이안의 손이 등에서 허리를 휘감고 카일리의 가슴으로 올라왔다. 순간 카일리의 입술에서 이안의 입술이 떨어졌다. "흡..." 카일리는 급하게 공기를 빨아들였다. 숨이 막혀... ... 이안의 손은 이제 카일리의 젖꼭지를 슬금슬금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기분나쁜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자 욕지기가 올라왔다. "손떼! 당신 미쳤어?!!!" 카일리의 목소리가 욕실 안을 울렸다.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이안의 젖은 머리카락을 타고 따뜻한 물이 카일리의 이마로 떨어졌다. "아니... 지극히 제 정신이지..." 이안의 낮은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이안은 다시 팔에 힘을 주며 카일리의 허리를 껴안고 한손을 카일리의 엉덩이로 미끄러 뜨렸다. 몸과 몸이 밀착되자 이안의 젖은 옷 사이로 흥분한 이안의 분신이 느껴졌다. 역겨워... ... 카일리는 자유로워진 두 손을 이안의 등에 휘둘러 댔다. "미친 새끼! 이거 안놔! 너 .. 죽고 싶어?!!!" 이 변태 새끼... 미쳤어... "큭" 다시 이안의 웃음이 카일리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애널 입구를 건드려 왔다. 분노가... 카일리를 휩쌌다. "크로이첼... ... 손... 떼... ... " 카일리의 목소리에서 갑자기 감정이 사라졌다. 극도로 낮은... 극도로 허스키한 목소리... 귀를 귀울이지 않으면 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 극도로 분노한 목소리. 순간 멈칫. 이안의 손이 멈췄다. 이때다. 카일리는 힘껏 이안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이안의 몸이 떨어져 나갔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며 이안을 노려 보았다. 저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쥐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거친 숨소리. 서로를 노려보는 거친 숨소리. 순간 "짜악" 카일리의 손이 이안의 뺨으로 날아갔다. 카일리가 온몸을 힘을 짜낸 따귀였기에 무방비 상태였던 이안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꺼... 져...." 카일리의 앙다문 입술 사이로 으르렁 거리듯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순간 이안의 입술끝이 약간 올라갔다. 이거... 미친... 녀석 아냐... 이안의 두 팔이 자신의 어깨를 아프게 잡아 온다고 느꼈다. 순식간에 카일리의 몸이 돌려세워졌다. "뭐...뭐야!" 이안의 단단한 가슴이 자신의 등을 압박해 왔다. 단단하게 허리를 조여오는 이안의 팔. 등허리에 느껴지는 이안의 분신. 숨가쁘게... ... 숨가쁘게... 살갗과 살갗을 통해 느껴지는 이안의 심장. 이안의 심장박동. 이안은 카일리를 뒤에서 끌어 안은 채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 널... 갖고 싶었어..." "Gonna give you all my love, boy My fear is fading fast Been saving it all for you 'Cause only love can last" 시간이 멈춘 것일까... ... 정지된 것일까... ... 마돈나의 목소리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경쾌한 "카일리의 샤워송". 이안의 손가락이 스르르 미끄러져 카일리의 애널로 향했다. 비누거품이 윤활제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 ... 하지만... 역시... 이물감이... 싫은 ... 카일리는 하릴없이 몸을 뒤척이려는 시도를 했다. 내 등에서 좀.. 비켜줄래... "... 싫어... ..." 카일리가 중얼거렸다. 싫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이안의 가슴... 이물감... 그리고... ...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 ... "You're so fine and you're mine Make me strong, yeah you make me bold Oh your love thawed out Yeah, your love thawed out What was scared and cold" 경쾌한 "카일리의 샤워송". 카일리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 유..진... ..." 갑자기.... 불쾌한 이물감이 사라졌다. "훅" 카일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토할 것 같아... 따뜻한 36.5도의 체온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고 대신 차가운 공기가 등에 느껴진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경직된 이안의 표정. 꼴사납게도 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하고 있다. 이안의 눈썹이 꿈틀하는가 싶더니 난폭하게 샤워 부스가 열렸다. 추워... ... 차가운 공기가. 카일리가 멍하니 눈을 찌푸리는 동안 이안은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욕실을 나섰다. 화가 난 듯 움직이는 이안의 등. 등..이... 감정을...표현하고 있었다... ... 멍하니... ... 이안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카일리가 스르르 무릎을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Like a virgin, ooh, ooh Like a virgin Feels so good inside When you hold me, and your heart beats, and you love me" 경쾌한 "카일리의 샤워송". "...미친..." "Oh, oh, oh, oh, oh, oh, oh, oh, oh Ooh, baby Can't you hear my heart beat For the very first time" 경쾌한 "카일리의 샤워송". 안녕하세요? "성실한" 이라고 말한지 얼마 안되어, 포스트를 펑크낸 불/성/실/한 馬脚입니다. -ㅅ-(죽여주셥..) 오널 열심히 올릴께요. ^^ 미워하지 마세엽.. 음... 실은 ... 보리스 에이프만 공연을 보러 갔었드랬습니다. 후후. 인간의 몸이란 게 참 이상하게도 생겼다...라고 평소에 생각해왔었는데 (특히 제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면서..진짜.. 징그럽게도 생겼다고.. 생각했습죠..), 이 상한데도 참 .. 아름답다는 생각이... 웅.. 그랬습니다.후후 =-=-=-=-=-=-=-=-=-=-=-=-=-=-=-=-=-=-=-=-=-=-=-=-=-= 16. Got No Shame ---------------- by Brother Cane 카일리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몸을 타월로 감싸고 거실로 나왔을 때 예상했던 대로 이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욕실에서 거실을 지나 현관까지 점점이 이어진 물방울 자욱이. 그가 그대로 밖으로 나갔음을 말해줄 뿐이었다. "휴..." 카일리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찬장의 문을 열었다. 습관처럼 얼음을 잘게 부수고 위스키를 그 위에 부었다. 얼음이 녹으며 깨지는 소리. 혼란스러웠다. 왜... ... 저 불유쾌한 동거인은... ... 아직도 그의 손가락의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아 욕지기가 올라왔다. 젠장. 카일리는 침대로 파고 들었다. 오늘밤은 제대로 잠 잘 수 있는 건가? 잘 됐다... 잘 됐어... ... ... 차라리 잘된 거야... ... ... 오랜만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푹 잠을 잔 후 카일리는 만족스런 얼굴로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슬쩍 옆을 보니 그 기자 녀석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가만 있자... 오늘은 의뢰가... ... 저녁에 있었지. 그럼 오전엔 자유인거지? 카일리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휴식! 휴식이다!!! 먼저 밥을 먹은 후에. 토스트에서 빵이 노릇노릇 구워져 튀어 올랐을 때였다. "♪♪딩동~♪♪" 벨이 울렸다. 카일리는 내키지 않은 얼굴로 버터를 듬뿍 바르기 시작했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성질나쁜 녀석. 카일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예상했던 대로 녀석이 서 있었다. 꼬질꼬질... 지저분한... 모습.... ... ... 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 쯧, 이안은 말쑥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무스를 발라 세워 올린 머리카락, 캐주얼 하면서도 어딘가 고급스런 옷, 저... . .. 자신만만한 표정. 이안은 카일리의 명백히 불쾌한 표정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카일리가 등뒤로 쾅하고 문을 닫으며 따라 들어갔다. "어...~ 냄새 좋은데? 같이 먹자!" 카일리가 멍하니 이안을 쳐다 보았다. 이... .이놈... ... 제정신이야?... ... 마치... ...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 이안이 성큼성큼 다가가 카일리가 먹고 있던 빵을 덥썩 베어 물었다. "맛있어. 우물우물..." 화가 치민다기 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순간 카일리가 잽싸게 이안의 손에서 빵을 잡아채 쓰레기통에 던졌다. "당신은 이걸 먹을 권리가 없습니다. 크로이첼 씨, 생활수칙 4조, 첫번째 세부수칙." 사납게 이안을 노려보며 카일리가 입을 열었다. "피식" 뜻밖에도 이안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미안." "... ... ..." 이놈... 역시... 제정신이 아니야... ... "대신... 같이 점심 먹으러 갈까? 바깥 날씨가 좋거든. 산책하기 딱 좋아." "싫습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 카일리. "왜? 일이 있나?" "아니오. 일은 저녁이지만, 당신과는 먹고 싶지 않군요. 크로이첼 씨." 딱딱 부러지는 카일리의 말투. "너무 하잖아~ 차라리 거짓말로 일이 있다고 하는 편이 나았어." "거짓말 하는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신 때문에 거짓말할 이유도 없구요." "냉정하군." "상대에 따라서요." 이안과 카일리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사과하지... 어제일... 사과할게..." 이안이 입을 열었다. 다시 혼란스러워 졌다. 이... 이안이라는 녀석, 종잡을 수가 없어... 재수없게도... "... ... ..." "사과할게." "... ... ... 불쾌했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아. 맹세하지."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겁니다." "훗... 그렇겠지. 그럼, 점심먹으러 가는 거지?"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생명력. 집요한 성격... 정말 맘에 안드는군. "... ... ..." "가자, 최고로 맛있는 점심 먹여주지." 이안이 카일리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바퀴벌레 같은 녀석... ... 후... ... 바깥 날씨가 좋긴 하지... ... 17. All I Wanna Do Is Eat Lunch With You --------------- by Parody 만약 이안이 자신을 끌고간 곳이 미식가들의 매뉴얼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삐까삐까한 레스토랑이었다면 카일리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이안의 몰취향을 비웃어 줄 준비를 했었다. 뻔한 코스. 해산물이나 프레쉬한 채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 "당신의 영양까지도 생각했어요"라고 속삭이는 듯한 한두가지 씨리얼 스프, 무슨무슨 유명인사가 극찬했다는 호텔 출신의 셰프가 직접 요리한 메인, 디저트는 이탈리안 아이스크림. 거기에 자신의 한 두달 월급 정도의 가격이 될 와인. .. 그런 것이겠지... .. 젠체하는 사람들, 조심스런 곁눈질. 교양있는 소근거림, 거기에 헨델이나 사티... ...정도인가? 하지만 이안이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거칠게 차를 몰아(이 문제로 두 사람은 또 다툼을 벌였다.) 도착한 곳은 카일리의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교외의 한 주택가였다. "여기야, 최고로 맛있는 점심집." 카일리는 눈을 들어 까페의 간판을 읽었다. "... ... Sand Witch's.." 교외의 고급 주택가 안쪽에 깊숙히 틀어박힌 샌드..위치스... ... ... 모래의... ... 마녀...? "들어가자구." 이안이 카일리의 팔을 잡아끌었다. "딸랑~" 문을 열자 현관에 달린 차임벨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마치... ... 햇살이 가득 모인 것 같은 그런 까페였다. 유리로 만들어진 천장의 돔을 통해 따사로운 가을의 햇살이 스며들어 까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 사각... 사각... ... 발 밑에 밟히는... ...것은... ... .. ... 모래... ...? 이안은 가게가 익숙한 듯 성큼성큼 카일리를 이끌었다. 이안이 자리잡은 테이블은 돔 바로 아래 까페에서도 가장 밝고 따사로운 곳이었다. "뭐해? 앉지 않고.." 이안은 너무도 익숙하게 다리를 꼬고 카일리의 맞은 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마치 고향에라도 돌아온 듯한 분위기다. 카일리는 멍하니 의자를 당겨 앉으며 눈 앞의 이안을 바라보았다. 햇빛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부드러운 은빛 머리카락. 깍아놓은 듯 선이 굵은 얼굴... 거기다... 익히 알고 있는... ... 드러운 성격...... ... ... ... 그런데... ... 이봐... 뒤에... 사람이... "이안? 이안? 당신 정말 이안이야?" 이안의 뒤에서 고성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유니스. 오랜만이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이안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걸렸다. 그때였다. 카일리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이봐! "퍽" 이안의 등뒤로 다가온 여자가 쟁반으로 이안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퍽, 퍽!" "아얏!" "나쁜놈, 이 나쁜 자식! 언제 돌아온 거야? 퍽!" "아..앗...! 유니스! 그만!" "퍼억! 당신 맘대로 사라졌다, 퍽! 당신 맘대로 퍽! 나타나면! 퍽!" "으앗! 미안!" "퍽! 얼씨구나 하고 퍽!" "미안! 하하핫! 미안! 그만 때려!" "퍽! 반겨줄 줄 알았어? 퍽!퍽!퍽!" "아파!" "아프라고 때린거야! 퍽! 퍽! 이.... 퍽! ... 나쁜... ... 자식..아..." 여자의 눈에 글썽글썽 눈물이 고였다. 서서히 쟁반을 쥔 손에서 힘이 빠졌다.. 이안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양팔을 벌리고 돌아섰다. "유니스!" "이안!" 따스한 포옹. 카일리는 아직도 이안의 맞은 편에 앉은 채 멍하니 두 사람의 쇼를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끌려 들어와 버렸다. "똑똑" 카일리의 여윈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 소리에 여자가 카일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여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안녕?" 카일리는 그제서야 여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 이상한 옷차림이다. 꾸깃꾸깃한 흰 색의 마소재 젤라바를 걸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이상한 여자. 아니, 아예 나이라는 것이 없어보이는 여자. 가무잡잡한 피부에 지독하게 살이 없고... ... 맨발이다. 하지만... 그런 야윈 여자들에게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신경질적임과는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느긋함이 공기처럼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모래의 정령처럼. "... ...안녕... 하십니까...?" 카일리가 입을 여는 순간 이안이 끼어 들었다. ".유니스.. 배고픈데.." 카일리와 유니스가 동시에 이안을 쳐다보았다. "퍽!" 유니스의 쟁반이 다시 작열했다. "에잇! 그게! 퍽! 반년이나 사라졌다 온 인간이! 퍽! 할 소리냐! 퍽!퍽!퍽!... 뭐! 배가 고파! 퍽!퍽!퍽!" 정신이 하나도 없군. 카일리는 다시금 혼란스러워 졌다. 뭐야... 결국... 저 이상한 여자와... 이안... 이라는 놈은 애인 사이인 건가... "퍽! 퍽! 죽어버려! 퍽!" ... ... 아닌 것 같군... 게다가 이 까페안의 사람들. .. 여자의 그러한 모습이 익숙한 듯 모두들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거나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만! 유니스! 그래서 ... 이렇게 왔잖아! 아얏." 그나저나 저 무지막지한 녀석을 저렇게 두드려 패다니... ... 대단한 여자다... ... 카일리는 참을성 있게 두 사람의 쇼 리플레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쨌거나... 참을성이 없으면 에이전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동안 퍽퍽대던 소리가 마침내 그치고 이안과 유니스가 털썩하고 카일리의 맞은편 의자에 주저 앉았다. 이안은 어찌나 맞았던지 머리가 다 흐트러져 있었고, 유니스라는 여자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카일리는 표정없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생긋.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유니스가 생긋하고 카일리에게 미소지었다. 카일리는 조금..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여자를 처음 봤던 순간부터... ... 느껴왔던 불안감... ... 그러니까.. ... ... ... ... 동류다... ... 이 여자. 유진과... ... 동류. "그러니까... ... 두 사람은 후훗... 내가 생각하는 대로의 사이인거지?" 느닷없는 여자의 물음에 두 사람의 반응이 동시에 튀어 나왔다. "제대로 봤군.".. 이안. "무...무슨 사이.."카일리. "까르르르르" 유니스의 입에서 명랑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대답을 추궁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 카일리는 이안을 한번 흘겨보며 입을 다물었다. "함께 침대를 쓰는 사이." 이안의 대답이다. "까르르르르, 정말?" 유니스의 갈색 눈동자가 다시 카일리에게 생긋 웃음을 보내왔다. "문자적인 의미에서 라면요." 카일리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모셔널한 측면에서는 아니란 말이지?" "피지컬, 이모셔널 모두 아닙니다." "까르르르르.. 그런 거였어..?" 웃음이 헤픈 여자다. 그런데 그 웃음이 거슬리지 않는다. "이안, 그러니까 ... 이안, 당신... 우~ 그런 거였어?" 유니스가 이번에는 말문을 이안에게로 돌렸다. 뭐가, 우~ 그런 거냐? 카일리에게는 거슬리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저 변태자식이 뭔가... 뭔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배고파." 이안이 짧게 대답했다. "으흠~ 말 돌리는 기술은 여전하네." "샌드위치 줘." "알았어... 알았다구..." 유니스가 카일리에게 눈을 찡긋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카일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무슨?" "함께 침대를 쓴다는 둥.." "사실이잖아." "... ... ..." 놀리는 듯한 시선과 말투. 잊고 있었군. 이 이안이라는 녀석. 원래가 이런 녀석이었지. "크로이첼씨." 허스키한 카일리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낮아졌다. "이런.. 화난 건가?" 3일간 카일리와 함께 수없이 부딪히면서 이안이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카일리는 화가 나면 의식적으로 더욱 표정을 지우고 목소리가 낮아진다는 점. 그리고 무지하게 예의바른 말투를 쓴다. "불쾌합니다." "피식-" 카일리가 눈썹을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크로이첼씨!" 카일리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귀엽군... 또 하나... 이 귀여운 카일리는 죽어도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이안은 이미 그 상태에서 카일리를 조금 더 자극하면 카일리가 그 가면을 벗어버린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그 상태에서 카일리의 냉정함에 질려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지만... 쿠... 귀엽다. 정작 자신은 냉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 미안.. 안그러지... 앞으로는." 이안이 입술을 실룩실룩 거리며 대답했다. 카일리는 자신도 모르게 볼을 부풀리며 이안을 노려보았다. 제 아무리 차가운 카일리라도 웃으며 사과하는 녀석에게 침을 뱉을 순 없는 노릇. 그점 역시 간파해버린 이안이었다. "이안,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입이 찢어진 거야?" 유니스가 양손에 큰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맛있는 냄새. 유니스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자... 이안, 당신은 언제나처럼. 화이트 롤, 토마토, 양상추, 알파파, 양파, 칠면조 햄, 소금 약간, 노버터, 노페퍼. 맞지?... 그리고 이쪽은... 이름이...?" "카일리 워입니다." "좋아요, 카일리, 짜짠! Sand Witch's 특제 호놀룰루 스페셜! " 카일리는 자신의 눈 앞에 놓은 거대한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달콤한 냄새가 났다. 카일리는 샌드위치와 유니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니스가 재촉하듯 미소짓자 카일리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우물우물... "... 어때?" 유니스가 드디어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물어왔다. "... ... ... " 우물우물... "맛있어요?" "... ... ... "우물우물... "맛없다면 그냥 솔직히 말해줘요. 내 착각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 ... ..." ... 무슨 착각? "... ... 최...고..." 카일리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유니스의 입에 함박 웃음이 걸렸다. 그녀의 미소는 이상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는 듯 온 까페 안이 환해진 기분이 들었다. "거봐, 최고의 점심식사라고 했지?" 이안도 마치 자신이 칭찬받기라도 한 듯 싱긍벙글거렸다. 끄덕. 네 녀석 따위 인정하긴 싫지만... ... 우물우물.... ... 맛있군. 카일리는 다시 한입을 베어 물었다. "카일리." 다시 유니스의 따뜻한 목소리가 카일리를 불렀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카일리조차도, 유니스에 의해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다정한 손길에 의해 가만히 쓰다듬어진 듯한... ...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어." "... ... ...?" "카일리, 당신은요. 당신의 영혼은... 꽃밭이예요. 그래서 햇빛이 많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이 유니스님의 임시 처방. 후훗, 맛있죠?" "맛있군요. 그런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우물우물. "까르르르.. 이안, 당신 친구 재밌어." "친구 아닙니다." 우물우물. "까르르르. 맞아. 문자적인 의미의 침대 메이트..까르르.. " 유니스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파인애플." 우물우물. "빙고!" "... ... 아보카도...?" 우물우물. "빙고! 예리한데요?" "맛있어요. 최곱니다." 우물우물 "와우~" 이안은 약간 얼굴을 찌푸린채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는 카일리와 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떠들고 있는 유니스를 바라보았다. 후훗.. 귀엽군.... 유니스 말고... ... "띠리리리." 이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예. 크로이첼입니다.... 예.... 예..." 카일리는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이안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바라 보았다. 동거(!)한지 3일 만에 처음 보는 이안의 진지한 표정이었다. "지금 가겠습니다." 탁. 이안이 전화를 끊었다. "미안... 저기... " 이안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어리며 머뭇머뭇 거렸다. "퍽! 가봐! 가봐! 잘나신 기자 나리! 퍽!" 유니스가 팔꿈치로 이안의 배를 강타했다. "여기... 카일리랑 나랑 놀고 있을 테니까. 괜찮지?" 카일리의 휘둥그레진 눈을 바라보며 유니스가 생긋 웃었다. 역시... ... 동류다... "흐...흠... 5시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일이 있어서." 저런 웃음에는 절대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알았지? 5시 전엔 돌아와. 네놈 곤조도 지긋지긋하다! 얼른가! 이 싸가지야! 퍽!" "알았어. 5시 전엔 지구가 두쪽이 나도 돌아 올테니까." 이안은 서둘러 남은 샌드위치 조각을 집어들고 코트를 걸치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 서로를 "理解"한다는 것은 서로를 "誤解"한다는 것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 ... 정말 그럴까요...? =-=-=-=-=-=-=-=-=-=-=-=-=-=-=-=-=-=-=-=-=-=-=-=-=-=-=-=-=-= 18. From Wrong To Right --------------- by Stryper "후훗.. 동감! " 카일리는 지금 두 시간째 자신의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재잘대고 있는 유니스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카일리 자신의 업무 외의 일로 누군가와 이렇게 장시간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의 내용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러니까..이안이란 녀석... 굉장히 성격이 드럽다구. 좀 더 살아보면 알겠지만.." 한편 누군가를 뒤에서 함께 욕하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화자간의 유대감을 긴밀화시킨다. "더할 나위 없이 찬성입니다." 카일리. "까르르르르 . 맞아. 난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때 전갈을 풀어서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었거든." "저...전갈..?" 삐질. "응... 시리아산 독이 있는 녀석을 이안의 신발에 넣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녀석이 내가 목욕하는 사진을 찍어서 협박했었거든." "... ... ..." 삐질.... 원래... 그런 놈이었군. "뭘 요구하던가요?" "훗. 친구가 되달라고 하더군. 자기가 싫증날 때까지." "... ... ... " "난 정말 녀석이 싫었거든. 왜냐면 처음 만났을 때 키스 당했기 때문에.. 우~ 지금도 기분나빠." "... ... ..." 삐질삐질.. "그런데... ... "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 전갈 독으로도 죽지 않던가요? 하긴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요. "죽일 마음이 사라져 버렸지 뭐야...?" "... ... ... " "...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어주는 놈이란 걸 알았거든. 까르르르" 맥이 탁 풀렸다. 겨우 그런 일로 살려 뒀단 말입니까? 그냥 그때 죽여버리지 그랬어요... "언제 일이죠?" "그러니까... 음.... 녀석이 14살 때...인가?" "... .... ... " 삐질. "머리가 좋은 녀석이었어." 유니스. "교활하죠." 카일리. "응, 집요하기도 하고." 유니스. "타고난 스토커인것 같더군요." 카일리. "맞아. 사람을 꼼작 못하게 만들지." "비열한 수를 써서 말이죠." "어린 녀석이 사진이나 찍고 말이야." "변태적이에요." "음흉하지. 그걸로 약점을 잡아 협박하다니.." "치사함의 극치, 비열함의 현신이라고 할까요.." "키스당한 건 아직도 기분나빠." "동감입니다." "너도 당했니?" ".... ... ...." "푸훗" 실수했다...카일리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저 유니스의 생긋생긋 거리는 미소... ... 절대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처음 만난 날이었죠." "푸훗~ . 협박도 당했어?" "네... ... "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불과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아주아주 옛날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말하고 싶지 않겠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카일리가 치를 떨며 말했다. "까르르르... 뭔지 굉장히 심한 짓을 한 모양이네?" "그때 전갈을 썼어야 했어요." "훗, 그래서 그 결과가... 침대 메이트?" "네. 사전적인 의미에서요." "... 자신이 싫증날 때까지?" "네." "까르르르르.... 그런 거였구나. 근데... 이거 알아?" "무엇 말씀이십니까?" "이안은... ... 굉장히 ... 질..겨..." "쿼바디스... ... 도미네." "까르르르르... 카일리 진짜 웃겨." 유니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카일리의 한마디마다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카일리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 한편으로는 자신의 불유쾌한 동거인을 쫓아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예감에 하늘이 쿠궁-하고 내려앉는 것이었다. 19. Let the Sunshine --------------- by Failures 그후로 얼마나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카일리는 알지 못했다. 그저 유니스와 쉴 새없이 까르르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몇 번인가 유니스가 손님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주방을 들락거린 동안 시간은 어느새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수많은 대화들을 통해 카일리는 유니스가 어린 시절을 모로코에서 보냈으며, 그곳에서 여름휴가를 온 이안과 처음 만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이안보다 나이가 2살 위인 서른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그러니까 카일리는 차이나 타운에서 자란 거구나." "네. 정확히는 차이나 타운에서 운영되는 고아원에서요." "그러니까... 카일리는 중국인?" "아니오. 그저 고아원 원장의 성을 땄을 뿐입니다. 동양계니까 부모의 국적은 정확히 알 수 없죠. 가끔 아이의 이름을 지어놓고 버리는 부모들이 있는데... 저의 경우에는 아무런 쪽지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더군요." "... ... 미안한 걸 물어본 거야?" "아니오. 그런 것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정말?" "예." "까르르르. 역시 내가 맞았던 거지? 카일리는 햇빛 음식이 필요했던 거야." "파인애플이나 아보카도처럼 말입니까?" "응" "이해 안됩니다." "까르르. 상관없어." "피식" 왜 이 여자와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지? "그런데 카일리." "네?" "이안이랑 해봤어?" "푸..훕!" 카일리는 한입 들이켰던 코코아를 뿜어내고야 말았다. 유리 테이블 위에 점점이 갈색 파편이 튀었다. "아.. 아..죄,죄송해요." 카일리가 얼굴이 빨개져서 더듬거렸다. "까르르. 괜찮아. 괜찮아. 테이블도 가끔씩 코코아를 먹어야 하거든." "아... ..." "까르르" "안해봤습니다." "그래?" "해볼 생각도 없구요." "음~"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거죠?" "그냥, 이안의 샌드위치랑 네 샌드위치는 잘 어울리거든." "... ... ..." "너, 이안의 타입인데." "푸훕!" 다시 카일리가 코코아를 뿜어냈다. 이번에 발 밑의 모래에다. "괜찮아. 모래도 코코아를 좋아해." "놀래키지 말아 주세요." "사실을 말한 거야." "하지만.... ... 크로이첼은 여자와.." "후훗, 알아.. 이안은 여자도 좋아하지." "... ... 여자... 도...그럼...?" "까르르.. 몰랐어?" "설마 했었지만... ... 쿼바디스... 도미네!" 20. Heart of Glass --------------- by Blondie 수많은 "까르르"와 두 번의 "쿼바디스 도미네"를 생성시키며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그리고 정각 5시가 가까워 왔을 무렵, 카일리가 시계를 들여다 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고 있을 때 아까와 같이 문을 벌컥 연 이안이 익숙한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늦지 않았지?" "지구가 세쪽 정도 나버린 줄 알 뻔 했지 뭐야. 까르르르" "기다리게 해서 미안. 이제 시내로 가야하지, 일하러?" 이안이 카일리에게 물었다. "아니, 당신과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유쾌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여어~ 너무 하잖아! 얼굴표정도 바꾸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상처 받는 다구!" 이안의 볼맨 항변. "당신을 배려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까르르르르. 이안, 졌다고 그냥 말해. 까르르" "알았어! 알았다구! 결국 날 지독하게 미워하는 두 사람이 만난 거지?"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만." 표정없는 카일리의 대답. "까르르르. 나 아직도 전갈 키우고 있는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유니스의 대답. "전갈? 전갈은 또 무슨 소리야?" 이안. "알 필요 없어!" 카일리와 유니스. 투덜투덜대는 이안의 성화에 카일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서둘러 시내로 돌아가 의뢰받은 일을 해야할 시간이다. "유니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점심이었어요." "까르르. 그렇지? 또 올거지?" "다음엔 크로이첼 없이 올게요." "좋아. 좋아. 카일리.." "네?" "기억해 둬. 네 영혼은 꽃밭이니까.. 언젠가 유리온실을 걷으면 사랑스런 꽃들이 만개할거야." 유니스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기억 해 둘게요." "그래. 그걸로 좋아. 그리고 파인애플이랑.." "아보카도.." "응... 꼭 먹어줘." "네." "암호 교환하지 말고, 어서 가자구." 이안이 중간에 투덜대며 끼어들자 유니스와 카일리는 동시에 이안을 노려보았다. "카일리, 그리고..." "네." 유니스의 얼굴이 스르르 카일리의 귓가로 다가와 속삭였다. "... ... 전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카일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푸훗, 기억해 두죠." "까르르. 좋아! " 카일리는 다시 한번 유니스를 행해 미소를 지은 후 바깥에 주차되어 있는 이안의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 유니스! 또 보자구!" 이안도 카일리를 따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안!" "응?" 이안이 막 몸을 돌리는 순간 유니스가 이안의 팔을 잡아 끌었다. "유리 온실은 깨지기 쉬워. 자칫 잘못하면 꽃들이 상해." "기억해 둘게." "그리고.." "응." "전갈 조심해." "무슨 소리야?" "까르르. 난 경고했다!" 21. You Drive Me Crazy --------------- by Britney Spears "자, 어디로 가야 하지?" "시내 전철역 아무 곳에나 내려 주면 됩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테니까요." "가는 곳까지 태워다 줄게." "아니오. 싫습니다." "너무해! 정말!" "에이전트의 규칙에 어긋납니다. 에이전트의 신상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니까요." "페어웰 에이전트란 것... 그렇게 위험한 건가?" "사람들은 쉽게 감정이입을 하니까요. 게다가.." "게다가...?" "상대방이 언제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크로이첼, 당신처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옆자리의 이안을 약올리는 카일리. 잠시동안 이안의 씩씩대는 숨소리만 차안에 울렸다. 카일리는 태연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태워다 줄게." 끈질긴 녀석이네... 카일리는 이안을 노려보았다. "싫다고 했지 않습니까. 이유도 이미 설명했구요." "내려주자 마자 쌩하니 사라지면 돼." "사진이 찍힐 수 있다는 생각은요?" "그런 미친 녀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더 심한 녀석도 있지 않습니까." "흐..흠.... 어쨌거나.. 내 차 번호로는 차주 조회가 안되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기자도.. 생명의 위협을 받으니까... 유령 번호다." 기가 막혔다. 도대체 이 이안이라는 녀석은 온갖 위법이라는 위법은 다 저지르고 다니면서 어째서 벼락을 맞지도, 경찰서에 끌려 들어가지도 않는단 말인가! 쿼바디스 도미네! "... 페어몬트 호텔로 가 주십시오." 결국 이안의 생떼에 또 져버린 카일리는 자신의 행선지를 털어놓고 말았다. "오늘은 누구한테 이별을 고하는 건데?" "당신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냉정해." "비열한 것보다는 낫죠." 오늘은 연이은 카일리의 판정승이다. "나, 이래뵈도 발이 넓으니까... 혹시 이상한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신원 확인 후 의뢰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녀석을 다루는 방법 쯤은 매뉴얼에 나와 있습니다." 카일리는 대답을 하면서도 이안에게 키스 당해버렸던 그날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키스에 대처하는 법은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다. 설마 저 녀석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카일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안이 말을 이었다. "혹시 특별히 변태적인 녀석일지도 모르잖아. " "당신보다 더 변태적인 상대방을 만날 것 같지 않군요. 이안 크로이첼씨." "입에 가시가 돋았어.." "상대에 따라서죠." 투닥투닥 싸우는 동안 이안의 차는 어느새 웅장한 페어몬트 호텔로 들어서고 있었다. "흠~ 이런 곳에서 이별을 하다니, 돈 꽤나 있는 녀석인 모양이군." "흥. 부러우시면 다음엔 이런 곳에서 차여 보시지요." 이유없이 이안의 하는 말에는 모조리 반대하고 싶어 쏘아주긴 했지만, 이안의 의견에 카일리도 동감이었다. 카일리가 페어웰 에이전트가 된 것은 3년전, 이 도시로 이주하여 자신의 구역을 가지게 된 것은 1년이 되었지만, 페어몬트 호텔이 의뢰의 장소가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어몬트 호텔은 이 도시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되었고, 그에 걸맞는 명성과 또한 배타적인 멤버쉽을 갖추고 있었기에. 어쨌거나 의뢰는 의뢰. 자신은 의뢰를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카일리는 안전벨트의 버클을 눌렀다. "늦을 거냐?" "아니오" 대답을 해놓고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이건.. 마치... 부부끼리의 대화이기라도 한 것 처럼...쯧.. "카일리" 몸을 돌려 차문을 여는 순간 이안의 음성이 들렸다. "왜 그러... 으..읍.." 순식간에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의 입술을 겹쳐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노련하고 숙련된 입술이 당황한 카일리의 입술을 벌려왔다. 이안의 혀가 카일리의 고른 이를 훑으며 카일리의 혀를 살짝살짝 건드려 오기 시작하자 카일리는 이안을 밀어내 보려는 하릴없는 시도를 했다. 물론 통할 리가 없었다. 이안의 혀가 카일리의 혀 옆쪽 예민한 곳을 톡톡 건드리며 자극해 오자 카일리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녀석을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의 키스와는 너무 다른 그 부드러움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에 떠오른 생각. 오늘 먹은 샌드위치가 잘 못된 것 아냐? 이 녀석 죽여버리고 싶은 것이 정상이잖아... 그렇잖아... 카일리의 머릿속에서 그런 말풍선들이 둥둥 떠다니는 동안 이안의 입술은 카일리의 귀를 지나 목덜미로 향했다. 귀 뒤를 부드럽게 혀로 간지르고... ... 목덜미를 세차게 빨아온다앗...? "퍽" 카일리가 거칠게 이안을 밀쳐냈다. 온통 붉어진 카일리의 얼굴이 이안을 노려 보았다.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미친 것임에 틀림없었다. 마치 폰 섹스를 했던 그날처럼... ... 그냥... 크로이첼 녀석이... ... 웃으면서... ... 웃으면서.... ... <미안>이라고 말해 준다면.... .... 나도 웃으면선... 웃으면서... 녀석의 면상을 한대 갈기고는.. .... <불쾌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주십시오> 하고... 말해 줄텐데... ... ... 하지만 이안은 전혀 웃지 않았다. 그저 지독하게 진지한 얼굴로 카일리를 바라보며 말했을 뿐이었다. "사귀자." 이...이 녀석... ... 미친거지... "... ... ... " 카일리가 말없이 이안을 바라보았다. "널 좋아한다. 사귀자, 우리" "헛소리" 카일리의 입에서 툭하고 말이 튀어나갔다. 헛소리. 재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 "물론 단번에 예스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어." "제가 왜 당신과 사귀어야 하는지 이유를 대 보시죠. 왜, 제가 당신같은 사람과 사귀어야 하는지." 말해 놓고도 카일리는 스스로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거지.. 그냥... 헛소리라고... 무시하고 차에서 내리면 되잖아. "호모포비아는 아니잖아." "호모포비아가 아니라고 해서 제가 게이나 바이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절대적으로 헤테로라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 왜 내가 이 변태 기자놈과 이런 대화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거냐. "사귀자." "논리적인 이유" "말하면 사귈래?" "... ... 절대. " "첫째, 처음 봤을때부터 사귀고 싶었으니까. 둘째, 두번째 봤을 때도 사귀고 싶었으니까. 셋째, 3일이 지나도 사귀고 싶으니까..." "어이가 없군요. 뭐든지 그렇게 당신은 당신 본위입니까?" 이안의 말도 안되는 대답은 맥빠지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뭔가 또 이상한 이유를 들어 협박이라도 해오면 어떡하나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던 카일리에게는. "뭐라 해도 좋아. 너랑 사귈테니까." "누... 누가..?" "이안 크로이첼과 카일리 워. 절대... 사귄다." "저...절대... 으읍." 다시 한번 이안의 입술이 가볍게 카일리를 덮쳐왔다. "짝!" 카일리의 손이 이번에는 제대로 방어를 해냈다. 이안의 뺨에 금새 빨간 손자욱이 생겨났다. "미친 변태.." 카일리는 문을 거칠게 열고 차에서 내렸다. 변태놈에게 기회를 준 자신을 탓하면서. "그럼 이따 보자! " 닭살 돋는 이안의 인사가 등뒤에서 들려오는 것을 무시하고 카일리는 씩씩대며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자신의 등뒤로 끈질기게 달라붙는 이안의 시선을 느끼면서. 역시... ... 전갈을 빌릴 날이 멀지 않았다. ... ... "후후..훗" 뭐가 그리 좋은지 카일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안이 핸드브레이크를 내렸다. 카일리가 뭐라고 하건, 이안은 카일리의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함께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자랑이냐... ...?--, 카일리의 의뢰 처리는 지극히 깔끔하고 간결해서 길어도 한시간 정도면 기다리는 시간은 충분할 것이었다. "응?" 천천히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던 이안의 눈에 흥미로운 광경이 비쳤다. 이안은 선글라스를 벗어들었다. "데인... 레이필드 ...?"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 세계 재계를 주름잡고 있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아버지 데인 레이필드가 가장 아끼고 있다는 또다른 데인 레이필드.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배후의 검은 손이라는 소문이 떠도는 남자. 지독한 탐미주의자이자 비밀주의자라는 레테르를 달고 다니며 남의 이목이나 의견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남자. 무엇보다도 엄청난 스캔들 메이커... ... 그리고... 성격 나쁜 녀석...! 이안은 지난번 마피아와 데인과의 관계를 캐려던 인터뷰에서 자신과 데인이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했던 일을 떠올렸다. "오늘은 또 누굴 만나러 오셨나...후훗..." 이안의 입술이 서서히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이안은 팔을 뒤로 뻗어 소형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녹음기능까지 달린, 엄청난 거금을 들여 마련한 이안의 취재 필수품 1호였다. =-=-=-=-=-=-=-=-=-=-=-=-=-=-=-=-=-=-=-=-=-=-=-=-=-=-=-=-=-=-= 아... 써놓고 보니... 이안은... 기자가 아니라 파파라치란 말이더냐? --a 아니예여~~ 기자 맞아요~~ 믿어줘여~~` 내일은 사천만이 기다리는 빨간날이로군요. 여러분 모두모두 즐겁게! 에너지 만땅으로 충전하시길 바랍니다. ^.^ 22. You Should Be Mine --------------- by 98 Degrees 카일리는 은은한 샹들리에가 걸린 호텔 로비를 지나 천천히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어차피 약속시간은 7시였기 때문에 그리 급히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충분할 터였다.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푹신한 붉은 카펫을 따라 카일리가 들어선 곳은 페어몬트 회원전용의 바였다. 바라니... 조용한 까페 쪽이 더 이별을 나누기에 적당했을 텐데... ... 어쩌면 이곳은 의뢰인의 추억이 담긴 곳일지도 모르지... "저... ... 안드레아 데본의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만. " 바텐더가 고개를 들었다. "아, 데본님께 전화 받았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데본님? 뭐야... 지금같은 시대에 이런 고풍스런 호칭은...? 카일리는 냉소를 흘렸다. 특권층의 알량한 프라이드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스템인가? 어쨌거나 '데본님'께서 친히 전화까지 걸어주셨다니 고마운 일이군... 보아하니 일개 페이웰 에이전트 따위는 금방이라도 내칠듯한 분위기로군... 구석자리로 안내받은 카일리는 바텐더에게 데인 레이필드가 오면 이쪽으로 안내하라는 부탁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알코올은 그 도수가 아무리 약한 것이라 해도 근무 중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수칙이었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카일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잠깐 조금전의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귀자고? .. 어이가 없었다. 첫 만남은 키스, 펠라치오의 강요, 다음엔 동거, 샤워실 습격... ... 그 다음엔 사귀자...라? 도대체 어떤 정신세계를 가진 놈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 곰곰히 이안의 정신세계에 대해 고찰하던 카일리의 머리 위로 회색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웬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찌푸린 얼굴로 서 있었다. "데본의 이름을 댔다고 들었는데..." A-리스트 특유의 목소리였다. 누군가에게 명령하는 것이 익숙한 말투. 카일리가 고개를 들었다.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 "그렇소만..." "안녕하십니까. 저는 페어웰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 안드레아 데본씨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름다웠지만 웬지 모르게 차갑고 잔혹한 인상의 얼굴이었다. "의뢰? 안드레아 그 쥐새끼 같은 녀석이 무슨 일을 꾸민 거지?" 역시나 카일리의 존재가 무척이나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 "저는 페어웰 에이전트. 안드레아 데본씨의 이별을 대행하러 왔습니다." "... ... ..." 데인이라는 남자는 잠시 카일리를 노려보더니 카일리의 맞은편 의자에 우아한 자세로 앉았다. "해보시지."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씨. 안드레아 데본씨의 말을 전합니다. <데인, 당신은 저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떠나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에게서 자유로워 지도록... 당신을 구속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제 사랑이라는 것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절 잊어 주신다면 저는 행복할 것입니다.>... 라고 안드레아 데본씨가 전해달라는 군요. 이상입니다." 굉장히 짧은 이별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카일리는 참을성 있게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데인이라는 남자는 턱을 괸 채 카일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표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그의 얼굴... 물론, 카일리의 무표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말이다. "그게 다인가?" 한참 만에야 데인이 입을 열었다. 감정없는 목소리. "그렇습니다." "소심한 녀석. 감히 그런 식으로 자신이 바람핀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지?" "... ... ..." 카일리는 입을 다물었다. 의뢰인과 상대방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신이 알 바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이별을 대행하는 페어웰 에이전트 였을 뿐... 카운셀러는 아닌 것이다. "... ...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지. 감히 이 데인 레이필드를 가지고 놀려고 한 것을." 카일리는 말없이 눈 앞의 데인이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흠잡을 데 없는 조각처럼 생긴 이 남자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카일리는 시사니 가십이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것이었다.)... 하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지만 금새 사라졌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카일리는 몸을 일으켰다. 언제나 이렇게 깔끔하게 이별이 마무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잠깐." "무슨 용건이 있으십니까?" "이름이 어떻게 되지?" "페어웰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카일리 워입니다." "... ... ..." 카일리는 아무 말도 않은 채 자신의 얼굴을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에 기분이 점점 불쾌해짐을 느꼈다. 이 시선은 굉장히 기분나쁜 경험을 카일리에게 연상시켰다. 젠장... .... 크로이첼 녀석이 생각나는군... ..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듯 갈 건 없잖아?" 돌아서던 카일리가 우뚝 섰다. 이 대사... ... 변태기자가 했던 대산데.. 불길한 예감이 스물스물 등을 타고 기어올랐다. "이야기를 좀 하다가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필드씨." 진드기 부류로군. 카일리는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진드기 부류란... 카일리가 전하는 이별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카일리에게 수작을 걸어오는 일련의 부류들로써 카일리로서는 감정전이를 일으켜 자신에게 덤벼드는 '상대방'들보다 더욱 골치아픈 '상대방'들이었다. '최근들어 진드기가 많아지는군..' "내가 누군지 알고 거절하는 건가?" "당신이 누구인지는 별로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않습니다. 그럼." 귀찮은데다가 오만하기까지한 진드기... "저녁을 같이 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길거야." 데인이 카일리의 손목을 잡아왔다. 카일리가 자신의 작은 체구를 원망하는 것은 바로 이런 때였다. 뿌리치려고 해도 물리적인 근력이 약할 때. 어쨌거나 카일리는 온힘을 다해 자신의 손목을 잡은 이 진드기의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그리고 데인을 노려보았다. 귀찮고 오만하고 예의없는 데다 자의식까지 과잉인 진드기. "상당히 불쾌하군요, 데인 레인필드씨. 저는 분명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되는데요." "애인이 있나?" "당신에게 제 사생활에 대해 밝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럼." 카일리는 냉랭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진드기에게는 일말의 여지도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익힌 교훈이었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진드기들은 제풀에 지쳐서 떨어져 나가게 마련이었다. "바래다 주지." ... 물론 그렇지 않은 진드기도 가끔 있다. 카일리는 이제 데인을 완전히 무시한 채 성큼성큼 바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일리가 자신의 신체조건에 대해 한탄하는 두번째. 성큼성큼 걸어도 키 큰 인간들이 곧잘 따라잡는다. 데인이 카일리와 보조를 맞추어 바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동행으로 오해한 웨이터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이지 신경쓰이는군. 카일리가 걸음을 빨리하면 데인도 걸음을 빨리하고, 카일리가 느려지면 데인도 보조를 맞추어 늦어졌다. 에잇. 카일리가 코너를 쓱 돌았다. 저곳이다. 설마 저곳까지 올까. 카일리가 들어간 곳은 화장실이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칸을 열고 문을 쾅하고 닫았다. 젠장, 불유쾌한 진드기... ... 어째서 요즘은 이런 일들만 일어난단 말인가! 카일리는 변기 앞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자유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사에 의해 이런 좁은 장소에 -물론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충분히 호화로운 공간이기는 하지만- 갇혀(!) 있다니 화가 나는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카일리는 특유의 에이전트로서의 참을성을 발휘하여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조용히... ... 귀를 귀울였다. 조용히 흐르는 가뇽의 음악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26분 45초가 지났다. 역시 진드기도 지친 것이겠지... ... 카일리는 가만히 도어의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밖으로 밀었다. "어엇!" 눈 앞에 그 진드기가 여전히 서 있었다. 저 의미 모를 불길한 미소를 띠고서. 카일리는 서둘러 눈 앞의 문을 다시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탁" 그런데 닫히던 문이 진드기 녀석의 발에 의해 다시 튕겨나가 열려 버렸다. 침착. 침착... 이런 경우... 침착이 제일이다. 카일리는 침을 삼켰다. 저 변태기자놈을 하늘이 내게 보내신 것도 이런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었을 것이다. "제게 무슨 볼 일이 있으십니까?" "후후... 있지..." 저 미소... 불길하다... 아앗! 순식간에 카일리가 화장실 안으로 밀어붙여졌다. 데인의 등뒤로 화장실의 도어가 받혔다. 이 상황... ... 어제의 샤워부스와 너무 상황이 비슷하잖아. 젠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불쾌하군요. 비켜 주십시오." "싫다면...?" 데인의 입술이 위험하게 미소지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수 밖에 없군요." "후후..경찰? 이 데인 레이필드를?" 뭐야? 그 웃음은? 네 놈이 그렇게 잘났냐? 순간 데인이 거칠게 카일리를 벽으로 밀어 붙였다. "... 무슨...짓입니까!" 다짜고짜 카일리의 셔츠를 잡아당긴 데인. 단추가 툭 소리를 내며 틑어져 나갔다. "후후... 임자가 있는 물건이었나?" "... ... ... " 카일리는 씩씩대며 데인을 노려보았다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맘에 들지 않는 표식이군." 데인의 손가락이 스르르 다가와 카일리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카일리의 몸이 움찔하며 굳어졌다. 잠깐... 표식이라면... 아까... 크로이첼 녀석이! 으아아아아! 죽여버릴테다! 이 자식! 죽었어! 하지만, 크로이첼을 죽이기 전에 이 진드기를 피하는 것이 먼저다! "뭐... .... 남의 초콜렛이 더 달콤한 법이지." 데인의 머리가 스르르 다시 카일리의 목덜미로 내려왔다. 카일리는 재빨리 데인을 밀치려 하였다. 하지만, 데인은 손쉽게 카일리의 두 손을 봉쇄하며 허벅지로 단단하게 카일리의 양 다리 사이를 고정시켰다. "당장... ... 손 떼지 못해!" 카일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화장실 안에 메아리쳤다. 왜 이럴 때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거지? "후후.. 귀엽군." 데인의 힘센 손이 카일리의 양손을 모아쥐고 한 손이 더듬더듬 카일리의 셔츠 단추를 풀러내리기 시작했다. 데인의 입술이 점점 카일리의 목덜미를 타고 어깨로, 그리고 가슴으로 내려왔다. "개자식! 너 죽여버릴테다!" "후후... 좋으실 대로..." 데인의 혀가 슬쩍 카일리의 젖꼭지를 건드려 왔다. "하지마!" "후후"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의 향수가, 그의 체온이 카일리를 압박했다. 머리 속에서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토할 것 같아... ... 카일리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마..." 카일리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 하지마...... 유진... 도와줘..." "아무리 불러도 네 애인은 오지 않아. 넌 내가 접수한다." 자신의 손을 모아 잡고 있는 데인의 억센 손힘에 손목이 저려왔다.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 기술 정도는 충분히 익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처럼 압도적인 힘의 열세에서는 그 사실조차 무력감만을 부추길 뿐이었다. "개소리 마!" 카일리는 비교적 자유로운 다리를 올려 데인을 걷어차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통할 리 없었지만... .. "훗, 도발하는 거냐?" 데인이 익숙하게 카일리의 버클을 풀러냈다. 숨이 막혀왔다. 여윈 카일리의 다리를 타고 바지가 흘러내렸다. 데인의 손이 카일리의 다리의 곡선을 즐기듯 오르내렸다. 소름이 끼쳤다. "개자식! 하지마!" 다시 카일리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울렸다. "넌 이제부터 나랑 사귄다." 데인의 달뜬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의 손이 브리프를 끌어내리는 동안 카일리는 욕을 퍼부으며 몸을 피해보려 했지만, 데인의 힘 앞에 어쩔 수 없이 당할 뿐이었다. 빠직. 이를 악물었다 .너... 당장 그 손 떼... 데인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그의 체온이 수치의 흔적이 되어 카일리를 괴롭혔다. 데인의 팽창한 분신이 자신의 배에 느껴졌다. "기억해. 넌 이제 내 것이다." 애널 근처에서 데인의 손가락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을 때 카일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순간이었다. "헛소리. 그 앤 내거다." =-=-=-=-=-=-=-=-=-=-=-=-=-=-=-=-=-=-=-=-=-=-=-=-=-= 회사입니다만.. 앞에서는 누군가가 여행스케치를 듣고 있고, 옆에서는 서태지가 쾅쾅거리고, 저는 또 Dimestore Hoods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모든 쿵짝거림과 왁자지껄, 우왕좌왕과 정신사나움이 "업무다" 이 한마디로 용납되고 있는... 또라이 집합체에서 오늘 또 하루를 보냄다... -ㅅ- 참, 그건 그렇고.. 전통 야오이 악역 데인의 등장입니다.!! 후후후후훗 23. The Boy Is Mine --------------- by Brandy & Monica 데인의 손가락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그의 근육의 움직임에서 그가 극도로 화가 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데인은 천천히 뒤돌아 섰다. 감히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다니... 죽고 싶은가? 그 틈을 타 카일리가 재빨리 데인의 팔을 피해 화장실의 구석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다리가 덜덜 떨려 도망칠 수가 없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바지를 끌어올리는 동안 너무 세게 깨물어 터져버린 입술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녀석이군!" 데인도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감히! 데인이 뒤돌아 서자, 미처 잠그지 못한 도어를 밀고 서 있는 키 큰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네..녀석!"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 페어몬트에서 에이전트를 성폭행하다. 좋은 헤드라인이로군!" "... ... 이안.... 크로이첼... ... " 데인의 근육이 일순 긴장하며 팽팽하게 굳어졌다. 이쪽을 바로보고 있는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화장실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소용돌이쳤다. "아직도 기억해 주시니 감사하군... 지난 번 만남이 생생했었나 보지?" "너... 재수없는 놈.." "후후... 재수없기는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너랑 할 말 없으니 당장 꺼지시지." "머리 나쁜 것은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아니, 못가. 저기 내 고양이가 있거든." 이안의 손가락이 데인의 등뒤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로 서 있는 카일리를 가리켰다. 데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것이라구?" "내 애인이다. 너... 내 것을 건드렸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복에 대한 각오를 했겠지?" 이안과 데인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둘은 서로를 증오를 담아 쏘아보았다.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내가 보기엔 온전히 네 것이 된 것 같지 않던걸?" "후. 사람말을 못 믿는군. 증거를 보여주지. 카일리, 이리 와라." 이안이 카일리를 향해 한쪽 손을 벌렸다. ... ... 무슨 소릴 하고 ... 있...는...거야.... .... 너희 둘... ...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카일리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변태기자.. 당신 지금... 날 부르고 있는거야...? 왜...? 침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을 향해 벌려진 이안의 팔이 보였을 뿐. 카일리의 몸이 휘청하고 움직였다. 천천히... 천천히... ... 카일리가 데인을 스쳐지나 갔다. 데인의 놀라는 표정을 뒤로 하고 이안에게로 다가... 섰다. 카일리가 이안의 손끝에 닿았을 때, 강한 팔 힘이 자신의 품으로 카일리를 끌어당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안의 팔 안에 둘러싸여 이안의 품 속에 파고들어 버렸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카일리는 이안의 가슴에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나... 어지러우니까... 잡아줘...그래, 그렇게 세게 좀... 잡아줘. 이 회전목마를 멈춰줘... "봤나? 데인... 감히 ... 내 아이를 건드렸어...?" "... ... ..." 데인은 이를 악문 채 이안을 노려보았다. 그의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안.... 크로이첼... ... 학창시절부터 데인의 천적. 운명적으로 정해진 상극. "믿을 수 없어." 데인이 으르렁거리듯 내뱉었다. 분명 카일리의 입에서 새어나온 흐느낌의 주인은 이안이 아니었으므로. "거봐. 역시 머리가 나쁜 거였어. .. 데인 레이필드. 경고하지. 내일 아침 일간지에 얼굴이 나오고 싶지 않거든 이 아이 옆에 얼씬도 하지마라." "니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 데인 레이필드를?" "후훗... 물론 일간지 하나의 입을 막는 것은 너한텐 어린아이의 팔을 비트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겠지... 하지만, 잊었나? 넌 적이 많아. 그렇지 않나?" "... ... ... " 데인이 이안을 노려보았다. 젠장. 데인이 지금 이처럼 실력가가 된 것은 단지 그의 아버지 때문은 아니었다. 언제라도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그의 능력. 그것이 데인의 성공의 바탕이었다. 좋다. 오늘은... ...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좋아. 오늘은 그냥 보내지. 하지만..." 빠드득. 다 잡은 토끼를 눈앞에서 놓치는군. "... 나도 경고하나 하지.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말을 마친 데인이 몸을 훽 돌려 화장실을 걸어나갔다. 데인의 등을 쏘아보던 이안은 그제서야 카일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매달리다시피 하여 기대있는 카일리. 아직도 눈을 꼭 감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작고 여윈 몸. "끝났어... 이제... 관찮아.." 이안의 낮은 목소리가 카일리에게 속삭였다. "... 흑....ㅎ ...흐..흐흑..." 카일리의 악문 입술 사이로 작은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이안은 카일리의 떨리는 몸을 두 팔로 꽉 잡아 부축하며 카일리를 마주보았다. 카일리의 감은 두 눈에서,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쉬이... 괜찮아... 괜찮아..." 이안의 입술이 붉게 떨리는 카일리의 입술을 가볍게 덮었다. 카일리의 떨림이 입술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괜찮아..." 이안이 다시 한번 카일리의 입술에 대고 속삭였다. 24. Good Morning Sunshine --------------- by Aqua "으음..." 카일리가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온몸이 격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통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 자신을 단단하게 끌어안고 있는 이 팔은... ... 카일리는 고개를 비틀어 옆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꼭 끌어안은채 잠들어 있는 이안.. 머리가... ... 빙빙... 돌았다. ... ... 비로소 어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욕지기가 올라왔다. "읍...." 카일리가 황급히 이안의 팔을 밀어내며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카일리의 움직임에 이안이 깨어났다. "우읍...읍..." 눈물인지 콧물인지... ... 시큼한 냄새가 나는 위액이 식도를 상처입히며 올라왔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카일리는 한참을 변기를 붙잡고 씨름했다. 그리고 더이상, 더이상은 정말로 짜낼 것이 없어졌을 때 창백한 얼굴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일어섰다. 세면대에 차가운 물을 틀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마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모든 상념들을 지워버리기라도 할 듯... 계속해서 물을 끼얹던 카일리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멍하니 바라본 거울 속에서 눈이 빨개진 창백해진 자신의 얼굴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 뒤에서 자신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이안의 눈도. 카일리가 천천히 뒤돌아섰다. 이안이 한걸음 다가서자 카일리는 무의식 중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괜찮냐?" "... ... ..." "... ... ..." "침대... ... " "...미안... ... 절반을 넘어왔지... 미안하다. 네 전화도 받아서 네가 너무 아파서 오늘 의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어... 미안하다..." "... ... ..." 카일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 생활 수칙을 어겼으니까... 이제... 내가 나갈께... 그럼 됐지...? 이제... 침대에 들어가서... 좀 쉬어..." "... ... ..."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왜...? "이제 더이상 괴롭히지 않을께. 미안해.." "... ... ..." 왜... ..왜... "...ㄱ....ㅁ...ㅏ..." 카일리의 입술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왜... 왜.... 당신이 사과하는 건데...? "너... 괜찮아 지는 것만 보고 바로 나갈께." 왜...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데...? "... ... 고... 마...워..." 카일리의 입에서 조그만 음성이 새어나왔다. "뭐?" 이안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뭐라구...?" 입이 이미 귀까지 찢어지며 카일리에게 성큼 다가서는 이안. 카일리가 고개를 훽 처들었다. 이 자식이... 쪽팔리게.. 두번 시키고 있어...! "고맙다구, 변태야!" 얼굴을 붉히며 소리지르는 카일리. "뭐? 다시 한번 말해줘! 그럼, 이제 사귀는 거지?" 이안은 카일리를 얼싸 안을 것처럼 흥분해서 다가섰다. "... ... 병신... ... 이해력이 떨어지시는 군요. 크로이첼씨. 고맙다고 했지, 사귄다고는 하지 않았잖습니까. 그리고... 생활 수칙을 두 개나 위반하셨으니... 벌로.. 이번 주 욕실 청소입니다." 돌처럼 굳어져 버린 이안을 무시하며 욕실을 나서는 카일리였다. =-=-=-=-=-=-=-=-=-=-=-=-=-=-=-==-=-=-=-=-=-=-=-=-=-=-=-=-= 눈앞에 천하장사 소세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먹을 것인가... 말것인가? 평소같으면 단 1초도 망설일 여지없이 꿀꺽해 버렸겠지만... .. 이... .. 이, 소세지는... ... ... 팀장에게... ... 똥침을... ..먹일..때... ... 사용한... 것이라... ... 우음... 그래도... ... 먹고 싶기도... ... 하고... ... -ㅅ- 꼭 똥침을 먹여주고 싶은 상황이었는데.. 제 손가락으로 찌르긴 싫고... ... 책상서랍을 뒤적뒤적했더니... ... 오오옷! 이것은!!!!! 손가락의 모양과 흡사한 천하장사 소세지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만... ... 뒷일을 생각치 못했군요.. ... 어떡하죠? 먹을까요? 말까요..? 25. Let the Music Do the Talking --------------- by Want 카일리는 읽고 있던 책을 신경질적으로 덮으며 저쪽에서 자신을 향해 머저리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안을 노려보았다. 녀석과 함께 살게 된 것이 어느덧 두 달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동안 이안의 갖은 협박과 회유를 통해 카일리의 생활 수칙에는 줄이 죽죽 그였고, 어느새 카일리도 이안의 뒤척거림에 신경쓰지 않고 잠이 들 수있을 만큼의 무신경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카일리는 흘러내리는 안경을 한 손가락으로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맘에 안든다... 제발로 나간다고 했을 때 얼씨구나 보내버렸어야 했는데... 젠장.. "크로이첼! 내 음악으로 돌려놔!" 변태기자의 음악 취향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신나게 슈가 레이를 따라 부르던 이안이 카일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싫냐?" "돌려놔!" 카일리가 다시 소리쳤다. "이거 좋지 않아?" "생활 수칙 48조. "나쁜 녀석"은 선곡할 권리가 없어!" "이봐!" "아바!" "... ...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든지!" 얼마만에 해보는 소리냐! 카일리는 이안의 불만어린 얼굴을 보며 오랜만에 통쾌함을 느꼈다. "완고한 녀석!"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 다시 거실안에 울려퍼지자 그제서야 카일리는 읽고 있던 책으로 눈을 돌렸다. "쳇... 어린 녀석이 너무 완고하면 좋지 않아." 이안이 투덜대며 카일리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 ..." 카일리는 이안의 말을 귓가로 흘려들으며 책읽기를 계속했다. "게다가... 어째서 그런 시대의 음악에 집착하는 거야?" 투덜투덜대는 이안. "이런 음악을 아직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 없어." "... ... 시끄러..." 음악 듣는데 방해돼. "너... 저 음악이 유행했을 때 태어나기라도 한거냐?" "휴..." 카일리가 탁 소리를 내며 책을 덮었다. 이 녀석... 시끄러....이제야 말로 유니스에게 전갈을 빌려야 할 때다. 책을 덮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안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이런 음악에 집착하는 거야?" "신나서." "지극히 가식적이야." "위악적인 것 보다는 나아." "이거.. 신나는 듯 해도. 차갑다구. 그렇지 않아?" 이안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촌스러워." "흠..." "촌스러움과 댄디함을 동시에 가장하고 있어."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카일리가 아무 흥미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신나는 척 하면서 감정을 숨기잖아." "... .. ... ." 무시. "가장 무도회 같아. 진짜 얼굴을 숨기고." "... ... 그래서 좋다구." 마치... 네 얘기를 하는 것 같군. 카일리. 그런건가? 자신을 숨길 수 있어서... 그런 가장 무도회 같은 음악이 좋은거야... 그런 거야...? 이안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 지는 것을 카일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카일리가 소파에서 일어나 옷장을 뒤적거리며 재킷을 걸쳐 입었다. "어디 가는 거야?" "의뢰." 짧게 대답한 카일리가 선글라스를 꺼내드는 것을 이안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 망할... 데인의 사건 이후로 카일리는 의뢰를 수행하러 갈 때마다 날씨에 관계없이 선글라스를 끼는 횟수가 늘었다. "하지만, 일요일 이잖아!" 이안이 볼멘 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일요일에 이별하는 사람들도 있지. 게다가 난 어떤 게으른 기자처럼 자기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거든. 그리고 크로이첼씨. "나쁜 녀석"은 소파 맨 왼쪽 칸에 대한 사용권만이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26. Show Me the Way Back to Your Heart --- by Brian McKnight 멍하니 카일리의 등을 쳐다보다 이안이 난폭하게 차를 몰아 찾아간 곳은 유니스의 까페 "Sand Witch's"였다. "어, 이안! 웬일이야? 이번엔 어딘가에서 총에 맞지 않은 모양이지? 까르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변함없이 유니스의 깔깔거림이 이안을 맞이했다. 이안이 성큼성큼 자신의 지정석으로 걸어가자 동안 유니스도 자연스럽게 그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이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자님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자님> .. 그 얘기.. 카일리에도 해줘." "까르르르... 그런 거였어...? 어째, 누가 이안의 속을 태우나 했지...까르르.. 쉽지 않지?" "이봐..." 이안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봐, 유니스. 햇빛을 쬐여도 유리 온실이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유니스의 얼굴에 장난기가 떠올랐다. "후훗...그렇게 어려워?" "후~... 유리를 깨버릴까?" "까르르르. 이안, 꽃들이 다칠텐데?" "영원히 꽃들을 만져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우~~ 과격하기도 하셔라. 까르르." "... ... 요즘... 녀석을 보고 있으면... ... 조마조마해." "... ... ..." 이안의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만지작거렸다. 유니스는 샌드위치와 커피의 맛을 망친다는 이유로 까페 내에서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기에, 이안으로서는 (유니스의 쟁반구타 세례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담배의 감촉이나마 느끼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저절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타입이야. 정작 본인은 그런 것 모르겠지만." 유니스가 말했다. "... 후... ..."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카일리를 처음 본 순간... ...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아니...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애의 유리 온실 말이야." "후... 그럴지도..." "까르르.. 무슨 일 있었어?" 이안의 분통을 터뜨리며 페어몬트 호텔에서 데인과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지금도 데인...녀석... 그 이름만 들어도...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어... 이안, 데인이라는 그 사람이랑...친구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 친구라니!" 이안이 펄쩍 뛰며 유니스의 말을 부정했다. "고등학교 같이 나오지 않았어?" "그렇다고 .. 친구라고 말할 수 있어? 그 자식... ... 고등학교 때도 밥맛이었다구." "까르르... 애인이라도 뺏겼어? 왜 그렇게 흥분해?" "하여간. 그놈은... ... 무지... ... 재수없어." "푸훗,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나 싶다..." "넌... 잡지나 뭐 그런 것도 안보냐?" "... ... ... 안봐." "... ... ..." 유니스와 한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후 이안은 시내로 차를 몰아오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아까 유니스와 나눴던 대화의 한 토막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았다.. "깨뜨려 버릴까?" "그러고 싶어?" "... ... 아.니... " "까르르, 이안 바보." "뭐얏!" "온실 안으로 들어가면 되잖아." "... ... ..." "문을 열고 들어가. 그러면 되잖아." "문을 열어?" "빗장을 풀고 들어가." "... 빗...장... ..." 빗장이라구...? 빗...장... .... 카일리가 빗장을 채운 건 ... ...역시..... ... 그건가?. =-=-=-=-=-=-=-=-=-=-=-=-=-=-=-=-=-=-=-=-=-=-=-=-=-=-=-=-= 쿠쿠쿠쿠.. 이안.. .. 바보짓 시작!! -.-V 묻는 분들이 많아서 말이져.. .. 소세지.. .. 그거... 홀딱 먹어버렸슴다. 꾸우우우웩.. .. .. 이라기 보다는... 맛있었다는.. ... ... ㅅㅅ 자, 또 다른 주말입니다!!! 정신놓고 놀아봅시다!!! (바부.. .. 평소에도 정신놓고 살고 있으면서..) 하하하하하핫. 컴백.. ..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꾸..웅... 너무..놀았더니.. .. 삭신이 쑤십니다. (역시..나이는 속일 수가 없는 것이여.. -ㅅ-) 이런 날 "몸빼"라도 입고 근무하면 앉아 있기가 좀 편할 텐데.. .. 누군가가.. .. "몸빼의 무늬는 로코코와 아르누보의 장식성을 계승한 듯 하다"라고 쓴 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그건 그렇고.. 몸빼라.. .. 함 입어 볼까? 어디 가면 싸고 이쁜 몸빼를 살 수 있을까요? =-=-=-=-=-=-=-=-=-=-=-=-=-=-=-=-=-=-=-=-=-=-=-=-=-=-=-=-=-= 27. Every Time Two Fools Collide --------------- by Kenny Rogers 수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한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 이별을 한다. 그리고... 그 이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면 사람들은 페어웰 에이전트를 찾게 된다... ... 페어웰 에이전트. 냉정한 얼굴로 이별을 고하는 천사. 카일리는 지하철에서 내려 천천히 아파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일리의 손에는 저녁으로 먹을 스파게티면과 피클이 들려 있었다. (물론 1인분이다) 아파트 앞에서 자신의 방을 올려다 보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카일리의 표정이 약간 찌푸려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 아파트의 불빛을 확인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약... ... 저 불빛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진다면... ... 약간은... ... 아주 약간은... ... 서운하겠지... ... 그리고, 그런 자신이 싫었다.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한다는 것. 그런 일이 생겨날까 두려웠다. 게다가 저놈. 정상인이 아니라구. 유진이 입버릇처럼 걱정되니 룸메이트라도 들이라고 했지만... 저런 녀석을 들이란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후.. .. .. 어느새.. .. .. 가을도 끝나가고 있다. .. 카일리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딸깍.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이안이 치를 떨며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였다. 벨을 누르지 않고 열쇠로 문을 여는 것. 음악이... ...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반도네온..? 정말이지, 네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 쯧. 너같은 녀석이 자신의 음악을 듣고 있는다는 걸 알면 피아졸라도 기분이 나빠질 텐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등을 돌린 채 열심히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작성하고 있던 이안이 몸을 돌려 카일리를 바라보았다. "어. 왔냐?" "... ... ..." 카일리는 아무 대답도 없이 털썩하고 수퍼마켓 봉투를 내려놓았다. "밥먹자." ".... .... ..." "씻고 나와. 같이 먹자." "왜...제가 당신과 밥을 함께 먹어야 하죠?" "내가 저녁 다 차려놨거든.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 "크로이첼씨!" 카일리가 허리에 손을 얹은채 이안을 노려보았다. 제멋대로인 인간 따위. 정/말/이/지/ 싫다. "당신... ... 혼자 먹으십시오. 저는 따로 먹을테니." "2인분 만들었는데?" 발끈. "그럼 버리든지, 남겨뒀다 내일 또 먹든지 맘대로 하시죠." "...쯧... 너...지구상에 기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지 아냐?" "... ... ..." "먹어주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이자, 예의란 걸 모르냐?" "궤변 늘어놓지 말아요." "먹자." "혼자 먹어요.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이자 예의는 따로따로 지키자구요." "먹자." "... ... ..." 카일리는 말없이 욕실로 향했다. 싫다... 저런 녀석. 욕실문을 안에서 감궜다. 언제나 경쾌한 "카일리의 샤워송". 카일리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욕실문을 열고 나왔을 때였다. 냄새... ... 카일리의 눈썹이 찌푸려 졌다. 식탁 위에서 정체불명의 요리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두개의 스프 그릇에 담긴 저 요리... ... 이안이 책상의 의자를 끌어와 늘상 카일리가 먹는 자리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먹자." 싱긋하며 카일리의 자리를 가리키는 이안. "휴~" 카일리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늘상 느끼는 거지만 이 변태기자놈은 무지무지무지하게 ... ... 질기다. 카일리가 마지못해 이안의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동거를 시작한 지 처음 이안과의 식사다. 카일리는 스프 그릇에 담긴 그 요리를 내려다 보았다. 노르스름한 쌀... 푸른 야채. 버섯. 해산물. .. 이 진득한 국물에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이게... ... 뭐..죠?" 싱글벙글대는 이안에게 물었다. "하하... 잘 만들었지?" "이게... ... 뭡니까?" "정말 몰라?" "모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요리로군요." 이안이 순간 돌처럼 굳어졌다. "몰라?" "모릅니다." 카일리가 스푼으로 그 요리를 휘적휘적 성의없이 뒤저으며 대답했다. "그거... ... 누룽지탕인데." "... ... ... " 이번에는 카일리가 돌처럼 굳어졌다. 카일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요리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이게 어디로..봐서.. 누룽지 탕이냐...? "이상하다... 차이나 타운에서 사온 요리책인데?" "누룽지탕 아닌데요." "무슨 소리야? 너에게 정서적 친근감을 안겨 주려고 특별히 준비한 건데! 맞어, 누룽지탕! 중국인들이 매일 즐겨먹는 누룽지탕!" "... ... 바보."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아이보리색 스웨터를 입고 있는 이 멀끔한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중국인들이... ... 매일... ... 누룽지탕을 ... ... 먹는다구요?" "그래." "누가... ... 그러던가요?" "... ... ... 요리책에서." "... ... ... 바보." 네놈은 바보냐. 중국인들이 매일 누룽지탕을 먹으면... 흑인들은 전부 마이클 잭슨이고... 동양인은 전부 이소룡이냣..? 그래... 그렇게 말하고 보니... 누룽지탕을 흉내내려다 실패한 음식 정도로는 보인다. "... ...썩 잘 만든 누룽지탕은 아니네요." 카일리의 허스키한 음성이 냉랭하게 말했다. "하...하...핫... 모양은 그래도... 맛은 있을거야. 먹어봐." 이안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카일리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한 스푼을 떴다. 그리고. "우....우웩...!" 입을 막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야! 카일리! "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누룽지탕을 한 입 삼켰다. "이게 뭐... ... 어떻다고.... ..우...... 우... ...웩.." 이안이 황급하게 입을 감싸쥐로 싱크대로 뛰어갔다. "우....웩....웩..." 화장실에서 입을 씻고 있는 카일리.. "우..... .... ... ... 뭐야....웩..." 싱크대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이안. 곧이어 카일리가 충혈된 얼굴로 화장실에서 입을 닦으며 나왔다. 그러다 싱크대에서 비틀거리며 고개를 드는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푸훗..." 카일리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었다. "파...하하하하하하하핫" "야...야... ... 웃지마." "바....바....바..보.....오..하..풋.....후후후후후후" "흠..흠..." 이안의 당황하는 모습이 기분좋았다. 그러니까.. ... ... 당신도... ... 뭐든... 잘하는 건 아닌거로군. "아... 이상하네. 분명히 요리책 대로 했는데..." "풋." 카일리는 또다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자신의 스프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안이 멍한 얼굴로 지켜보는 앞에서 그 <실패한 누룽지탕>을 주르륵 배수구로 흘려 보냈다. "여어... ...너무해... ... " 이안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그럼... ... 크로이첼 씨. 당신이 다 드시겠습니까?" "... ... ..아니." 결국 그날 저녁은 카일리가 투덜투덜대며 스파게티면을 삶아 둘이서 1인분을 나눠먹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늘상 느끼는 거지만... ... 정말... ... 싫은 동거인이다... ... 28. Let It Flow --------------- by Ash 카일리가 아작아작 과자를 씹으며-저녁으로 먹은 스파게티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카일리." 책상에 앉아 있던 이안이 말을 걸었다. "... ... ..." "카일리." "말씀하십시오." 다소 짜증이 난 카일리의 말투였다. "니가 나랑 사귀지 않는건 말이지.." "... ... ..." 카일리가 책에서 눈을 뗐다. 이제 본격적으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 시작인가? 저 사귀자는 헛소리. 최근 좀 잠잠하다 했더니. "역시 그것 때문인거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펠라치오." 카일리의 손에서 과자가 덜어졌다. 카일리의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기... ...기억하기 싫은 것을 왜... ... 지금와서 끄집어 내는 거냐... "그것 때문이지?" 이안이 책상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미친 녀석. 그 얘길 하면 어쩌자는 거야. "... ... ... 흐, ...흐흠... ...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군요. 크로이첼씨." 카일리가 재빨리 정신을 추스리려고 애쓰며 말했다. 미.친. 녀석. "그래서 말인데. 사과하는 뜻에서... ... " 두근두근. 카일리는 멍하니 이안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미친 녀석. "내가 너한테 해주면... ... 그러면 되겠냐?" 퉁. 머릿속에서 가늘고 예리한 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이... 이놈... 무슨... 소릴하는 거야? 꿀꺽. 카일리는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 지금... 지금... ... "내가 너한테 해주면 비긴거니까." 이안이 침대의 반대편에 와서 걸터앉았다. 카일리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미..쳤군요." 카일리의 입술을 툭 비집고 나온 말이었다. "하자." 이안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를 그리면서 미소짓는 것을 바라보던 카일리는 화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완전히 싸이코 아냐? "싫습니다." 카일리의 목소리가 약간 떨려서 나왔다. "난 할건데?" 이안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담겼다. 미... ...미친... 카일리가 책을 내동댕이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입술을 깨물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하시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십시오." 그리고는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순간이었다. 카일리의 손목이 세게 뒤에서 끌어당겨졌다. 턱. 순식간에 카일리의 이마가 이안의 가슴에 부딪혔다. 카일리가 눈을 들자 마치... 처음 만났던 날처럼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는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이안이 세게 쥐고 있는 손목이 저려왔다. "... ... 놔... ..." 카일리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싫어." "꺼져버려.." "후훗." 이안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고 생각했다. 카일리가 이를 악문 순간, 카일리의 몸이 기우뚱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천장이 빙글하고 돈다고 생각했다. 까칠한 카펫이 뺨에 와 닿았다. 카일리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고 있는 이안의 무게가. 그의 팔이 자신을 누르고 있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개자식... ... 비..켜..." 카일리는 이안을 밀어내려 움찔거리며 이안을 쏘아보았다. 웃고 있는 이안의 눈빛이 위험하게 느껴졌다. 카일리의 머리 속에서 다시 빨간색 경보등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첨엔 이번 소제목을 X-Clan의 Fuckin' Lesson으로 할려고 했었다져.. ..-ㅅ-; 그후 Metallica & Britney Spears의 So Fucking Crazy로 바꿨다가... .. 결국은 이 제목으로 하고 말았다는 ... .... ... 그 이름하야.. ... ... 馬脚전설... ... 푸헷 =-=-=-=-=-=-=-=-=-=-=-=-=-=-=-=-=-=-=-=-=-=-=-=-=-=-=-=-=-= 29. Under a Glass Moon --------------- by Dream Theater "...비..켜...." "사과할게. 그날 일." 이안의 입술이 약간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순간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분신을 움켜잡자 카일리의 몸이 굳으며 움찔거렸다. "너... 너... " 손떼....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목구멍에서만 말이 맴돌 뿐 소리가 되어 나가지 않았다.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이안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 카일리의 분신을 입에 머금었다. "죽어...엇...하앗." 놀란 카일리가 윗몸을 일으키려하다 다시 이안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안의 혀가 능숙하게 카일리의 분신을 휘감아 왔다. "하... 하..지..ㅁ...읏.." 카일리의 허리가 다시 튕겨 올랐다. 카일리의 손이 카펫으로 파고 들었다. 죽여...버..릴... 입술을 악물었다. 싫어. 하지만 카일리의 육체는 카일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민감하게 이안의 혀에 반응해 갔다. 이안이 슬슬 카일리의 밑동을 간질여오며 자극하자 카일리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주...죽...어..." "좋아해." 이안이 카일리의 것을 입에 문 채 말했다. 살짝살짝 긁히는 그의 이빨이 더욱 카일리를 견딜 수 없이 몰고갔다.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하...ㅎ...앗....하지....." "좋아해. 카일리 워. 너를 좋아해." 이안의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올 수록 카일리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마... 하지마... 이안의 이와 혀가 한참 동안 계속해서 카일리를 자극했다. 미친 녀석... ... 카일리는 다리를 버둥대며 이안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상태에서 이안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안의 혀에서 나는 소리가 미친 듯이 카일리의 귀를 파고 들었다. "비...비켜... ...미친.... ..." 카일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더 이상... ... 참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잠깐... 이안의 입술이 떨어지는가 했다. 그리고 순간 이안의 손가락이 카일리를 막아왔다. "읏... ..뭐..하는... ..." 카일리의 목에서 얼굴로 홍조가 퍼져나갔다. 다리 하나가 저절로 무릎을 세웠다. "같이 가자." 이안의 목소리가 속삭여 왔다. 카일리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통스럽도록. < 욕망이 배출되기만을 바라고 있었을 뿐 . 이안의 말 따위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놔....놔 줘." 카일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변해서 나왔다. 순간이었다. 이안의 손가락이 카일리의 애널을 건드려 왔다. "아..읏." 카일리의 허리가 튕겨 올라갔다. 카일리는 얼굴을 일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마. 이안의 손가락이 하나둘씩 카일리의 애널을 넓히기 위해 파고들어오자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정신이... 일체의 이성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 .. "좋아해. 카일리... ... 같이 가자." 다시 한번 이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엄청난... 이물감이 카일리의 애널을 파고 들었다. 카일리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자 다시 이안이 속삭여 왔다. "힘빼.." 미...친... ... 너라면 힘 빼겠냐? 카일리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꼭 감고 있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카일리의 분신이 아직도 고통스럽게 욕망의 배출을 주장하고 있었다. 카일리는 어쩔 줄을 몰랐다. 순간 뜨겁고 까칠한 것이 얼굴에 닿는다고 생각했다. 이안의 혀가 천천히 카일리의 눈물을 핥고 있었다. "하...하지..마.."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의 입술을 덮었다. "사랑해." 이안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카일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스러운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이안은 카일리에게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욕망 때문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카일리를 보호하고 싶었다. " .아...앗..." 카일리의 애널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카일리의 손이 카펫을 떠나 고통스럽게 이안의 등을 파고 들었다. 아무런 ... ... 생각도 나지 않았다. "좋아해... 좋아해..으음..." 이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려왔다. 이봐... ... ... 지금 무슨 말을 ... 하고 ... 있..는..거야... ...미. 친. 녀.석. 아. 카일리는 입술을 악물었다. 이안의 움직임이 천천히. 천천히 . 카일리를 흔들리게 했다. "아... 아파... ..." 카일리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배어나왔다. "조금만... ..조금만... 힘을 빼.. 카일리." 카일리는 필사적으로 이안의 말을 따르려고 애썼다. 이미 증오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여보기 위해 카일리는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이안은 천천히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카일리가 지금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안은 온몸을 알고 있었다. "좋아해. 너를" 이안이 조금 더 깊게 페니스를 찔러 넣었다. "하앗." 순간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던 카일리의 얼굴에 홍조가 퍼져나갔다. 이안이 다시 한번 그곳을 자극하자 카일리의 손톱이 이안의 등을 파고 들었다. 자신의 손안에 있는 카일리의 분신이 욕망으로 어쩔 줄 모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안이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이안 자신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파...하...앗.." 카일리가 고양이처럼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동시에 갸르릉거렸다. 이안이 정신없이 속삭여왔다. "사랑해...사랑해." 이안의 땀방울이 카일리의 위로 떨어졌다. 등에 마찰되는 카펫의 감촉이 아팠다. 눈을 뜨자 천장이 이상한 무늬를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창백한 달이 보였다. 카일리는 다시 눈을 감았다. 순간 이안이 손가락을 뗐다. 기다렸다는 듯 카일리의 욕망이 분출되었다. 동시에 따뜻한 것이 애널을 타고 흘러내렸다. 온몸에서... ... 힘이 빠져 나간 것처럼... ... 카일리의 다리가 축 늘어졌다. 아무런...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 ... 귓가에 익숙한 Oblivion이 들려왔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이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을까... ... 이안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느껴졌다. 그의 체온이 자신을 아직도 감싸고 있었다. .. ... 답답해... 수치심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저... ... 머릿속이 새하얬을 뿐. 잊고 싶었다. 모든 것. 그저... ... 잊고 싶었다. Oblivion. 망각. 공기중에 습기가 많아져서 일까요? 서서히.. .. 조증에서 울증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한.. .. -ㅅ- "아... 안돼!!! 싫어!!"(<--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가.... ... -.-;;) 아직은 조금더 조증 상태에 머물고 싶은데... ... .. !!!!!!!!!! 이놈의 조울증 생체커브는 극복도 안돼.. .. -ㅅ- 어떻게 조금 발악해 보려고.. .. .. 케이. 디. 랭을 들었더니.. .. 으아아아악... .. 그게 쥐약이었어!!!!!!! !!! 그게 변곡점이었어!!! !!! !! 이런!!! !!! !! 쿵쿵쿵!!! !!! (모니터에 머리박기) 싫어!!! !!! 그냥 조증할래!!! !!! !!! (이러는 거 보니... 아직은 조증이군... .. -ㅅ-) ... ... .. 조증과 울증의 귀로에서.. .. 馬脚이었습니다.. ... 후... ... =-=-=-=-=-=-=-=-=-=-=-=-=-=-=-=-=-=-=-=-=-=-=-=-=-=-=-=-=-=-=-=-=-=-=-=-=-= 30. Just Like This --------------- by Limp Bizkit 따뜻한... ... 체온이... ... 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에 이안은 눈을 떴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따뜻한.... ... 체온을... ... 안고... ... 잠이 들었었는데....? 이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샤워실 안으로 사라지는 카일리의 등이 보였다. 곧이어 마돈나의 노래가 들려왔다. 분명히... ... ... 자신이... ... 카일리를 안고 침대에 들었었다. 이안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느꼈다. ... .. 원래... 계획은 그것이 아니었다... ... 다만... ... 펠라치오를 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 ... 빗장을 벗기려고 했을 뿐인데.. ... 카일리를 보는 순간... ...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 ... 그래서 카일리를 가졌다. ... ... 그리고... ... 마치 정신이 나간 것처럼... ... 널부러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카일리를 안아들고... ... 침대로 들어왔었다. (물론, 치밀하게도 이안은 자신의 반쪽에 카일리를 안고 누웠다.) 카일리는 고른 숨소리만을 들려줄 뿐... ...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카일리의 작은 몸에 팔을 두르고... ... 그 따스함을 느끼면서... ... 함께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 내일아침 깨어나면 따귀정도는 각오해야 겠지...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었는데... ...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이안은 침대에서 발을 내딛었다. 물을 마시려고 식탁 쪽으로 걸어가던 이안의 눈에 카펫에 진 갈색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피다. 어제... ... 카일리가 흘렸던 피. 심장이 터질 것처럼 펌프질을 해댔다. 괜찮은 거냐? 너? 정말 괜찮은 거야? 딸깍. 욕실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던 카일리의 눈이 이안의 눈과 마주쳤다. 창백한 카일리의 얼굴이 유령처럼 흔들거렸다. 카일리는 이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옷장문을 열었다. 다리를... 조금 ... 절었다. "괜찮냐?" 이안이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카일리의 고개가 천천히 이안을 뒤돌아보았다. 창백한 얼굴에... ...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괜찮습니다... ..." 괜찮을 리가 없잖아... ... 괜찮을 리 없다는 것은 이안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봐... 무리하지 말아. 오늘 하루 쉬어. 병가라도 내라구." 카일리는 아무런 말 없이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걸쳤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꼈다. 그리고는 현관 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안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카일리를 지켜보았다. 현관의 손잡이를 잡은 채 카일리는 잠깐 이안을 돌아보았다. "크로이첼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 의뢰받은 일을... ... 사전 연락도 없이 변경할 순 없습니다. 저녁에 뵙지요. 그럼." 현관문이 닫혔다. 저...저 녀석... ... 충격으로... ... 미쳐버린 거... 아냐...? 이안이 망연자실하여 서 있었다. .. 31. Dazed and Confused --------------- by Led Zeppelin 차가운 바람이 카일리의 뺨을 스쳤다. 찌릿한 통증이 등을 따라 올라오자 카일리는 주머니 속에서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머리 속에서 또다시 회전목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소리를 낸다. 카일리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애초부터 오전에 의뢰 따윈 없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침부터 누군가에게 이별을 고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의뢰는 대부분 점심에서 저녁 사이에 이루어진다. 그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 뿐이었다. 기자 녀석이 자신의 판단력을 흐리지 않는 장소에서 결론내리고 싶은 일이 있었다. Sand Witch's로 갈까... ... 카일리는 잠시 동안 생각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 누구도... ...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 특히나 유진을 연상시키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 죽을 힘을 다해.. ... 피하고 싶었다. "택시!" 카일리가 손을 들자 택시 한대가 미끄러지듯 카일리의 앞에서 멎었다. "스퀘어 파크 내 비손으로 가 주십시오." 비손의 문을 열자마자 카일리는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날카로운 바이올린의 음색. 크레머의 연주임에 분명한... ... Oblivion. 망... 각...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예약하셨습니까?" 정중한 목소리가 카일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카일리가 고개를 흔들자 그는 카일리를 예전의 창가자리로 안내했다. 처음 의뢰로 이안을 만났던 자리다. 혼란스러웠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혼란스러움이었다. 지독하게 갑갑한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식의 불명확함은 카일리에게 있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상에서의 일탈. 고요한 감정에서의 일탈. 한번도 자신의 감정에서 도피해 보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자꾸만 도피하고만 싶은 이 감정이 카일리를 더욱 ...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체를 규명해야만 했다. 참을 수 없었기에. 웨이터가 소리없이 다가와 카일리가 주문한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씁쓸한 커피향기. 쓸쓸한 바이올린. 태양빛. ... 어제... ... ... 이안을 뿌리칠 수도 있었다... ... 카일리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욕망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지만... ... 녀석의 갑작스런 수작에 넘어가긴 했지만... ... 정말로... 정말로.... 원하지 않았다면... ... 녀석을 뿌리쳤을... ... 것이다. 아니, 적어도... ... 그렇게 정신을 놓은 채 ... ...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오늘 아침 눈을 뜨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카일리를 괴롭혀온 질문이었다. 사랑... ... 하고 있나...? 당치도 않다. 카일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마음 속에서 완고하게 아니라고 반응을 보내온다. 남은 대답이 하나... ... 깜박깜박 거렸다. 별로... ... 마주 하고 싶지 않은 ... ... 답이다. 하지만... ... ... ... 다만... ... 끌리고 있었다. 그래. 그것이었다. 이미 느끼고 있지만 인정하기는 싫은 결론. 나, 카일리 워는 "나쁜 녀석" 이안 크로이첼의 집요한 광기에 끌리고 있다. ... .. 다/만/... ... 끌리고 있다. 카일리는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썼다. 쓴 웃음이 났다. 그런 거였나? 크로이첼 변태기자... 당신... 감히... .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신의 집요함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군 그래. 피식. 아까부터 심장 근처에서 따끔거리던 이 감정의 실체를 막상 마주 대하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카일리는 천천히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건배... ... 당신의 집요함을 위해. ...큭... ..." 한동안 크레머의 날카로운 바이올린 음색에 취해 있던 카일리가 드디어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지금쯤... ... 집에 들어가면... 이안의 취재를 나가고 없을 것이었다. 요즘 뭔가 복잡한 일의 취재로 이안이 바쁘다는 것은 카일리도 알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좀 읽은 후 오후에는 의뢰를 수행할 생각이었다. 카일리 역시 요즘 점점 의뢰양이 많아지는 것이 몇 달 후면 트리플 스케일의 링크로 승격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면... 트리플 스케일의 링크가 되면 카일리에게는... ...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카일리가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려 웨이터에게 빌을 가져오라는 표시를 했다. 가벼운 발걸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 카일리가 고개를 들었다. "... ... 당...신은..." 경악을 담은 목소리가 카일리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오랜만이군." "... ... 데인... ... 레이필드... 쥬니어... ..." 드디어 주말입니다. 어째.. ..이번주는 꽤 힘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스트레스 해소 상대였던 팀장이 출장을 가서 그랬나.. ? 하여간 눈치를 보아하니 저도 곧 출장을 갈 것 같은 분위기.. 음.. .. 돌 맞아 죽지 않으려면.. .. 그전에 끝내야 한다는 얘긴가..? 헉.. 날 잡아 잡소~~~ =-=-=-=-=-=-=-=-=-=-=-=-=-=-=-=-=-=-=-=-=-=-=-=-=-=-=-=-=-=-=-=-=-=-=-=-=-=-=-=-=-= 32. Can U Get Away --------------- by 2Pac "호오~ . 내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나에 대해. 이제는 뭔가를 좀 알게 된 건가 보군... ... 그럼, 이제 이야기를 할 마음이 생긴건가?" 데인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찬 웃음이 떠올랐다. 지금껏... ... 자신이 누군지를 알고도 거부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아니, 단 한놈이 있었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 놈. 데인은 이안이라는 이름을 서둘러 떨쳐내며 눈 앞의 고양이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미 놀아볼 만큼 놀아보았다고, 본인이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이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오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자부해온 데인이기에... 눈 앞의 도발적인 고양이가 어떤 반응을 보여올 것인가에 대해 사뭇 흥미진진해 하고 있는 터였다. 카일리의 눈길이 사납게 자신을 향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 ... 성깔이 있는 짐승을 길들이는 맛도 괜찮지... 예스라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겠지...? 안 그래? 컴온, 어서 말하라구. 네 자존심이 허락하는 만큼만 긍정의 의사를 보이면 그쯤에서 내가 인수해 주지. 카일리는 눈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이 레이필드라는 남자 때문에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 놈의 정체는 뭔가? 자신이 무슨 대재벌이나 한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정말 못 봐주겠군. "데인 레이필드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지난번이나 오늘이나 당신에게는 일말의 관심이나 감정 따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유쾌합니다. 어쩌다 오늘 이곳에서 만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는 당신을, 우연히라도,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요." "뭐?" 데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나타났다. ...뭐가..."뭐?"냐? 네 놈을 이 세상 사람이 다 알아 모셔야만 정상인거냐? 재수없군... ... 카일리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 저...근거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카일리가 의자를 빼고 일어났다. 데인의 면상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난 번... ... 만남에서 그렇게 맥없이 놈에게 당할 뻔한 사실이 새록새록 카일리에게 되새겨졌다. 게다가, 그 사건을 계기로 크로이첼 녀석에게 빚까지 지게 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제길... 잊자. 저런 진드기 녀석. 안보면 그만인 것이다. 안그래도 생각할 것이 많은데 데인의 일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나?"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는 카일리에게 다시 한번 데인이 물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제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씨? 당신은 그저 완료된 제 의뢰의 상대방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아, 참. 당신의 직업란에 기업가라고 쓰여 있던 기억이 나는군요. " ... ... 뭐... ... 당신이 경영하는 기업이라면 뻔하겠군요. 기업 윤리 따위는 찾아볼 수 없겠죠? ... 라고 쏘아붙여 주고 싶은 것을 참으며 카일리가 대답했다. 하... ... 믿을 수가 없다. 데인은 자신을 차갑게 쏘아보고 있는 이 고양이가 내뱉고 있는 말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 모르는 거야? ... ... 이거 재미있군. 그리고... 그럴수록 녀석을 차지하고 싶은 호승심이 치솟았다.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 녀석이 나타났다... ... "뭐, 어차피 내 것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될테니까." 데인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카일리의 맞은 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미친... 녀석... ... 카일리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캐시어 쪽으로 발을 한걸음 옮겼다. 무시하자. 저런... .. 오만한 변태 녀석... ... 그러고 보니... ... 아까부터 재수없다고 생각했더니... ... 저... 놈... 크로이첼을 ... 닮았군.... 무의식 중에 그 녀석을 떠올리게 해... 저 오만방자한 면부터 시작해서... 이안...그 녀석은 죽도록... ... ... 집.요.하.지.. "난 좀 집요하지." 등뒤에서 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카일리는 데인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코트를 걸쳐 입었다. 바깥 날씨는 이제 낮인데도 제법 쌀쌀했다. "내가 그냥 우연히 여기에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전트 카일리?" 카일리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집으로 갈 거라면... ... 내가 따라갈 거라는..생각은 안드나? 어딘지 정도는 이미 파악되어 있는데 말이야." 느물느물 대는 목소리. 카일리가 뒤를 돌아보자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데인과 눈이 마주쳤다. ... 저런... 것마저 이안의 판박이로군... ... 눈이 마주치자 데인이 다시 한번 씨익하고 입술 끝을 올렸다. "게다가. 이 곳을 나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면 너한테 더 ... 불리할 거라고 생각치 않나?" 카일리의 얼굴에 발끈한 기색이 어렸다. 뺨이라도 한대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재수없는 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뭐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뒷조사를 해 올 정도면... ... 상당한 정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뜻이 된다. 에이전트의 사생활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조사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보호받고 있지는 않으니... 게다가 자신이 미행 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삼백 퍼센트 자신할 수 있는 카일리였기에. 집 전화번호나 주소 등의 간단한 신상명세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권력과... 돈을 가진 인물일 거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추측되었다. 젠장... 본부는 도대체 에이전트의 정보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지난번에 기자놈, 이번엔 이 녀석까지 개인 정보를 빼내다니... ... 젠. 장! 게다가... 녀석의 말대로.. 분하긴 하지만... 혼자 이 곳을 나섰다가는 지난 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남들의 이목이 있는 이곳이 자신에게는 더 안전한 장소일 수 있었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며 거칠게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가서 앉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요즘은 어째서 이런 일만 생기는 거냐...? "얘기할 맘이 생긴건가?" "그럴리가요." 카일리가 데인의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누가... 너 따위랑... 얘기한데? "당신의 말대로, 이곳을 나가는 순간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참고있는 겁니다. 당신을." 카일리는 데인의 한쪽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겨우 그 정도 말에 기분이 나빠지다니.. 너는 뭐.. 태어날 때부터 황금보에라도 싸여서 났냐? 카일리와 데인이 잠시 냉랭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나저나 걱정이었다. 마냥 이렇게 이 녀석과 대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고는 하지만 저녁때는 의뢰가 있었다. 그때까지 이 찰거머리 진드기 놈을 어떻게 떼어내야 할지 카일리는 감도 잡을 수가 없었다. 카일리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동안 데인의 눈은 부지런히 카일리를 훑고 있었다. 얼핏 보면 선이 가늘게도 느껴지는 갸름한 얼굴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까만 머리칼, 동양인 특유의 매끈한 피부가 여성스럽게도 보이는 외모였다. 물론, 그 위에 고집스레 한 일자를 그리며 닫혀진 입술과 자신을 쏘아보는 그 날카로운 눈빛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데인의 눈길이 카일리의 얼굴을 달려 카일리의 몸으로 내려가다 멈췄다. 그의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녀..석.... ... 이안... 놈이랑... 했나?" 데인의 눈이 움찔하는 카일리를 놓치지 않았다. 카일리가 눈썹을 바르르 떨며 데인을 쏘아보았다. "당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레이필드씨." 카일리는 재빨리 평정을 되찾고 대답했다. 이안 크로이첼... 당신과 살면서 내가 얻은 것 중 하나는 이거야. 미친 변태 대처법. "역시 이안이었던 거군. 그 표식의 주인은." 카일리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목으로 향했다. 이런... 씨발! 크로이첼 이 변태 새끼! 또 키스마크를 만들어 버린 거냐!!! 으아아아아! 도저히 못참아!!!! 카일리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며 데인은 분노에 차올랐다. 이안. 크로이첼. ... 또... ... 내 사냥감에 먼저 손을 대? 이번엔 어림없어. 이 고양이는 내가 손에 넣고 말테니까. .. ..스,습도가 너무 높습니다.. ..요.. .. 끄응... .. 견디기 힘들군요.. ..-ㅅ- 여러분.. 제발 근자에 장마만은 시작되지 말아 달라고.. 다들.. ..기원해 주십셔.. .. (혹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 칼맞겠지만..) 불초馬脚, 울증에 장마까지 겹치면.. .. 암페타민이라도 한주먹 씹어먹고 XX발광할까 심히 저어되옵니다. 그럼 의뢰 완결도 못맺고.. .. 그것이 한이 되어 구천을 맴돌리... 휘적휘적.. (쓰면서도 제정신이 아님이 느껴진다.. .. -ㅅ-) 아참 그건 그렇고..재미있는 패러디 제목입니다... Cheap Trick의 "I want you to want me"에 대한. 흠.. 갑자기.. .. 이 노래 듣고 싶군.. .. 띨띨띨띨띨띨... .. (슬리퍼 끌고.. 사러간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 33. I Don't Want You To Want Me --------------- by Moffatts "뭘 해주면 되겠나?" 데인이 툭 내뱉은 말에 정신없이 이안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던 카일리가 멀뚱멀뚱 데인을 쳐다 보았다. "돈이냐? 집? 차? 원하는 걸 말해보지. 뭘 해주면 내 것이 될건지." "훗" 카일리의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화가 날 법도 하건만... 이 데인이라는 작자가 하는 말이 하도 기가 막혀 카일리는 피식피식 타이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만들어 내고 말았다. 뭐...? 뭘...원하냐구? 지금 농담하는 거냐? 눈을 들어 데인의 얼굴을 바라봤더니 지극히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돌겠군. "레이필드씨.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은데, 당신 따위... 흥미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용납할 수 없는 대답이다. " 순식간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말귀를 못알아 듣는 녀석을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카일리는 잠시동안 고민해 보았다. ... ... 답은 물론 노..다. ... ... 하지만... ... 상대는 하지 않더라도... ... " 점심 식사 하러 가지." ... .... 이렇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것은 떼어내야 한다. "약속이 있습니다." 카일리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 ... ..." 대답이 없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데인은 '호오~ 거짓말이 서툴러'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구와의 약속이지?" "당신에게 그걸 가르쳐 드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녀석과의 대화가 계속될 수록 느끼는 것은... 이 데인이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마치 이안과의 대화를 복습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 "대답할 수 없다면 거짓말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겠군."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장점은 "복습"이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보다는 훨씬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입니다." 카일리는 이제 어느 정도 느긋함을 되찾고 있었다. 이봐, 오만방자한 진드기... 이제 그만 떨어져 나가 주지 않겠어? 데인의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꿈틀대는 것을 카일리는 바라보았다. "... ... 이...안인가?" 데인이 이를 갈 듯 이안의 이름을 뱉어냈다. 카일리는 다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이 진드기를 포기시킬 수 있을까? 거짓말 따위..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 "그렇습니다." 한번의 거짓말 쯤은 괜찮겠지.. "정말로 이안과 사귀고 있는 건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데인이 되물었다. 카일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복습하자... ... 전에 이안에게도 사실을 말했었지만... 잘 통하지 않았었다... ... 그러니까... 이런 진드기 찰거머리 부류들은... ...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건... 결국은 자신의 뜻대로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 눈 앞의 이놈과 이안은 보아하니... 비슷한 부류이고... 그러면.. 이놈도 이미 보여지고 있는대로 집요할 테고... 휴... 결국 이런 녀석 때문에 또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거냐? 싫다... ... 카일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 .. 사귄다기 보다는.. ... 뭐, 침대 메이트라고 해두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뭐... ... 어쨌거나... 나는 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구. 데인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뭐...침대 메이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눈 앞의 고양이가 분명히 침대 메이트라고 말했겠다...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인가?" 다짐하듯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물론입니다." 카일리의 대답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안... 크로이첼... 이 자식... ... 데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 하지만... ... 뭔가... 이상하다... ... 그날 페어몬트에서처럼... 어딘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데인은 다시 한번 노림수를 던졌다. "그럼... 이안이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 주지." 34. Big Lie Small World ---------------- by Sting 카일리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을 뿐이었다. 카일리가 전화번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어딘가에 이안의 번호가 입력되어 있을 것이었다. 카일리의 휴대폰에 이안이 자신의 번호를 마음대로 입력한 일로 둘이 크게 다툰 일이 었었으므로. 죽을 때까지.. 녀석의 번호로 전화를 거는 일 따위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더니... 젠장. 신호가 울렸다. .. 받아라... 제발... 받아... 휴대폰을 잡은 손에서 축축히 땀이 베어 나왔다. 저 오만한 찰거머리를 떼내려면 이 수밖에 없다. 제발... 마른 침이 카일리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저 진드기는 조금만 수상한 면이 보여도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신호는 계속해서 울렸다. 카일리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젠장... 변태기자.. 제발 좀 받아..! 제발! 그럼 지금까지 잘 못한 것들 모두 용서해 줄테니.. ..받으라구!!! "왜...? 전화를 받지 않는가 보지?" 데인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들려왔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변태 기자 새끼! 죽어버려! 내 인생에 일말의 도움도 안되는 녀석! 순간, 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 나왔다. "여~어. 전화 받았습니다." 뭐~어? 여~~어? 건방진 놈! 어느새 카일리는 몇초 전의 간절했던 마음 따위 잊어버리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왜 전화를 이렇게 안받는 거야앗! 바보 자식아!" "에..에엣?" 순간 이안의 얼빠진 대답이 들리자 정신이 퍼득 들었다. "카일리?" 이봐... 그런 바보 같은 목소리 내지 말라구. 아무리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고 해도.. 그런 멍청한 반응 보일 필요까진 없잖아. "이안... ... 왜 빨리 안오는 거야?" "에...에엣? 카일리...무슨...?" 야! 이봐! 알아채라구! 뭔가 이상하지? 내가 당신같은 변태기자에게 용건없이 전화할 리 없잖아! 알아 차리라구! 카일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 이안... 지금... 내 옆에 ...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 씨가 앉아서 말이지, 이안한테 안부라도 전하고 싶다고 그런단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기로 한." 카일리는 여기서 말을 잠깐 끊고 데인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데인의 두 사람의 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젠장. "지금 어디야?" 데인의 이름이 나오자 뭔가를 알아챘는지 이안이 굳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지금 어디냐면... 아앗!" 데인이 갑자기 카일리의 전화기를 잡아챘다. "둘이서 점심 약속을 했다니, 장소는 어딘지 말 안해도 알겠군. 이안. " 카일리의 얼굴이 창백해 졌다. 이...이런... "여기서 카일리와 함께 기다리지. 네가 나타날 때까지..." 곧이어 전화기 저쪽에서 뭐라고 소리지르는 이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카일리에게 손대면 죽인다는 소리.. 같았다. "걱정마. 난 단지.. 확인하고 싶을 뿐. 얼른 오는 게 좋을걸?" 약올리는 듯한 데인의 목소리.. 어떡하지..? 어떡하지? 순간 카일리의 얼굴이 데인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놀라는 데인의 얼굴을 무시한 채, 카일리는 자신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만 같은 말을--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젠장!-- 수화기 쪽으로 던졌다. "이안! 얼른 와서 다시 찐하게 키스하자구!" 탁. 휴대폰의 폴더가 접혔다. 카일리는 아무 표정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않았다. 두 손을 테이블 아래로... 꼭... 모아 쥐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데인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알아 챘어야 할텐데... ... 제발... ... 이곳이 ... 우리가... 처음... 키스한 곳이라는 것... ... 알아챘어야 할텐데... ... 35. Bet Against Me You Lose --------------- by Death by Stereo 카일리가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침착하자... 침착해. 이안과 전화를 끝낸지 아직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어... ... 곧 올거야. 곧 올거라구.. 눈 앞에선 데인이라는 남자가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단정한 그의 손가락이 하얀 커피잔을 살금살금 쓰다듬는 것을 본다. 깨끗하고 세련되게 손질된 그의 손톱. 누구에게나 어울릴 것 같지만은 않은 청회색 재킷. 쭉 뻗은 발목의 끝에 걸쳐진 구겨신은 흰색 테니스화. 이안과의 통화가 끝난 후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말이 없이 묵묵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탐색. 약간은 불유쾌할 수도 있는 서로의 육체에 대한 노골적인 탐색(-이건 주로 데인쪽), 혹은 그 탐색에 대한 반감어린 째려봄(-물론 이건 카일리쪽)을 교환하는 가운데 벌써 3잔째의 커피가 서빙되고 있었다. 쯧. 멀쩡하게 생긴 인간이....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미관은 유려한 인간이... 카일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최근 들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감상을 듣고 싶은데." 데인의 목소리가 카일리를 상념에서 깨어나게 했다. "무슨?" "지금까지 나를 훑어본 감상." 지독하게도 자신만만한 목소리다. " 남성. 균형잡힌 용모를 갖추고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잘생겼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카일리가 담담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 외관과 불규형을 이루는 파탄적인 성격, 집착, 끈질김, 변태적임, 한번 말해도 못 알아먹는 저능함.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오만함. 들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오집. 치료를 받아야 될 듯한 자신감 과잉, 자기본위의 생활성향이 엿보입니다. 더.. 필요하신가요?" "푸훗."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점점 더 자극적으로 대처해 오는군, 고양이. 데인의 웃음에 카일리는 기분이 상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너에 대한 내 감상을 말해줄까?" "아니오.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 들어서 뭐해? 그나저나...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너는 말이지..." 그래, 내가 듣기 싫다고 해서 말 안할 인간이 아닌거지... 쯧 "너는 아주 감도가 좋은 몸을 가지고 있고." "... ... ..." "조금만 터치해도 몸에 자욱이 남고." "... ... ..." 빠직. "백만불 짜리 다리를 가지고 있지. .. 후훗, 내가 확인한 바로는 말이야." "... ... ..." 침착, 침착. 무시. 무시. "아주, 자극적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게 만들어." "... ... ..." 먼산 바라보기. "내 것이 되라." "싫습니다." 데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카일리가 말했다. 지겹다. 이제. 이런 대답. 자기가 듣고 싶은 대답만 듣는 놈은 이안 하나로 족하다. 다시 시간이 느리게..느..... ..... ... 리..... .... .... ..게..... .... .... 지나갔다. "이쯤에서 그만 포기하는게 어때?" "... ... ..." "뭐, 이안 녀석은 약속 장소를 잊어버렸나 보군." 능글능글 놀려오는 듯한 목소리. "그럴 리가 있겠어? 찐한 키스가 걸려있는 약속인데!" 데인과 카일리의 고개가 동시에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카일리의 얼굴에 천천히 함박미소가 피어났다. 유리창 너머 쏟아지는 겨울 햇살을 받아 이안의 은색 머리가 반짝인다. 마치 그의 머리 근처에서 할로 이펙트를 받은 것 처럼... ... ... ... 그러고 보니. .. 이안이라는 이름은 어원이 "신의 은총"이라는 뜻이군... ...웩이다... 그러나 저러나 저 차림은 뭐람... .. .. 어,...어째서 진드기랑 같은 옷차림인 거냐?... ... 꾸깃한 정장 재킷 밑에 헌 운동화가 왕 진드기들의 유니폼이더냐...? 많은 생각들이 카일리의 머리 속을 한꺼번에 휘젓고 지나갔다. 이안과 데인이 서로의 차림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찌그러지는 장면이 눈 앞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어쨌거나 저 징글징글한 기자녀석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이안!" 카일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연하게 팔을 벌려 이안을 포옹한다. 마치 연인인 것처럼... 마치 연인인 것처럼... 게헤헤헤헤헤헷.. 오늘은 광합성을 좀 했더니.. 힘이 쑥쑥! 다만 약간의 과다실소 증상이 있긴 하지만... 뭐,, 그정도야.. .. 레퀴엠 따위로 다스리면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므흐흐흐흐흐흣.. =-=-=-=-=-=-=-=-=-=-=-=-=-=-=-=-=-=-=-=-=-=-=-=-=-=-=-=-=-=-=-=-=-= 36. Drink the Sunshine --------------- by Symposium 보입니까, 진드기씨? 전 임자가 따로 있다구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신경 끄고 가 주시지. 급하게 온 것이 느껴지는 이안의 거친 숨결이 카일리의 귓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자, 이제 찌인한 키스." 대답할 틈도 없이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를 덮쳐 왔다 . 카일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차가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카일리는 두 손을 들어 이안의 목에 둘렀다. 차가운 입술... 바깥 날씨를 짐작하게 하는 차가운 한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이안의 표백제 키스가 시작되자 주위의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지워져 가기 시작했다. 배경화면의 백지화. 이미. 무엇 때문에 키스를 시작했는지 따위는. 잊어 버렸다. 터질 듯 두근대는 두 개의 심장만이 있을 뿐. 데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눈 앞에서는 자신이 점찍은 고양이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녀석이 키스를 해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아주아주 오래. 아주아주아주 깊게. 아주아주아주 뜨겁게. 아주아주아주 달콤하게. ... ... 카일리와의 키스는... ... 마치... ... 햇살을 마시고 있는 기분이다... ... ... ... 라고 이안이 생각하는 동안 다시금 카일리의 작은 혀가 이안의 혀를 톡톡 건드려왔다. 이 녀석.. ... 키스가 완전히.. .. 프로잖아! 조금... ... 분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키스를 잘 하면서 지금까지 그렇게 완강히 거부했었단 말이지! 복수라도 하듯 이안이 입속 가득 카일리의 혀를 빨아들였다. 이렇게 잘하면서 내가 키스할 때는 마치 처음 키스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밀쳐댔단 말이지, 응? 키스키스키스키스...이어지는 키스키스키스키스키스키스 그리고 키스 긴긴 키스 끝에 이안과 카일리의 입술이 떨어졌다. 둘 다 숨만 쌕쌕거릴 뿐 서로를 마주 본 채 말이 없었다. 속으로는 둘다 서로의 키스 기술에 대해 질투섞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이안이었다. "좋았어?" "물론, as usual" 생긋 웃으며 대답하는 카일리. 그리고 그 옆에 염장질러진 표정으로 서 있는 진드기 하나. 37. Never Walk With the Devil Again --------------- by Third Eye Blind "자 그럼 이제 훼방꾼은 빠져 주시겠나?" 이안이 약올리듯 데인에게 말했다. 이안의 한쪽 팔은 어느새 카일리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쥐고 있었다. "아님... ..., 설마 우리 둘이 응응하는 것까지 보고 싶단 말은 아니겠지?" 정작 말을 하는 이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히려 카일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 ... 기자녀석.... ... 저런 말을 아무렇제도 않게 내뱉다니... ... 변태 자식... 데인은 얼굴이 굳어진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평상시의 카일리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다정하게 붙어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데인 레이필드. 자네도 어서 가서 금발미녀, 아니 금발 미남이던가? 하여간 애인이랑 데이트나 하시게. 후훗" 이안은 약올리듯 말하고는 카일리를 더욱 가깝게 끌어당겨 갔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카일리 역시 이안과 보조를 맞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까의 키스의 여운이 남아.. ... 입 주위가 간질거리고 있었지만... ...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질하고 있었지만... ... ... 이안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어깨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 손이... ... 싫지 않았다. 자,잠깐... ... 이봐, 어디로 손을 내리는 거야? 이안의 손이 걸어가는 동안 슬그머니 카일리의 팔을 타고 내려 허리로 향했다. 이..이봐! 제길! 싫지 않았다는 말 취소다! 이 변태 새끼! 손 당장 떼지 못하겠어? 이 자식! 카일리가 이안의 손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찔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이안의 입김이 슬그머니 카일리의 귓가로 다가왔다. "쉬잇.. 아직 데인이 보고 있다구." 카일리의 동작이 움찔 멈췄다. 그 기회를 놓칠세라 다시 이안이 카일리의 허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개새끼... ...입니다. 당신은." 카일리가 걸어가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시선은 역시 앞을 향한 채다. "큭... 고맙군." 이안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손을 엉덩이 쪽으로 미끄러뜨리며 말했다. 카일리의 눈썹이 씰룩하고 움직였다. 카일리는 만면에 미소를 띤 얼굴로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씨발 새끼... ... 작작 좀 하시죠." 생글생글 거리는 얼굴로 내뱉는다. "엉덩이가 섹시해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이안 역시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꾸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욕을 주고 받으며--아니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욕을 하며--데인의 시야에서 멀어져 나갔다. 데인은 멍하니 두 사람이 사라질 때가지 유리창 너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젠장. 주먹에 힘이 들어가서 손톱이 살을 파고 드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당돌한 고양이 한마리.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웬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놈의 주인이, 미심적지만, 이안 크로이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다잡은 사냥감을 또 눈앞에서 놓쳤다고 생각하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정하게 러브 모드를 연발하면서 사라지는 두 녀석이라니... ... 게다가 ... ... 이안 녀석의 손이 카일리의 허리에 둘러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단 말이다. 고양이 녀석 앙탈도 부리지 않고, 그 상태로 생글생글 웃으며 무슨 말인가를 했었다. 정말로 그런 사이인거냐? 젠장... ... 카일리의 생글거리던 입술이 생각나자 데인은 다시 한번 주먹을 쥐었다. 가지고 말겠다. ... ... 그 입술이 내 입술 아래서, 그 허리가 내 허리 아래서 신음하도록 만들어 주지. 38. Fragile Heart --------------- by Yolanda Adams 탁. "작작 좀 하시죠." 카일리가 매정하게 이안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비손의 창가에서 바라보이는 코너를 돌아 이안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 길지 않은 몇 분간 이안의 손이 카일리의 허리와 엉덩이를, 이안의 숨결은 카일리의 머리카락과 목덜미를 수차례 훓고 지나간 후였다. "여어~ 너무 매정한 거 아냐?" 언제나처럼 이안 쪽은 좀더 여유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느물거려서 올릴 것만 같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를 가진 것은 카일리 쪽. 습관적으로 이안에게 딱딱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카일리는 이안이 자신이 의도한 곳을 알아채고 찾아와, 곤경에서 구해 준 것에 대해 속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이 변태스러운 신문기자에게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사실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니,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사실에 굴복해 자신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나 할까.. "쳇, 뭐야! 불쌍한 이안!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에디팅 데스크의 협박을 무시하고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며 여기까지 헐레벌떡 달려왔단 말인가!! " 이안이 자동차에 시동을 걸며 너스레를 떨었다. "... ... ..." 카일리는 잠자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멨다. 변태 녀석의 거친 운전 때문에 유진을 보기도 전에 죽긴 싫다... ... ... 아, 유진... ... 무의식 중에 튀어나와 버린 존재에 카일리는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 이안의 차 옆자리라는 장소는... ... 유진이라는 그 이름을 생각하기에... ...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 ... 어째서... ... 이렇게... ... 되어버린 ... ... 것일까... ... 어째서... ... 이렇게... ...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데인이란 자식은 어떻게 또 너랑 같이 있었던 거야?" "... ... ... " 유진... ... .. "그 자식... .. 잘 떨어지지 않을텐데... ... " "... ... ... ..." 유진... ... 한동안 당신을.. .. ... 잊고 있었던 가봐... .. 어떻게... ? "카일리,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 ... ..." 목이 탔다. 유진을.. .. 생각하지 않고 지낸... .. 한 순간이 있었다. ... .. 라는 자각은.. .. 아까의 변태기자에게 자신이 끌리고 있다는 자각보다 어제 이안과 자신이 함께 했던 일보다 몇 백배나 믿을 수 없는 사실로 다가왔다... .. "카일리?" "... ... ..." 이건... .. 현실감이 ... .. 없어... .. "이봐! 카일리! 너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냐?" "... ... ..." "여어!" 갑자기 끼이익 소리를 내며 이안의 차가 급정거를 했다. 어찌나 세게 브레이크를 밟았던지 카일리의 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튕겨나가다 안전벨트에 의해 저지당했다. 아.. .. 안전벨트 때문에.. .. 가슴이 얼얼해 진다... ... 이안의 차 옆을 지나가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대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가슴이 얼얼하다... ... 아이씨.. ... 왜 그러는 건데? 카일리의 입술이 열리고 조그만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 ... 어? 왜 그러는 건데... 유진... ... ?" "... ... ..." 정신을 차리고 차리고 보니... .. 눈 앞에 이안의 엄청나게 굳은 얼굴이 보였다. 뭐,... .. 뭐냐?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 이후 이안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올 때면 자동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카일리가 몸을 뒤척하고 움직였다. "뭐... ,뭡니까?" "... ... ..." 뭐야.. 당신... ... 왜 그렇게 화난 표정 짓고 있는 건데? 내가 뭐 잘못한거야...? 내가 뭐랬길래? 당신이 불러서 대답한 것 뿐이잖아...? "얼굴 좀 치워 주시죠." 이봐이봐.. .. 생각해 봤더니.. .. 우리 지금 굉장히 우스운 꼴이라구. 차는 길 한가운데 세워놓고, 당신 지금 몸을 돌려서 날 덥치기라도 할 듯이 째려보고 있잖아. 쳇... ... 째려보면 어쩔 테냐? 길 한가운데서 덥칠거야? 미친 자식... ... "차 출발 안시켜요? 아님, 길가로 세우던지, 시끄럽잖습니까!" 차창밖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대는 통에 기분이 상한 카일리가 말했다. "... ... ..." 이번엔 이안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었다. 다만.... ... 카일리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만 볼 뿐 이었다. "크로이첼... ... .." 갑자기 이안의 얼굴이 빠르게 다가온다 싶더니 입술을 겹쳐왔다. 미... 미친... .. 길 한가운데다.. .. ! 미쳤냐구우!!!! !!! 카일리는 이를 악물었다. 미친 자식... .. 내 입술이 심심풀이 장난감인 줄 아냐? 개자식.. . ... 팔에 힘을 주고 이안의 가슴을 떠밀었다. 퍼억. 어이없이... ... 이안의 몸이 떨어져 나갔다. 혀도 한번 닿지 않고.. .. 키스를 끝냈다...? 저... .. 이안 크로이첼이... ...? 이안의 몸이 다시 스르르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카일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뭐야... .? 이거 뭐야... ...? 이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굳은 표정... .. .. 카일리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앞만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언제나 싱글거리던 이안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둘의 숨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적이 흐르는 차안. 뭔가 말을 꺼내고 싶은데 말은 목구멍에서 막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빵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정적을 깨뜨린 것은 외부의 소음이었다. 귀를 찢어 놓을 듯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 하긴 무리도 아니었다.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있었으니. 하지만.. .. 그저 경적을 울리거나 욕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번 녀석은 이안의 차 뒤에 차를 세우고 경적을 울려대는 것이 처음부터 시비를 걸려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이안의 눈썹이 씰룩하고 움직였다. 백미러에 비친 것은 오픈카에 앉은 이십대로 보이는 치킨헤드 녀석이었다. 옆에 바비 인형처럼 꾸민 여자아이 하나까지 앉혀 놓은 폼이 호기를 부리고 싶은 모양이다. 핸들을 잡은 이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경적이 시끄럽게 울렸다. 카일리는 흘낏 이안을 바라보았다. 빵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빵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빵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봐, 결국 끈질긴 녀석들 때문에 이 세상이 더 시끄러워 지는 거 아냐.. .. 라고 카일리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어쨌거나 잘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니 서둘러 차를 출발시켜야 했다. "출발.. .. 안.. 어엇?" 카일리가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이안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내려선 것은. "이...이봐!" 카일리가 소리치는 동안 성큼성큼 뒤에 서있는 녀석 쪽으로 걸어간다. 이봐.. 미친 녀석! 뭐, 뭐하는 거야? 황급히 창문을 열고 밖으로 고개를 뺐다. 스포츠카에서도 치킨헤드 녀석이 내려섰다. 녀석이 뭔가 빈정대는 표정을 입을 열었을 때였다. 이안의 주먹이 녀석의 복부에 가서 박혔다. 치킨헤드 녀석이 허리를 구부리고... ... 다시 이안의 주먹이 연거푸 녀석에게 박힌다... ... 카일리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저기.. ..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 ... 치킨헤드 녀석을 두드려 패고.. .. 치고... ... 차고... .. 밟고 있는... ... 악귀같은 녀석이 .. .. .. 누구란... 말인가? 바비 인형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찢어지게 울려 퍼졌다. 저거... ... 말려야... ..해... ... 치킨헤드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더이상 저항도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이안은 미친 듯이 녀석에게 발길질이며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말려야... ...해... ... 저 미친 녀석... ..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아... ... 아....아... ... ... ... 말려야... ... ... 목소리가 입밖으로 나와주지 않는다. 아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저 영화에서도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지랄같은 상황에 넋을 잃었다고나 할까... ... 바비인형은 차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의 꽥꽥대는 비명소리가 ... ... 마치 먹이를 뺏긴 칠면조 소리같다... 고 멍하니 생각했다. 누군가.. .. 말려줄 법도 한데... .. 도시의 대로 한복판에서.. .. 웬 녀석이 다른 녀석을 죽어라 구타하고 있는데... .. 아무도 멈춰서는 차가 없었다. 무정한 도시의 일상. 타인의 삶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암묵. 이안의 구두가 스킨헤드의 복부를 걷어차는 것을 멍하니 카일리는 바라보았다. 저러다... .. 죽.. .. 이겠어... .. 죽이겠..어? 순간 정신이 번득 들었다. 저 변태녀석.. 제정신이 아니야... ... 저러다 정말 죽일지도 몰라. 아니, 누군가 신고만 하더라도 이건... .. 장기복역감이다. "변태 새끼, 안돌아와!" 짜랑한 카일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 .. 시간이 멈 춘 것처럼 이안의 움직임이 멈췄다. 치킨헤드의 멱살을 잡고 한손을 들어올리던 이안이 카일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이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분노가 혈관속에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변태 새끼... .. 미쳤어... ... 미칠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 폭력 사건 같은데 연루되어 법정출두라도 하게 되면 의뢰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다구!! 개자식... 만에 하나 그렇게 되기라도 하면... .. 죽여버릴테다!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 "빨랑 안올 겁니까?" 다시 한번 카일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툭. 이안이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치킨헤드를 한번 내려다보더니 녀석의 멱살이 무슨 쓰레기 봉투라도 되는 양 얼굴을 찌푸리며 툭하고 놓았다. 치킨헤드가 맥없이 아스팔트 바닥에 처박혔다. 쯧쯧.. .. 카일리가 혀를 찼다. 이안이 천천히 차로 돌아오고 있었다. 카일리는 얼른 창문에서 고개를 빼내고 자리로 돌아갔다. 미친 자식. 저 미친 녀석이랑 같이 있다가는 수명이 20년은 짧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탁. 무표정한 얼굴로 이안이 차에 올랐다. "안전벨트" 무뚝뚝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어..? "어...?" 카일리가 황망히 대꾸를 하기도 전에 이안의 몸이 스르르 카일리에게로 굽혀졌다. 녀석의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 순간 카일리의 온몸이 굳어졌다. "시.. 싫.." 입을 여는 순간 이안의 손이 스르르 카일리의 어깨를 지나 안전벨트를 끌어당겼다. 딸깍. 안전벨트를 채운다. 숨이.. ... 멎는 줄 알았다. "으....으앗!" 그리고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차가 급출발을 했다. 다시 카일리의 몸이 앞으로 숙여졌다 다시 안전벨트에 의해 황급히 뒤로 끌려갔다. 아아... ... 가슴이 ... .. 얼얼하다... ... 이안이 급하게 엑셀레이터를 밟자 엔진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백미러로 보니 바비인형이 완전히 늘어진 치킨헤드 녀석을 밟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자신들의 뒷통수를 향해 뭐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하... 하앗... ...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바비인형이 금새 조그맣게 점이 되어 사라져간다. 그제서야 미친 듯이 고동쳐대던 심장도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 잊고 있었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안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미친... 녀석. "대체 무슨 짓입니까? 당신... .. 사람을 죽일 뻔 했잖아요!" 카일리가 힐난하는 투로 말을 내뱉었다. "... ... ..." 묵묵부답. 빠직. 뭐야... ? 무시하는 거야...? "당신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저도 모르게 카일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피식" 이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면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어어... ... 피/식/? =-=-=-=-=-=-=-=-=-=-=-=-=-=-=-=-=-=-=-=-=-=-=-=-=-=-=-=-=-=-=-= 답답한 일이 있어... ... 수화기에 손을 뻗치다... .. 멈칫. 멈칫.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가세트의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고, 음악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고, 치통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막 손목에 칼을 가져갔을지도 모르고, 혹 섹스 중일지도 모르는데.. .. 그런 것 모두 무슨 상관이냐고. 그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뚫고 난폭하고 신경질적인 전화벨을 울려댄다면 .. 그것은 일종의. 폭력. 타인의 시공간에 대한 훼손..이 아닐까.. .. 그렇게 생각하여 멈칫. 멈칫. 오늘도 수화기를 바라보기만 하다. - 일주일에 세번정도는 휴대폰 전원을 꺼놓은채 가방속에 팽개쳐 놓고, 그 나머지 두번 정도는 집에다 휴대폰을 잊고 나오는 馬脚 .. 바부 -ㅅ- .. 39. Soon Forget --------------- by Pearl Jam 쯧쯧... ... 미쳤군... 미쳤어... "당신 미쳤죠?" "피식" 또 다시 이안의 입술 사이로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뭘... .. 기대했던거냐, 이안? 전화가 걸려왔을 때... ... 조금, ... 조금은 온실을 열기라도 한 거라고... ... 그렇게 기대한 건가? 저렇게 녀석의 머릿 속은 온톤 그 이란 놈으로 가득차 있는데... ... 자신이 무심코 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온 마음에 그 놈이 가득차 있는데... "크로이첼씨! 지금 절 무시하시는 겁니까!" "... .. ..." 하지만... ... 하지만... .. 그렇다 해도 말이다. "씨...! 이런 변태 새끼! 나 내릴래! 내릴 거라구!" " .... ... ..."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개자식아, 안들려? 내려달라구!" "피식, 카일리, 치킨헤드 그 자식 엉덩이보다는 네 엉덩이가 더 섹시해. 그러니까 내 손길이 녀석에게 닿았다고 그리 발끈해서 질투하진 말라구.. .. 난 너 뿐이니까...킥킥" ... ... ... 이 정도에서 포기한다면... .. 이안 크로이첼이 아니지... .. 암.. 순간 카일리는 돌처럼 굳어졌다. "뭐...뭐어...?" "그러니까 맘 풀고 데이트나 하자구." "다...당신 제 정신 아니지? 그렇죠?" "설마... 그럴리가! 어디 갈까? 일단 점심부터 먹어야 겠지? 어차피 욕 먹을 거 오늘은 아예 뽀지게 놀아야 겠다." "... ... 하... ...?" 도대체가 어이가 없었다. 미친 놈... ... 갑자기 길에서 사람을 패질 않나... ... 진짜 미친 놈... .. 혼자 굳은 얼굴로 분위기 잡고 사람 잠시 겁나게 하더니.. .. 또, 실실 쪼개기나 하고.. .. 미쳤어... 정말... ...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카일리였다. 그런데... .. 이봐, 핸들 뽀개지겠다. .. .. 왜 그렇게 핸들을 세게 잡고 있는 거야?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 "자, 어디 갈까?" 이안이 핸들에 손을 얹은 채 물었다. "... ... ... " 쀼루퉁해진 카일리가 이안을 노려보았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런 카일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안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쳇.. " 카일리의 입에서 불평어린 조소가 비어져 나왔다. 결국 자기 맘대로 끌고 갈 거면서 왜 물어보냐? "맘대로 가시죠." "하하.. 그렇지? 결국 너도 내가 좋은 거구나?" 삐질... ... 미친 녀석... . 어떻게 그런 유추가 나오냐? 미친 변태... ...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 .. 지긋지긋한 놈... ... "Four Seas에 가자." "... ... 휴... .. 그러죠... .." 차이니즈라... .. 뭐... .. 괜찮겠지. "왜 한숨 쉬냐?" ".... ... ... .. .. 뭐... 하... .. 언제까지 당신과 함께 살아야 할지 생각하니.. .. 앞이 깜깜해서." 성질을 건드리는 말을 해버렸다... .. 고 생각하며 카일리는 슬쩍 얼굴을 돌려 이안을 살폈다. 또 화 낼거냐? 이번엔 길 한가운데 차 세우고 날 때릴거냐? "가서 누룽지탕 시켜먹자." 쳇... .. 그럼 그렇지.. 이안 크로이첼... ..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녀석. "음악 들을래?" 카일리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이안이 손을 뻗어 라디오를 켰다.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 ... Oh now go, Walk out the door Just turn around now You're not welcome anymore" ... ... 큭... .. 에릭 클랩튼의 I'll survive. 큭.. ... 기막힌 타이밍이군... .. "Weren't you the one who tried to break me with desire... ... Did you think I`d crumble Did you think I`d lay down and d... ..." 뚝. 이안이 황급히 라디오 채널을 돌리는 것을 카일리가 웃음을 참으며 곁눈질했다. 크로이첼... 찔리지...지금... ? 큭....크...큭... .. 이쯤에서 한번 찔러본다. "왜 꺼? 나 그노래 좋은데..." "흠... 흠... .. 저 노래 별로 안좋아. " "왜?" "흠... ... 딴 거 듣자." 슬며시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한동안 치지직거리며 주파수를 잡던 이안이 이번에 잡아낸 음악은 여자 목소리였다. 경쾌한 음악. 찰랑거리는 목소리. "Dear, I fear we're facing a problem you love me no longer, I know and maybe there is nothing that i can do to make you do Mama tells me I shouldn't bother that I ought to stick to another man a man that surely deserves me but I think you do" cardigans? 풋... ... 크로이첼 정말 안어울리는 음악이야. 뭐, 어쨌거나 발랄하긴 하지만. 그때였다. 이안이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하기 시작한 것은. "Love me, love me say that you love me fool me, fool me go on and fool me " "... ... ... ... " 말리고 싶었지만, 이안의 표정이 노래를 따라하는 사람치곤 너무 진지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love me, love me pretend that you love me" "푸.... ...푸후후후후후훗... ... " 대신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웃으면서 이안을 보니 계속 앞만 보며 입을 움직이고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 정말 뻔뻔스럽군. 크로이첼. "leave me, leave me just say that you need me" "푸... ... 후.....후후후후훗" "Love me love me " "푸... ..훗...크로이첼" "say that you love me, 응?" "하...하...하하핫.." "leave me leave me just say that you need me I can't care 'bout anything but you" 어느새 이안의 입가도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크로이첼... ... 미친 놈... ... 당신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부르다니.. ... 엽기야... ... =-=-=-=-=-=-=-=-=-=-=-=-=-=-=-=-=-=-=-=-=-=-=-=-=-=-=-=-=-=-=-=-=-=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딴 생각을 몰아내고 싶을 때는 옆에서 우왕을 떨어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헤헤헷. 40. Lucky ---------------- by Seven Mary Three "아앗" 카일리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며 작은 신음소리를 뱉아냈다. 차에서 발을 내밀어 땅을 딛자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통증. 앉아 있는 동안은 잊고 있던 아찔한 아픔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통증이.. .. 잠시간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나게 했다. 어제... ..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인간의 기억이란 그리도 미약한 것이었던가. 불과 어젯밤에 일어난 일인데도, 오늘 아침까지도 그 생각을 하며 녀석을 피해버렸던 주제에,... .. 이안 녀석의 면상을 보자마자 그런 일들은 연기처럼 머릿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니면 그것은 이안이란 녀석의 천성 중 하나였던가. 곁에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것. 정신이 빠져버릴 정도로 사람을 흔들어 대는 것. 천천히 식당 입구를 향해 이안과 함께 걸을 때 척추를 타고 오르는 그 익숙치 못한 감각만이.. .. .. 끈질기게 어제의 일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후~~" 카일리는 마지막 한 디저트 한 접시까지 이안이 깨끗이 비워내는 것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누룽지탕을 먹자더니 이것저것 마구 시켜대고는 카일리가 남긴 것까지 게걸스럽게 먹은 후 마지막 자스민차 한방울까지 쪽쪽 핥아 먹고 있는 이안. "맛있었지?" "... ... ..." 카일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난 집이니 만큼 맛은 ... .. 있었다. 다만... , 어떻게 점심으로 그렇게 많은 양을 인간이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이안이 먹는 것만 봐도 목까지 음식물이 차올라 오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이안이 누룽지탕을 거의 마시면서 "이거.. 뭐, 내가 만들었던 거랑 비슷하네." 라고 했을 때는 ... ... 뭐랄까. ... .. 인간의 얼굴가죽의 두께에 대해 다시 한번 무한한 경외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 .. 이안이 손을 들어 표시를 하자 종업원이 빌과 함께 작은 바구니를 올려놓고 갔다. 찌그러진 반달모양의 작은 갈색 과자 두개. Fortune cooky다. "먼저 골라."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 카일리는 눈 앞의 쿠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딱히... ... 운이라든지, 점괘니 하는 것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 언제나 포춘 쿠키를 고를 때면 망설이게 된다... .. 어느 쪽이 나의 운명일까. ... ..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된다. 이쪽 쿠키에 손을 가져갈때면 저쪽 쿠키가 실은 나의 운이 아닐까... .. 저쪽으로 손을 옮기면.. .. 원래의 운을 버려둔 것이 아닐까... .. 포춘 쿠키의 선택은 항상 힘들다. 어느 쪽이건 영능력이 있어 쿠키가 자신을 간절히 부르는 소리를 듣는 힘을 가지기 전에는 말이다. 뭐, 이제는 상술의 하나가 되어버린 포춘 쿠키가 자신을 부른다는 것도 우습지만... ... 카일리는 잠시 동안 망설이다 왼쪽의 쿠키를 집어 들었다. 이안이 나머지 하나를 집어든다. 바삭. 소리를 내며 쿠키를 반으로 가르자 안에서 얇고 길쭉한 모양의 분홍색 종이가 나타났다. 천천히 글을 읽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결별은 당신의 인생을 밝게 한다> ... ... 무슨... ... 뜻이야? 언제나 그렇듯 조금은 알쏭달쏭한 문구. 흔히 있는 장수가 예정되어 있다느니, 뜻을 세우라는 말이 아닌... ... 이상한 운명의 쪽지.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결별... ...? 카일리의 눈이 저절로 자신의 맞은 편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를 들여다 보고 있는 이안의 얼굴에게로 향했다. 가까이 있는 녀석이라면... ... 변태기자? 이제 드디어 내집에서 나가주는 건가? "말도 안돼!" 순간 이안이 종이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식당안의 이목이 카일리와 이안에게로 집중되었다. 이, 이봐... ... 포춘 쿠키에서 나온 점괘 따위에 그렇게 흥분하면 어떡해? 그런데... .. 대체 무슨 말이 있길래 그 난리야? 카일리는 이안이 집어던진 꾸깃꾸깃한 종이를 집어들어 손바닥 위에 놓았다. 대체... ... ... "푸.... .... 푸후....푸후하하하하핫" "우,웃지마!" "푸...푸훗... ... 하하하하하하핫" 벼,변태기자.. ! 하하..푸훗... ... 씨발... 웃으니까 배가 땡겨서 허리가 아프군... .. 하지만... 하지만, 너무 웃겨서... .. "푸후후후후후후후훗" 카일리가 배를 움켜잡고 테이블 위로 쓰러지듯 몸을 낮췄다. "카일리!" 이안이 붉어진 얼굴로 카일리의 손에 쥐어진 종이를 낚아챘다. "파하하하하하하하핫" 그럼 뭐하나... ... 이미 읽었는데... ... .. 푸...푸훗... ... 벼,변태기자아... ... ... <지나친 욕정은 몸에 해롭다> 파하하하하하핫... ... ... 결국 음식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더이상 웃지도 못할 만큼 폭소를 터뜨린 카일리를 잡고 이안이 몸을 일으켰다. 이안이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카일리는 이안과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입술을 실룩거리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풋... ...킥..." "흐...흠...., 넌 뭐라고 나온거냐?" 이안이 딴청을 부리며 묻는다. 카일리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손끝에 만져지는 작고 길쭉한 종이의 촉감.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결별은 당신의 인생을 밝게 한다> "비밀." "뭐, 뭐얏!" "후훗" 카일리는 다시 한번 작게 웃음지었다. 이제야... .. 겨우... ... 일상의 카일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 일상의 생활로. 점괘가 맞는다면 말이다. 41. Make You Feel My Love --------------- by Bob Dylan "하... 앗.." 식당에서 나와 다시 이안의 차 조수석에 앉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을 때였다. 다시 한번 참기 힘든 통증이 찌릿찌릿 밀려왔다. 작은 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이안에게 들리고 만 모양이었다. "어디.. 불편...?" 시동을 걸다 말고 카일리를 돌아보며 말을 걸던 이안이 카일리의 찡그린 얼굴을 보자 뭔가 짐작되는 것이 있었던지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카일리는 몸을 뒤척여 좀더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으며 이안을 슬쩍 흘겨보았다. 왜...? 당신이 해놓은 짓을 보니 찔리십니까? 지금 생각하니 ... 화나는군... ... "오늘도 의뢰가 있나?" 어디 말을 돌리시려고... "뭘 바란 거죠?" 카일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 돌아본다. "왜... ... 어젯밤에 그랬냐고 물었습니다." 카일리가 이안의 눈빛을 피하지 않은 채 이안의 얼굴을 똑바로 쏘아보며 말했다. "... ... ... ... " 이안의 입은 얼어붙은 듯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 카일리가 직접적으로 물어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설마 그런 짓을 해놓고 제가 아무일도 없었던 듯 행동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다시 카일리의 입에서 단어.단어. 명료한 말이 새어나왔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은 싫다. 이안 당신을 만나던 순간부터 끼어들기 시작한 내 인생의 불명확한 부분들을 ... ..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뭘... ... 알고 싶은 거야?" 무겁게 내리앉은 목소리로 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 ... 어젯밤엔.. .. 분명히... .. 그러니까..." 카일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 ... 펠라치오만 한다고... ... " 뒷끝을 맺지 못하고 흐린다. 젠장, 그러길래 하지 말라고 했을 때 하지 말았으면.. .. 피차 이런 민망한 얘기는 안해도 될 것 아닌가! 새삼스레 이안이 원망스러워지는 카일리였다. 하지만, 어쨌거나, 따질 것은 따지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 ... 이안은 잠깐 전방에서 얼굴을 떼고 카일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카일리의 얼굴에는 대답을 듣고 말겠다는 고집스런 표정이 어려 있었다. 하... ...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다니.. .. 정공법이군. ... .. 하긴 ... .. 그것이 카일리다운 방식일지도 모르지.. .. 큭.. .. 카일리.. .. .. 그렇다면.. .. 나도 정도로 대답해 주어야 하는 건가? " 너를 사랑한다." 이안의 입에서 짧게 떨어진 한마디였다. 카일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며 이안의 노려보았다. 동문서답하지 말앗! "크로이첼씨.. ... 어제 왜..." 다시 한번 질문을 반복한다. "사랑해, 카일리 워." 그리고 동문서답도 반복된다. "... ... ... ..." 카일리는 기분이 상한 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쳇, 녀석에게 진지한 대답을 원한 내가 미친거지... .. 젠장. 그런 일을 당하고도... , 지금도 이렇게 허리가 지끈거리는데... 미안하다..도 아니고... .. 저 따위 소리나 지껄이다니.. ... 나쁜 자식. 하긴 해명할 말도 없겠지! "카일리." "... ... ..." "카일리." "... ... ... " 꼴보기 싫은 놈. .. "카일리" "왜 그러십니까?" 퉁명스러운 한마디. "널 사랑한다." "그래서... ... 그래서 그렇게 절 덥쳤습니까?" 카일리가 입술을 깨물고 이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 미안하게 생각해... ... " "그러시겠죠." 한껏 비꼬는 투로 내뱉어 주었다. "널 상처입히려 했던 것은 아니었어." "흥, 말이야 그러시겠죠." "... ... ... " "게다가... .. 약속을 깨뜨렸죠. 지난 번에... ... 다시는... ... 그러지 않겠다고... ... 그러지 않았습니까.." "... ... ... " "제기랄! 말을 해보란 말이야! 평소처럼 주절거려 보라구!" 카일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주먹을 그러쥐었다. 말해보라구.. 미친... .. 녀석..아. "하아... ... .. 사랑해." "사랑! 사랑! 그말 밖엔 할 말이 없어요?" "그래! 널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 사랑해! 사랑한다고! 그 말만 , 그 생각만 머릿 속에 가득해! 널 가지고 싶고, 널 만지고 싶고, ... ... 하아... ... 널 ... ... 아무런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어. . 천번, 만번, 천만번을 물어도 대답은 같아. 널. 사랑해. 카일리 워, 널. 사랑해." "... ... ..."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 ... 나... ... 라일리 스트리트 15번가에 세워줘요... .. " 말을 마친 카일리는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옷깃을 여민 채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타인의 삶에 관여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타인의 삶... .. 이라는 거다. 정적. =-=-=-=-=-=-=-=-=-=-=-=-=-=-=-=-=-=-=-=-=-=-=-=-=-=-=-=-=-=-=-= 이번 회의 제목이 밥 딜런의 노래라서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 하나. 옛날에... 지미 헨드릭스가 말이져, 아직 앨범을 발표하기 전인 애송이 시절에 .. .. 데모 테입을 들고 레코드사에 찾아갔었더랍니다. 레코드 사에서는 그의 음악을 듣고, "이봐, 자네 기타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치는군." "... ... "(두근거리는 지미) "흑인이긴 하지만, 뭐.. 이정도 기타 실력이라면.." ".. .. .."(입이 벌어진다) "얼굴이 좀 못생기긴 한데.." "... ... ..."(간절한 눈초리를 보낸다) "...뭐, 기타를 이렇게 잘 치니까.." "... .. ..."(안도의 한숨) "그런데 말이야, 노래를 너무 못해, 안돼겠어." "... ... ..."(쿠궁! 사색이 된 지미) 그런데 그때 마침 " 노래를 못해서 안돼" 하는 순간에 라디오에서 밥 딜런의 노래가 나왔다는 군요. 그래서, 지미 헨드릭스의 첫 음반이 나오게 됐다는 얘기.. 키득키득. 얼굴도 못생기고 노래도 못하는 밥 딜런 아자씨. 하지만, 그 필이라든지, 가사 하나만큼은 정말로 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효효.. 키득.. 노래는 좀 못하지만.. ^ㅅ^ .. 42. No Easy Goodbye --------------- by South Sixty Five 자자... ... 이제 정신을 집중하자. 다른 생각들은 접어두는 것이다. 지금은 의뢰를 수행 중이니까... ... "... ... ... ... 라고 러셀 해더만씨가 전해달라는 군요. ... ... 게이코양...? 괜찮으신가요...?" 카일리는 눈 앞의 작고 여려보이는 여자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가볍게 떨리고 있는 손을 본다. "게이코양...?"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 "괜...찮...아요.... ... ... 감..사..합니다... ..."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이제 의뢰가 끝난 건가... ..?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의뢰였다. 이제 자신은 자리를 뜨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 무엇인가가... ... 카일리를 머뭇거리게 했다. 눈 앞에 멍하니 찻잔만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앉아 있는 이 여자의 부서질 듯한 나약함이... .. 아니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 .. 무엇인가가 카일리를 붙잡고 있었다. "저... ... "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카일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눈 앞의 여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 ... .. 저... .. 게이코양, 힘..내세요.." 에게? 카일리는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힘내세요..? 라니... .. 다른 여자가 생겨 자신을 떠나버린 남자에게서, 그것도 본인이 아닌 에이전트를 통해 이별을 통보받은 이 여자 앞에서 고작 한다는 말이 힘내세요... 라니!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그 말에 카일리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것은 그 게이코라는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의외라는 눈빛이 카일리 자신의 얼굴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뭐,뭐냐, 카일리? 그 서툰 대사는? 에이전트 매뉴얼에도 나와있지 않은.. .. 엉성한 대처. 에이전트 1년차도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 "... ... 에이전트 매뉴얼에는 없는 대사네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놀란 카일리가 고개를 들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렇지만 작게 웃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네..엣... ... 그, 그걸 어떻게...?" "저도... ... 페어웰... ... 에이전트 ... .. 였으니까요." "... ... ... ..." "... ... 물론 예전의... ... 일이지만... ... ... " 단... .. 한번도... .. 페어웰 에이전트 자신이 이별을 당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 물론,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히.. ..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 에이전트는 이별을 전달하는 사람이지... .. 이별을 겪는 사람은 아니라고만 생각해 왔었다. "아... ... " 카일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만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을 뿐. "제가... ... 에이전트에게... .. 이별을 당하게 되리라고는... ..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 "아무튼... .. 고마워요... ...힘... ... 낼 수 있을지... .. 모르겠지만... ..." "... ... ... " "... ... 어차피... .. 제가 먼저 좋아한 거니까... ..., 제가 더 좋아한 거니까... ... 그러니까... ... " "... ... 그런데.. .. 왜... .. 사랑했나요..?" 카일리가 물었다. "... ... ... " 눈 앞의 여자가 눈을 들어 말없이 카일리를 바라보았다. "... .. 아,.. .. 죄송합니다. 그저... .. ... 대답하지 않으셔도.." 황급히 카일리가 입을 열었다. 이런 개인적인 질문 같은 것.. 금지되어 있는 일인데... .. 젠장, 오늘 정말 왜 이러는 거지? "... ... 아니오, 그냥.. ... 사랑하게 되었어요. ... 이유 따위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 사람을 보면... .. 아무런 다른 생각도 할 수 없고, 머릿속에 그 사람만 가득차서... .. 그냥.. .. 그렇게 ... 좋아하게 됐어요. ... 감정이... 흐르는 데는... ... 이유가 ... ... 없는 거잖아요..?" "감정이... ... 흐르는 데는... ... 이유가... 없..다...?" "... ... ... ... " "... ... ... ..." 감정이 흐르는 데는 이유가 없다.... ... ? 카일리는 멍하게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았다. "고맙습니다. 오늘... .. ." 그런 카일리를 깨운 것은 게이코의 목소리였다. "아... ... " "저... .. 힘낼거예요." 게이코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카일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잊혀지진 않겠죠. ... 아니, 오래.. .. 걸리겠죠. 하지만, 그래도.. ... 힘 낼께요." "네... ... " 젠장, 갑자기 입어 얼어 붙은 거냐? 아까부터 계속 "네"라는 말 뿐. 그러고도 베테랑 페어웰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겠어? ... ... 하지만... .. 그녀가.. .. 가슴 아파하는 것이.. .. 맘에 걸려서... ... 뭐라도... .. 위로가 되고 싶어서.. "저.. .. 게이코양. " "네?" 그녀가 옷깃을 여미다 카일리를 돌아보았다. "저.. .. 그사람 말입니다. 해더만씨도.. ... 게이코양을 ... ... .. 좋아했을 거라고... ... 생각합니다... .. .. 게이코양 말대로... ... 마음은 감정이 흐르는 대로 .. .. ... ...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거니까... ... 그 사람도... .. 게이코양을... .. " "감사합니다. ... 따뜻하신 분이네요. 카일리씨." 그녀가 생긋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조금 슬퍼보여서... .. 카일리는 다시 가슴이 콕콕 쑤셔옴을 느꼈다. 에이전트가 ...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이라... .. 좋지 않다. .. .. 에이전트 카운셀러에게 가봐야 겠다... 라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그럼." 그녀가 까닥 목례를 한 후 등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이.. .. 슬퍼보인다. "게이코양..."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다. "네?" "저... .. 그 감정의 흐름은.. ... 막을 수 없는 것입니까...?" 왜,... 왜 내가 이런 것을 묻고 있는 거냐? 생긋. 그녀가 다시... .. 슬프게.. 미소짓는다. "아마도... " 그리고 가게를 나선다. "아마도... ..." 카일리는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중얼거려 보았다. 아마도. 43. Still Can't Recognize The Way I Feel --------------- by Cranberries 게이코가 나간지 10분 정도가 흐른 후었다. 카일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뭐가뭔지 뒤죽박죽이 되버린 기분이다. 게다가 가슴은 왜 이리 얼얼한지.. ... 젠장! 변태기자! 아까 당신이 급출발, 급정차할 때 안전벨트가 끌어당긴 탓이잖아!!! 카일리가 투덜거리며 까페문을 나섰을 때였다. "어엇?" 눈에 익은 물체가 눈 앞에 보였다. 이안의 차? 뭐, 뭐얏? 여기서 기다린 거야? 순간 차의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며 이안의 얼굴이 나타났다. "여어~ 오늘은 오래 걸렸네? 빨리 집에 가자! 배고파!" 빠직. "무슨 짓입니까? 왜... 왜 당신이!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야야야야! 빨리 타라! 저기 경찰이다! 빨리 타! 딱지 떼인다구!" 카일리는 후다닥 이안의 옆자리로 뛰어 들었다. "벨트!" 카일리가 벨트를 가슴 앞으로 당겨 채우자 마자 이안의 차가 부르릉 소리를 내며 급출발했다. 아... 씨... .. 가슴..! 아프잖아! "크로이첼씨, 다시는... ... .. 앞에서 기다리지 마십시오. 제가 전에 말했듯이... .. 에이전트의 사생활은.." "그래? 그럼 뒤에서 기다릴께." "지급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옷!" "저녁 뭐 먹을까?" "아아악! 내가 미쳐! 누가 당신하고 같이 먹는다고 했습니까!" "간단하게 치즈 마카로니 먹을까?" "맘대로! 맘대로 해욧!" 씨... ... 이게 아닌데... 젠장! "카일리. 안자?" 한참을 투닥댄 후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평소 같으면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 카일리는 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책을 손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안은 침대에 들어가 있는 상태.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자! 안자! 네놈이 깨어 있는 한 무서워서 안자! 또 무슨 꼴을 당하라고! 개 놈의 새끼! 아아~ 씨! 피곤해 죽겠네! 책을 쥔 카일리의 두 손이 바르르 떨렸다. 피식. 이안이 속으로 작게 웃음지었다. 카일리가 무슨 생각으로 침대에 들지 않는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봐, 카일리... ... 아까부터 책장이 한장도 넘어가고 있지 않은걸. "그럼 나 먼저 잔다" 이안은 침대 등을 끄고 눈을 감았다. 곧이어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카일리는 그제서야 책을 덮고 이안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잠이 오냐! 이 변태자식아! 좋겠다! 넌 잠이 잘와서! 씨발... ... 왜 이런 상태가 된거지! 왜 내 집인데, 낸 침대인데 내가 이 녀석의 눈치를 봐야 하냐구! 저...저, 잠자는 꼬락서니 좀 보게! 좋겠다! 씨발! 한참을 투덜대던 카일리가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갔다. 이불을 들치고... .. 이안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로 파고든다. 이안에게서 등을 돌리고.. .. 최대한 이안에게서 멀어지도록 몸을 뉘었다. 젠장... .. 잠자는 것도 피곤해. ... ... ... 카일리의 등이 보인다. 이안은 눈이 어둠 속에서 익을 때까지 잠깐을 기다렸다. 저기.. .. 눈 앞에 ... ... 그리 넓지 않은 카일리의 등이 보인다. 언제나.. .. 등을 보여주는 카일리. .. 언제나 등을... 슬그머니... .. 팔을 뻗었다. 그리고는... ... 카일리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 잡아 당긴다. "으아아아아앗! 뭐야!" 예상대로 카일리는 이안의 손이 닿자 마자 자지러지게 놀라며 버둥대기 시작했다. 더 힘을 주어 카일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씨발! 이거 못놔! 이 자식아! 당신 ! 죽어! " 녀석을 세게 끌어당겨 자신의 품안에 넣었다. "쉬잇!" 카일리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서,설마.. .. 하지만... .. 이안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놔..." 움찔하고 몸을 움직이자 더욱 세게 자신을 뒤에서 안아온다. "자자" 나른한... ..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여 왔다. "씨!! 이거 놔! 답답해" "자.. ... " 한없이 낮은 나른한 목소리.. .. 등에서 느껴지는 이안의 심장박동. "답답하다구!"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부의 의사를 표현해 보았지만.. 이제 이안에게서는 깨어있다는 반응조차 보이질 않는다.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씨...씨발... .. 이러고 잠들어 버리면 어떡하라는 거냐!!! 이 팔! 못풀어?!!! 못풀어엇?!!! 못... ... 푸..... ... 울... 어....... ... ?!!!! 카일리의 고단한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문득 세어봤더니.. .. 30편에서 이것 43편까지가 카일리의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더군요.. ... 장장 2주간 녀석의 하루 일과에 대해 써댄 셈인데... 쫌만 더 썼으면 이반 데니소비치도 능가할 수 있었을 텐데... 후후훗. ^ㅅ^ 44. Morning Song --------------- by Jewel 아아아... ... 눈부셔. 아아아... ... 무거워... ... 무...거...... ... 워어? "아아아아아아앗!" 자신의 허리에 둘러져 있는 갈색의 팔을 발견한 카일리가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 .. 악몽이라도 꿨냐?" 그 소리에 이안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물었다. "당신 따위 정말이지, 싫어!" 카일리는 이안을 팔을 던지듯 떼어내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내려가 샤워실로 향했다. 악몽? 네놈이 바로 악몽이다, 악몽! 그래... .. 샤워송을 들으면서 맘을 가라앉히는 거야... 그래.. .. "휴우... ... ... " 카일리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을 닦으며 욕실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을 때였다. "카일리." "어?..어엇?"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던 카일리는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쪽. 뺨에 와닿는 이... 축축한.. 감촉? "Good Morning, sunshine" 그리고 미처 카일리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이안은 카일리를 스쳐 지나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야앗! 미친 자식!! 당신 죽어엇!"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카일리가 욕실문을 걷어차기 시작했지만 안에서는 언제나처럼 느물느물거리는 이안의 웃음 소리와 함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Gonna give you all my love, boy My fear is fading fast Been saving it all for you 'Cause only love can last" "카일리의 샤워송"? 아니, 이젠 "이안의 샤워송"이던가? "Like a virgin, ooh, ooh Like a virgin Feels so good inside When you hold me, and your heart beats, and you love me" 이안의 목소리가 마돈나의 목소리와 섞여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 자식아! 누가 그거 맘대로 들으래!!! 당장 안꺼!!! 씨발!!!당장 안꺼!!!" 카일리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건 말건 그 노래는 이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씨....발... ... 카일리는 자신의 눈 앞에 앉아서 토스트된 머핀에 잼을 철푸덕 바르고 있는 은발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개자식... ... .. 그런 카일리의 눈초리에는 상관없이 이안은 싱글벙글거리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카일리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기까지 한다. 하아... ... 아침부터 두통이 날 것 같다. 따르릉... 따르릉 ... ... 그때였다. 전화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울린 것은. 고개를 돌려 보니 이안의 전화기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흘낏 이안을 보니, 이안 역시 자신의 전화기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기색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빵을 하나 더 토스터에 집어넣는 이안. "전화 안받아요?" 카일리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우물..우물... .. 알아서 끊기겠지... ... " 따르릉따르릉따르릉. 아아... ... 전화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 같아... .. 카일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전화는... ... 좀처럼 끊기질 않았다. "좀 받아요! 시끄럽 잖습니까!" 결국 카일리가 화를 내고 말았다. "어...그래? 그럼 받지뭐." 이안이 느릿느릿 빵을 입안에 쑤셔 넣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삑. 하고 작은 소리가 울리자 전화벨이 끊긴 대신 전화가 연결될 때 흔히 들리는 옅은 상대편의 소음이 들려왔다. 왜.. 또 스피커폰이야? 당신 전화니까 당신이랑 둘이서만 통화하라구! 나 당신 통화 내용 같은 거 듣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다구!!!! !!!! 카일리는 속으로 투덜대며 자신의 접시들을 모아 식기 세척기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안 크로이첼?" 웬지... ... 소름이 오싹 끼치는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흘러 나왔다. "그렇소만." 이안이 기지개를 켜며 무심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크로이첼. 오래 살고 싶다면 이번 NBI건에서 손을 떼라. 마지막 경고다." 싸늘한 목소리가 이어지자 카일리는 흠칫하여 동작을 멈추고 이안을 돌아보았다. 이안은 전화기 쪽으로 한발짝 다가섰다. "만약 이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 앞으로 당신 신상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해." 카일리는 흔들림 없이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이안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이거 뭐야? 이안, 이거... 무엇? 그리고 이안의 입에서 평소와 같은 느릿느릿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피식, 아아.. ... RJ 영감들에게 전해주게. 그러게 밀수 같은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RJ라니.. ... 무슨.." 상대편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당혹감을 드러냈다. "픽.. 멍청하긴. ... RJ의 콜럼비아 쪽 똘마니인 모양인데... 아닌가? 이봐, 그 악센트 고치기 전에는 협박전화 같은 거 하지마! 알겠어?" 그리고는 상대방이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피식. "어찌 저리 멍청할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장을 뒤져 옷을 갈아입는 이안. 카일리는 이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이건 또 뭐야...? "뭡니까?" 카일리가 등뒤에서 묻자 이안인 피식 웃으며 카일리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카일리의 굳은 표정을 보자 카일리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슬슬 문질러 준다. "신경쓰지 말아. 늘상 있는 일이니까." 늘상... ... 있는 일?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 정말로... 늘상 저런 위협을 당하는 거야... ? 카일리는 이안이 계속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늘상? "왜 걱정돼냐?" 그리고 이안이 고개를 숙여 자신을 싱글벙글거리며 바라보았을 때 "거, 걱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 따위 나가 죽어버리라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이안의 손을 쳐내며 돌아서고 말았다. 쳇! 변태 기자 따위, 변사체로 발견된다 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니까! "갔다올게, Sunshine!" 등뒤로 기분좋게 쿡쿡대며 문을 닫고 나가는 이안의 소리가 들렸다. 45. Back To Your Heart --------------- by Backstreet Boys 한 남자가 의자에 몸을 맞긴 채 앉아 있었다. 골똘히 무슨 생각인가를 하고 있는 듯 미동조차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그의 맞은편에서 또 한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집어 앉아 있는 남자의 가슴팍에 내려 놓는다. 그리고 스프레이를 뿌려 그것을 고정시킨다. 작은... ...크리스탈 조각들이었다. 앉아 있는 남자의 맨 가슴이 작은 크리스탈 조각들로 수놓여 있었다. 다리에 잘 달라붙는 검은 바지를 입고 상의는 입지 않은 채 남자는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멀리서 바쁘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희뿌연 조명과 쿵쾅거리는 음악이 들려왔다. "올 크리스마스에 밀라노 쇼에 초청받았다며? 대단해, 정말!" 마지막 크리스탈 조각 하나를 팔에 고정시키며 핀셋을 든 사람이 말했다. "밀라노라면 꿈의 무대잖아. 축하해. 자식!" "밀라노엔 가지 않아." 크리스탈을 붙인 사람이 죽은 듯 조용하게 대답했다. "뭐엇?" 놀란 나머지 핀셋으로 집어 들었던 크리스탈이 바닥에 떨어졌다. "선생님께 말씀드렸어. 그 때 휴가기간이야." "뭐엇! 너 미친 거 아냐? 너... 너... , 밀라노 쇼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인간이!... .. 뭐! 휴가 때문에 쇼를 포기한다고!!!" 핀셋 인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중요한 일이 있어... " 크리스탈 남자가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중요한 일? 너 미쳤지? 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어? 야이 미친 놈아! 선생님도 그래, 아무말 없으시디? 엉?" 크리스탈 남자는 대답을 않은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거울을 살폈다. 브러쉬를 들어 얼굴을 툭툭 쓸어 주는 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미친 자식아! 그래 밀라노 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야? 어? 휴가가 더 중요한 이유나 좀 들어보자!" 그의 뒤에서 흥분한 핀셋 인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 ... " 크리스탈 남자는 역시 미소만을 띤 채 말이 없다. "어떻게 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야이, 미친 놈아!!" "피식. 있어 그런게." 말을 마친 남자가 천천히 복작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출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아! 유진! 미친 놈아!!!!!!! 애인이라도 숨겨둔 거야? 어?" 어느새 얼굴이 뻘개진 핀셋인간이 크리스탈 남자의 등뒤에 악을 썼다. "응" 유진... ... 이라고 불린 크리스탈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짧게 대답하고 문을 나섰다.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무대 쪽에서 화려한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런 미친 놈... .. 모델한테 밀라노 쇼가 어떤 건데... .. 어휴... 미친 놈... " 핀셋인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화장 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진, 저 미친놈!!" 46. Together --------------- by Suede "와앗, 카일리! 이것 좀 봐!!!!" 이봐, 그렇게 큰 소리로 부리지 말란 말이야!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카일리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이안을 노려보았다. 이런 것 ... ..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 거기다 저런.. .. 눈에 띄는 녀석과 함께라니!!!! 이안과 카일리는 지금 대형 쇼핑몰 안에 들어와 있었다. 오랜만에 의뢰가 없는 주말이라 집에서 책이나 읽으며 쉬겠다는 카일리를 저 뻔뻔스러운 이안이란 녀석이 곧 유니스의 생일이니 어쩌니 하며 끌고 온 것이 바로 여기, 사람들로 북적대는 쇼핑몰이었던 것이다. 뭐야.. 이런 사람 많은 곳... ... 카일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장소에 신경이 날카로와져 아무 생각없이 이안이 이끄는 대로 비적비적 걸음만 옮기고 있는 반면, 이안은 신이 나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도 한 가게 앞에 서서 또 뭘 봤는지 자신을 저렇게 불러대고 있는 것이다. 으이구... 이... 어린 아이 같은 자식아!!! 카일리는 이안을 노려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도중에 툭... 또 사람과 부딪혔다. 젠장...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또... 뭡니까?" "카일리, 우리 이거 사서 나눠할래?" 이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던 카일리의 시선이 휙 하고 돌아 이안의 얼굴에 박혔다.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고 이안을 노려보았다. 이... 이 자식이!!! 이안이 가리킨 것은 반지였다. 그것도 커플링 반지. 이... .., 이 ...미친 놈이!!! "아, 내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옆에서 이안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카일리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졌다. "혼자서 하시죠." 톡 쏘아 주고는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야~~~ 야아, 카일리!" 반지에 눈이 팔려 있던 이안이 황급히 카일리의 곁에 와서 섰다. "맘에 안들어?" "... ... .. 제가 왜 당신이랑 반지를 맞춰 낍니까?"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카일리가 물었다. "나, 널 사랑해." 지극히 무심한 어조로 대답하는 이안. 하아.. ... ... 내가 당신과 무슨 말을 하겠어... ... 한숨을 내쉬며 카일리는 고개를 돌렸다. 툭... 또 어깨에 한 사람이 부딪힌다. "젠장,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짜증을 풀 길이 없자 복작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탓해 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잖아." "크리스마스...?" 그렇구나... ... ,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 그렇구나... 12월 초인데.. .. 사람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어 이렇게들 난리로구나... "그래서 말인데, 카일리..." "... ... ... " "크리스마스때 파티 같은 거 하지 않을래?" "에엣...?" "친구들이랑 동료들이랑 초대해서, 밤새도록 노는거야." "헤에..." 카일리가 얼빠진 소리를 내며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툭 하고 내뱉았다. "헛소리. .. 하지 말아요. 내 아파트에선. 안돼... .. 할려면 혼자 하라구요" 파티라니... ... 쳇... ... 미친 놈. "싫어?" 이안이 실망스럽다는 투로 물어온다. "네. 절/대/ 싫습니다." 미쳤냐...? 아파트에 사람을 초대해...? 생각만 해도 오한이 인다. "그럼, 우리 둘만 할래?" 이씨... .. 빠직... "절/대/ 안합니다." 냉랭한 목소리로 카일리가 대답했다. "선물줄께." "안해요옷!!!!!!!! 집에 갈래요." 카일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씩씩대며 걷기 시작했다. 선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안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쇼윈도들을 힐끔거리며 카일리를 따라갔다. 어떤 것이 가장 카일리에게 어울리는 선물일까? 마음속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이안이었다. =-=-=-=-=-=-=-=-=-=-=-=-=-=-=-=-=-=-=-=-=-=-=-=-=-=-=-=-==-=-=-=-= 여러분 모두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나이까. 馬脚.. 어제 팀장 및 client와 불미스런 일이 있은 후.. . 바로 꿈에서 팀장이 나타나 치고박고 싸우는 악몽에 시달렸나이다.. 아아.. 이렇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프로이드的로 움직이다니.. .. 나의 뇌구조은 어찌이리 단순하단 말인가!! 아아.. .. 살풀이라도 한판 때려야쥐... 아니지, 살풀이 정도로 팀장을 용서할 순 없쥐.. .. .. 주변에 있는 지푸라기라도 주워모아 모아모아모아서! 팀장의 제웅을 만든 다음에.. .. 사무용 평화침핀으로 찌르며 저주라도 내려야쥐.. .. -ㅅ- 회사 동기 중 하나가.. <그..자.리.>를 찌르면서 "임포저주"를 내리는게 어떻겠냐고 충고했지만.. .. 馬脚 ..그리 사드는 아닌바.. .. <그...자.리.>를 찌르되 "無毛저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 후후후후후훗. 생긋. 47. Nervous In The Alley --------------- by Smash Mouth 하아... ... ... 내일 모레면 크리스마스.. ... 작년엔 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른 채 혼자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보냈었는데... ... 올해는 ... .. 하아... ... 저 변태기자 녀석 때문에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다. .. .. 머리 아파... 카일리는 거실 한 구석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았다. 어느 날인가 이안이 잔득 재료를 사들고 와 카일리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만든 트리였다. 크리스마스날 저 트리 밑에 카일리의 선물을 놓을거라나 뭐라나 하면서... .. 은근히 자신도 선물을 받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던 이안이었다. 젠장... .. 네 녀석 따위... .. 선물 주나 봐라... ... 그러느니 내, 자선 냄비에 한푼이라도 더 넣지. 욕실에서는 익숙한 "카일리와 이안의 샤워송"이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에 이안의 콧노래와 샤워기의 물소리가 뒤섞여 아주 가관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제 산타께 단... .. 하나... 소원이 있다면.. .. 녀석이 이제 자신에게 싫증을 내고 나가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 하아아아... .. 하지만,... .. 녀석은 무지하게 질기니까... ... 하아아아....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는 카일리. "자자자, sunshine, 아침 먹자구.."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그렇게 부르고 싶은데." "부르지 마십시오, 크로이첼씨!" "아아, sunshine이 찌푸리니... .. 눈이 올 것 같아... ... 화이트 크리스마스인가...?" 젠장, 당신과 무슨 말을 해... .. 젠장. 잠깐... ... 그런데... ... 이게... 무슨... ... "크로이첼." "응?" "내 꺼 썼죠?" "무슨?" "바디 클린저." "아... ... 아아.. 응. 예민한데?" 탁. 카일리가 소리나게 컵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컵에 담겨있던 우유가 찰랑거리다 유리컵의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왜 그래?" "왜 그런지 몰라서 물어요?" "내가 니 것을 쓴 것 때문에 그런거야?" "서로의 것은 손대지 않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미안, 하지만, 내 것이 떨어졌어. 다시 살 때까지만 같이 쓰자." "싫습니다!!!!!! 싫다구요!!!" 알아...이안 크로이첼... ...? 나는 당신의 몸에서 나와 같은 향기가 나는 것, 참을 수 없어! 당신이 하나하나, 내 것을 공유해 가는 것이 싫어. 알아? "오늘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무슨 일 있었어?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어?"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마십시오." "카,카일리!" 쾅. 이안의 눈 앞에서 문이 닫혔다. "저녀석... .. 왜.. 그러는 거야....? 흠... ... 좋기만 하구만..." 자신의 손에 대해 코를 킁킁거리며 하는 이안의 말이었다. "나도 이걸로 바꿔볼까...? 흠... .. 카일리 향기.. 아아... 좋다." 피식거리며 카일리의 침대 쪽에 머리를 박는 이안. "오늘은 카일리의 선물이나 사야겠다... 후후훗..." 며칠 전에 봐 놓은 카일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며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이안이었다. 48. Emotion Sickness --------------- by Silverchain 젠장, 이안 크로이첼... ... 이건 정말 아니야. 카일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꺼내 컵에 따뤘다. 어떻게 해서... .. 내가... .. 당신과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 잘 모르겠어... ...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 카일리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의자에 걸터 앉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바스락. 손끝에 뭔가가 닿았다. 이게 ... .. 무엇...? 카일리의 손 끝에 작은 종이 쪽지 하나가 따라 나왔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결별은 당신의 인생을 밝게 한다> 그날 이후로 무심히 넘겨 버렸던 작은 종이쪽지의 그 문구가 갑자기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결별이라... ... 결별이라... ..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카일리는 고개를 들어 전화벨이 울리고 있는 전화를 확인했다. 자신의 전화다. 결별이라... ... 전화벨이 15번 이상 울리기를 기다리고, 17번째 전화벨이 막 울리기 시작했을 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에이전트 넘버 나인틴, 전화 받았습니다. " 잠시 후 카일리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잡고 있는 손이 가늘게 떨려 왔다. 카일리가 막 전화를 끊었을 때였다. "카일리!" 이안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양손 가득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꽃이니, 와인이니, 케익이니, 또 뭔가 갈색의 꾸러미에 싸진 것들.. ... "... ... ..." 카일리는 말 없이 이안을 바라보았다. "카일리, 아직 화난거냐?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바디 클린저 큰 통으로 사왔으니까.. .. " 이안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쇼핑해온 물건들을 이리저리 꺼내 놓으며 콧노래까지 불러대고 있었다. "이안. " "어, 왜 그래?" "그 ... 생활 수칙." "무슨 일 있어?" "생활 수칙 마지막 조항.. ... " "마지막 조항.. ...?" 그게 뭐였던라... ... ? 이안은 아릿한 기억 속을 더듬어 카일리와 처음 이 집에서 대치했던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잠깐... 마지막 조항이라면...? <"나쁜 녀석"은 1년에 1회 "워"가 통보하는 1주일간 "워"의 아파트에서 나가 준다. 이때 "나쁜 녀석"의 호텔비용은 "워"가 부담한다.> "카,카일리...?" "이안 크로이첼씨, 내일부터 일주일간 호텔에서 생활해 주시겠습니까? 호텔 비용은 수칙대로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카일리, 왜 그래? 설마.. .. 오늘 아침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 ... ... 유..진, ... ... 유진이 와." 49. Welcome to The Numb --------------- by Motley Crue "하아... .. " 마지막으로 이안의 바디클린저를 박스에 넣고 박스를 봉하며 카일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 굳은 얼굴로 한마디 말도 없이 이안이 짐을 싸서 호텔로 떠나버린 후, 카일리는 이안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치워가고 있었다. 집안을 휘하니 둘러보니... .. 뭔가가 이상하다. ...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가 모자란 듯한 느낌. 카일리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이게 정상인 거야... ... 이게... 카일리 일상의 생활이라구. .. .. 뭐야, 카일리. 콧노래라도 부르라구. 유진이 오는 거야. 유진을 일년만에 만나는 거잖아!!! 카일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유진.. ... 그리운... ... 나의... ... 유진.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활짝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 .. 집안으로 밀려든다. 카일리의 머리칼을 헝크러트리고, 집안의 내음들을 몰아낸다. 카일리는 눈을 감았다.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이 .. .. 기분 좋았다. 하아... ... 일상으로의 회귀를 자축한다. 카일리가 천천히 몸을 돌려 레코드 쪽으로 향했다. 명색이 자축이라면 축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옆으로 눕혀진 작은 삼각형이 그려진 작은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경쾌한 리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몇번이나 확인한 침대를 다시 한번 기웃거리고, 또 한번 베개를 집어 들어 똑바로 놓았다. 시트를 탁탁 쳐서 편편하게 만들고 끝을 잡아당겨 주름이 없이 맞추어 놓고, 다음엔 무릎을 꿇고 시트에 코를 박고 시트러스 향기가 제대로 스며들었는지를 확인하는 카일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원한 향기,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와 자신의 머리칼을 흐트러 놓는 차가운 바람이 가슴까지 스며드는 듯 했다. 잠깐 시트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아 보았다. 신나는 음악. 카일리의 입술이 달싹달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Their innocence will pull me through 침대 가에 꿇어 앉은 채, 얼굴을 시트에 파묻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조그맣게 후렴구를 따라하는 카일리.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They're meaningless and all that's true" "후훗... ... 후후후후후후후훗"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실소까지 뿌려대고 있는 카일리였다. 아아.. ... 신나는 음악이구나... ... 유진은 어디까지 왔을까... ...? 다시 한번 후렴구가 반복되고 있었다.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어엇,, ... .. 그런데.. .. 후렴구를 따라하고 있는 목소리는!!!! !!! 카일리가 번쩍 고개를 처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동작 정지. 갑자기... ...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아드레날린이 빠른 속도로 핏속을 타고 퍼져 나간다. "카일리, 여전 하구나. 80년대 음악은." 저기 ... ... 문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눈물에 비쳐 보인다. "유진!" 카일리는 벌떡 일어나 자신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인영에게로 뛰어 들었다. 유진.. .. ! 나의 유진!! 49. Welcome to The Numb --------------- by Motley Crue "하아... .. " 마지막으로 이안의 바디클린저를 박스에 넣고 박스를 봉하며 카일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 굳은 얼굴로 한마디 말도 없이 이안이 짐을 싸서 호텔로 떠나버린 후, 카일리는 이안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치워가고 있었다. 집안을 휘하니 둘러보니... .. 뭔가가 이상하다. ...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가 모자란 듯한 느낌. 카일리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이게 정상인 거야... ... 이게... 카일리 일상의 생활이라구. .. .. 뭐야, 카일리. 콧노래라도 부르라구. 유진이 오는 거야. 유진을 일년만에 만나는 거잖아!!! 카일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유진.. ... 그리운... ... 나의... ... 유진.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활짝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 .. 집안으로 밀려든다. 카일리의 머리칼을 헝크러트리고, 집안의 내음들을 몰아낸다. 카일리는 눈을 감았다.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이 .. .. 기분 좋았다. 하아... ... 일상으로의 회귀를 자축한다. 카일리가 천천히 몸을 돌려 레코드 쪽으로 향했다. 명색이 자축이라면 축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옆으로 눕혀진 작은 삼각형이 그려진 작은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경쾌한 리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몇번이나 확인한 침대를 다시 한번 기웃거리고, 또 한번 베개를 집어 들어 똑바로 놓았다. 시트를 탁탁 쳐서 편편하게 만들고 끝을 잡아당겨 주름이 없이 맞추어 놓고, 다음엔 무릎을 꿇고 시트에 코를 박고 시트러스 향기가 제대로 스며들었는지를 확인하는 카일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원한 향기,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와 자신의 머리칼을 흐트러 놓는 차가운 바람이 가슴까지 스며드는 듯 했다. 잠깐 시트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아 보았다. 신나는 음악. 카일리의 입술이 달싹달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Their innocence will pull me through 침대 가에 꿇어 앉은 채, 얼굴을 시트에 파묻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조그맣게 후렴구를 따라하는 카일리.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They're meaningless and all that's true" "후훗... ... 후후후후후후후훗"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실소까지 뿌려대고 있는 카일리였다. 아아.. ... 신나는 음악이구나... ... 유진은 어디까지 왔을까... ...? 다시 한번 후렴구가 반복되고 있었다. "De do do do de da da da Is all I want to say to you De do do do de da da da..." 어엇,, ... .. 그런데.. .. 후렴구를 따라하고 있는 목소리는!!!! !!! 카일리가 번쩍 고개를 처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동작 정지. 갑자기... ...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아드레날린이 빠른 속도로 핏속을 타고 퍼져 나간다. "카일리, 여전 하구나. 80년대 음악은." 저기 ... ... 문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눈물에 비쳐 보인다. "유진!" 카일리는 벌떡 일어나 자신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인영에게로 뛰어 들었다. 유진.. .. ! 나의 유진!! 50. Things Done Changed --------------- by Notorious B.I.G. 유진은 한번더 힘을 주어 카일리의 등을 둘러 안았다. 따뜻한 카일리의 체온이 옷을 너머 전해졌다. 언제난 손을 뻗치면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도... ... 손안에 잡히지 않는 환영과 같은 카일리. 유진은 쓴 웃음을 눌러 삼키며 다시 한번 품안에 있는 카일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후후훗, 유진" 자신의 가슴에 코를 묻고 장난스럽게 자신을 불러오는 카일리의 어린아이 같은 웃음. 어린아이 같은... ... 휴... ... 언제나 그게 문제지... ... "카일리" 부드러운 목소리가 카일리의 이름을 불러왔다. "돌아왔구나, 유진... .. 돌아왔어." 카일리가 중얼거리며 유진의 끌어안았다. 두근.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살갗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 하아.. ... 믿겨지지 않아. ... 유진. "그래, 카일리, 돌아왔어" 유진이 확인시켜 주기라도 할 듯 카일리의 귓가에 속삭여 왔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카일리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는다... ... 순간 유진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스치고 지나갔다.. 향기.. ... ... 낯선 향기가 ... ... 카일리의 머리칼 근처에서 떠돌고 있었다. "유진, 배고프지 않아?" 어느새 유진의 품안에서 떨어져 나온 카일리가 주방을 향해 움직이며 물었다. 카일리의 환한 미소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따라 미소를 지었다. "아니, 기내식 먹었거든." "쳇, 기내식...? ... 인간의 식욕을 떨어뜨리도록 특별히 고안된 "나르는 돼지죽"을 말하는 거야?" "요~ 요 자식, 왜 이렇게 심술이 난거야?" 유진이 카일리에게 다가서며 카일리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흐트러 놓았다. 무대에서의 업무용이 아닌,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지어주는 미소가.. .. 카일리의 마음도 함께 흐트러 놓았다. "쳇... ... 기내식 따위..라니.. 싫단 말이야." "후훗... ... 완고한 녀석" 카일리가 예전부터 얼마나 기내식을 싫어했는지 알고 있는 유진이 짧게 웃음지었다. 완고한 카일리. 한번 좋아하거나, 싫어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웬간해선 잘 마음을 돌리지 않는 까다로운 연인. "그럼 망고 쥬스 줄테야?" "좀만 기다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선반에서 유리컵을 꺼내는 카일리를 보며 유진은 천천히 몸을 돌려 거실로 향했다. 싸늘한...데?... ... 라고 생각하자 마자 그 이유를 발견해 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감기 들겠다, 녀석아." 카일리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중얼대며 창문을 당겨 닫는다. 그때였다. 유진의 눈에 절대 카일리가 가지고 있지 않을 듯한 물건이 눈에 띤 것은. 천천히 그것을 집어 들었다. 굉장히 익숙한... ... .. 다리가 셋 달린 개의 사진...을 커버로 달고 있는 CD ... Alice in chains? 유진의 눈이 그 CD 곁에 한 무더기로 쌓여 있는 다른 CD들로 향했다. 스매싱 펌킨스, 부쉬, 컬렉티브 소울, 너바나, 위저, 데프톤즈, 펄잼, 알이엠, 오프스프링, 노 다웃, 사운드 가든, 라디오헤드... ... ... ... 카일리가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들을 것 같지도 않은 음악들. 잠깐... ... 아까의 낯선 내음이 여기서도 ... .. 느껴지는 것... .. 같다... ... "어? 뭘 보고 있는 거야?" 카일리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앨리스 인 체인의 CD를 손에 든 채 유진이 뒤를 돌아보자 노란색 잔을 쥔 카일리가 생긋거리고 있었다. 약간은 낯선... .. 카일리의 웃음. "앨리스 인 체인?" "카일리... 가 듣는 거야?" "응, 나 거기서 Again이랑 Nothin' song 정말 좋아해." 생긋. "우리 왕고집쟁이, 취향이 많이 바뀌었구나." 천천히 유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응. 좀." 좀... .. 바뀌었구나.. 카일리. 저기에 있는 크리스카스 트리, 꼬마전구까지 반짝이고 있는 저 축제의 장식물... 그리고... .. 테이블 위에 놓인 한겨울의 부겐빌리아. 그리고 나를 향한 너의 눈부신 미소. ... ... ... 네 마음도... ... 나를 보는 네 시선도 조금은 바뀐거냐...? ... ... 그랬으면 좋겠다. ... =-=-=-=-=-=-=-=-=-=-=-=-=-=-=-=-=-=-=-=-=-=-=-=-=-=-=-=-=-=-=-=-=-=-= 몸이 좀 안좋습니다. 열도 나고 몸도 쑤시고.. .. 그런데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토욜날 회사에 나와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ㅅ- 천지개벽이오.. .. 쿨럭. 가만히.. .. 아픈 머리를 싸메고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 지금 집에서 잠자고 있을 팀장이 혹시 제웅을 만들어서 저한테 저주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 .. 의혹이 듭니다. 상상력 박약의 팀장이 "無毛저주" 따위를 내렸을리 없고.. 기껏해야 두통/복통 따위겠지만... 쿨럭.. .. "절벽가슴 저주" 같은 것만 아니었음 좋겠습니당 -ㅅ- .. 51. The Magic Friend --------------- by 2 Unlimited "어? 이건 뭐야? 나한테 주는 거야?" 유진이 쇼파 한 쪽에 놓인 초록색 꾸러미를 집어 들었다. "어, 그것! 잊어버리고 있었어.. 어떡하지...?" "내 것 아니야, 카일리? 야..이거 섭섭하데... ... ?" "저기... ... 그거... .... 선물... 줘야 하는데..." "누구?" "유니스라고... ..." 잊고 있었다. 지난번 이안과 외출했을 때 사두었던 유니스의 생일선물. 유니스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했는데... ... .. ... ... 유진이 오지 않았더라면... ... 이안과 함께 전해주려 가려고 했었다. 유진이 오지 않았던라면.. .. "친구?" "응?" "친구냐고.." "어... .. 어... 친구의... ... 친구." 자신이 생각해도 어색한 말투. 뭐야.. ... ,숨기는 것도 없는데 왜... .. 이렇게.. .. 죄책감이 드는 거야...? 카일리는 유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서 있었다. "피식." 유진의 웃음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고 곧이어... ...유진의 손이 쓱쓱 카일리의 머리카락을 문질러 왔다. 따뜻한 손바닥. 따뜻해. "카일리, 좋은 친구를 사겼나 보구나. " 더이상은 묻지 않는 유진. "유진, 같이 갈래?" "응?" "유니스 말이야, 생일선물을 주고 싶거든. 크리스마스 때는 유진이랑 함께 있을 거니까... .. 그전에 주려고.." 유진의 얼굴 위에 다시금 미소가 번진다. "만나게 해 주고 싶어?" "응. 유니스는... ... 유니스는... ..." "... ... ... " 카일리가 말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 "... ... 유니스는 여자 유진이야." "무슨 소리야?" "하하하하하하... 보면 알아." 벌써부터 유니스의 "까르르르르"하는 웃음이 들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카일리였다. "잘됐다. 저녁... .. 간단하게 먹어도 괜찮지? 샌드위치 같은 거.." "카일리와 함께라면 뭐든지... .. " 다시한번 카일리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흐트러 놓으며 겨울햇살같은 미소를 던지는 유진. "다행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열지 않았을까 걱정했었거든! 전화번호도 모르고 해서... .. 혹시 닫았으면 어쩌나 했었는데."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Sand Witch's 앞에서 카일리가 유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유니스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에는 천사 인형 대신 호메이니의 3차원 입체 사진이 걸려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구나?" 유진이 그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특별한 사람이지.." 카일리가 유리문을 밀며 미소지었다. "딸랑~" 차임벨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예에~~ 어서오세요!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유니스를 찾아주신 당신께 알라의 축복이.. .. 어... 어엇? 카일리잖아?!!" 차임벨 소리만 듣고 등을 돌린 채 재잘대던 유니스가 카일리를 보자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유니스! 저 왔어요." 카일리가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인사를 한다. "까르르르.. 이안없이 혼자만 온다더니.. 정말 혼자 왔네?" "아, 아니.. .. 혼자가 아니고.. .." 갑자기 튀어나온 이안의 이름에 약간 당혹감을 느끼며 카일리가 서둘러 유니스의 말을 막았다. "유진이라고 합니다." 카일리를 뒤따라 오던 유진이 한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제서야, 유진의 존재를 눈치챈 유니스가 유진의 가슴팍에서 점점 시선을 들어올려 유진의 얼굴로 눈을 옮겼다. ... ... 이야, 이 녀석 .. .. 큰데..?... 하는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날카로운 유진의 눈매와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을 것 같은 유니스의 반달눈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유니스의 눈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진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입을 연다. "오오오오옷!!! 이 친구 완전 모델이잖아!!?" "푸훗.." "킥" 카일리와 유진의 입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진.. 모델 맞아요." 카일리가 말했다. "아아..정말?" 다시 한번 유니스가 감탄의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 ... ... " 보통 사람이라면 거북살스러울 정도로 꼼꼼히 자신을 뜯어보고 있는데도 유진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유니스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한참을 충분히 유진을 쳐다보고 난후, 유니스가 입을 열었다. "까르르르르르.. ... ... 알라의 축복을 받은 친구네! 까르르르르.. .. 일단 앉아요,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구." 유니스는 카일리와 유진을 이전에 유진과 함께 왔었던 자리로 안내했다. 햇살이 가득 내리비치는 자리였다. 마치... ... 유니스나... ... 유진과 같은 햇살이다... ... "어디 보자~~ 카일리..... ... 음... ... 카일리 워씨, 그동안 햇빛 음식은 많이 복용했는지 좀 볼까요?" 유니스가 테이블에 얼굴을 붙이고 카일리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음~~ 까르르르르... 꽤나 먹은 얼굴인데?" "훗... ... 파인애플 통조림.. .." 사실이었다. 유니스의 까페에 갔다온 이후로 이안은 파인애플 통조림이며 아보카도 샐러드 따위를 줄기차게 사다 냉장고에 재어 놓았던 것이다. 물론... .. 그중 2/3 정도는 이안이 밤에 기사 따위를 쓰다 까먹긴 했지만... .. "아, 내 정신 좀 봐, 카일리, 유진, 배고프지?" 유니스가 스스럼없이 유진의 이름을 불러주자 카일리는 손을 약간 옆으로 움직여 유진의 손을 끌어당겨 잡았다. .. .. 따뜻하다. "아아... .. 카일리가 말하길 여기 샌드위치가 환상이라고 하던데요?" 유진이 말했다. "까르르르르르... 유진에게는 뭐가 필요한가...?" "... ... ..." "어엇? 이거 굉장히 이상한데?" 가만히 유진을 쳐다보던 유니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상해... ... 진짜... .. 알라!"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며 주방으로 걸어들어가는 유니스. "재미있는 사람이다." 유니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진이 말했다. "응." "참.. 그런데 카일리." "응?" "이안이 누구야?" "으...으응? 어?" "아까 유니스가 그랬잖아... .. 오늘은 이안이랑 같이 오지 않았네..? .. ..하고." "아아... ..그.그러니까..." "아까 말한 유니스의 친구야? 카일리와 유니스를 알게 해준...?" "으... 으응... ..." 심장이 다시 박동치기 시작한다. ... 거짓말이 아닌데.. ... ... 왠지... ... 진실로부터도 멀어진 듯한... ... ... ... 하아... ... ... 52. Mama Who Da Man? --------------- by Richard Blackwood "자아~" 유니스가 쟁반 가득 무엇인가를 쌓아들고 다가왔다. 오더니 스스럼없이 카일리의 맞은 편에 와서 앉았다. 오늘도 거대한 카일리의 호놀룰루 스페셜. 카일리는 얼른 손을 뻗어 샌드위치 한 조각을 집어들며 유진 앞으로 놓이는 접시를 곁눈질했다. 분홍색... .. 아니.. 분홍빛의 살색이라... ... 연어... ...? 유진은 망설임없이 한 조각을 집어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카일리와 유니스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우물거리며 씹기 시작한다. 우물우물.. ...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연다. "최고로 맛있네요." "그렇지? 까르르르르르. 그건 그렇고 호기 샐먼 샌드위치의 영혼이라... .. 우왓! 이거 정말 대단한 확률인데?" "뭐가요?" "아니, 후후훗. 그런 게 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유니스였다. "참, 잊어버릴 뻔했네. 유니스, 이거 선물이예요." "어? 무슨 선물?" 유니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생일 축하해요, 유니스" 카일리가 초록색 포장지로 싸인 꾸러미를 내밀었다. "까르르르. 고마워, 카일리." 선물을 덥썩 받아들자 마자 유니스는 성급하게 표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생긋. 그런 유니스를 지켜보는 카일리. "우우왓! 이거! 내가 갖고 싶었던 건데! 우우와앗! 사막 색깔! 우우와앗! 카일리! 정말정말 고마워!!!!! 아아아앗, 귀여운 녀석!!!" 유니스가 갈기갈기 찢어좋은 포장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래 색깔의 머플러였다. "아아앗! 까르르르르르. 이거!!! 와앗! 감촉도 좋아! 어미 낙타의 뱃속같아!!" 유니스는 카일리는 껴안고, 뺨에 키스를 하고, 한동안 소란을 피우고, 머플러를 얼굴에 비벼대는가 하더니 냉큼 목에 돌돌 감았다. "헤... .. 헤엣... .." 카일리는 유니스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도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유니스를 바라보다 슬며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푸... ... 후훗.. ... 흰색 젤라바에, 빨간 터번을 두르고 (-- 이건 나중에 밝힌 그녀의 고백에 의하면 "산타 영감"을 흉내낸 것이었다--).. ... 카멜 머플러를 목에 둘둘 감고 있는 모습이 그녀만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 "이거, 나 정말 갖고 싶었던 거였어. 와아앗, 고마워, 카일리!" "케... ..켁.. .. 다행이네요, 그거 실은... .. 아,아니예요. 유니스가 좋아해줘서 기쁘네요." 또다시 흥분하여 목에 매달리는 유니스를 떼어놓으며 카일리가 말했다. ... ... ... 이안이.. .. 그 선물을 골랐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황급히 삼켜졌다. "그런데 카일리, 이거 너무너무 고마원데.. .. 너무 미리 주는거 아냐?" 머플러에 뺨을 부비부비거리며 유니스가 물었다. ... 너무 일찍이라뇨, 겨우 이틀 먼저 주는 건데... ... ... ... 라고 생각하던 카일리는 다음에 이어지는 유니스의 말을 듣자 들고 있던 샌드위치 조각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의 8개월이나 일찍 받은 거 아냐..?" "네엣... ..?" "내 생일.. 8월이니까... " .. .. 수,숨이 가빠진다. "하,하지만... 유니스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어? 누가 그래?" "... ... ... " 말을 잇지 못하는 카일리를 보자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린다. "까르르르르. 이안이 그랬구나? 까르르르르" 카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놈의 기자자식. 진실을 왜곡하는 것의 결과가 두렵지도 않더냐? "이... ... 이 자식이!" "까르르르, 카일리, 나... ... 이 선물 정말 맘에 들어, 고마워." 뺨에 부드럽게 와서 닿이는 유니스의 마른 입술. 마음이... ... .. 놓였다. "까르르르르르... ... 그러면 나도 뭐가 답례를 해야지? 카일리, 이것 좀 볼래?" 유니스가 벌떡 일어나며 카일리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러더니 까페 한구석으로 이끈다. 까페 한 구석에 하얀색 마보자기로 덮인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유니스가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카일리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와아~~~" 저도 모르게 탄성이 쏟아졌다. 색색의 젤라바와 터번들이 상자가득 나란히 들어있었다. "고향의 친구가 보내준거야. 하나 골라봐." 카일리의 눈이 유니스를 올려다 보았다. "괜찮아요... ..? 이렇게 귀한 것... " "괜찮아, 카일리도 나에게 이렇게 좋은 걸 줬는데." 유니스가 다시 머플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지간히도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카일리의 손이 선듯 어느 것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까르르르르. 카일리, 천천히 골라봐, 그동안 나 저기서 유진이랑 얘기 나누고 있을테니, 괜찮지?" "... ... " 카일리는 그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스의 모래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멀어져 갔다. 유니스가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유진의 시선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카일리의 등에 못박혀 있었다. 유니스는 다시 한번 유진을 바라보았다.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큰 키였다. 비죽비죽 손질하지 않은 듯한 머리며, 보통의 남자들이 입었다면 그야말로 '엽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한 연분홍색 캐시미어 스웨터, 테이블 밑으로 쭉 뻗은 다리를 감싸고 있는 체크무늬 바지, 길고 여윈 발목이며 끈없는 운동화가 마치 신체의 일부인양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몸이었다. 이야~~ 대단한데!.. ..라고 생각하는 동안 카일리에게서 눈을 돌린 유진의 눈길이 자신에게 와서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저한테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정면에서 부딪혀 오는 성격이라... ... "까르르르, 왜 그렇게 생각했지?" " 카일리를 저 곳에 떨어뜨려 놨으니까요." 머리 회전도 빠르고... ... "아아~ 난 그냥, 유진이 나한테 뭔가 묻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까만 유진의 눈동자가 부딪혀 온다. ".. ... 이안이 누굽니까?" 주어진 기회도 놓치지 않고... ... "카일리와 함께 사는 녀석인가요? 그리고 당신의 친구이고.. ..?" ... ... 눈치도 빠르기까지.. ... 까르르르르. .. .. 이안, 잘못하면 지겠는걸? 53. Tell Me Where It Hurts ------------- by C-Note "자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듣고 싶은데." 카일리가 마시던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며 유니스가 말했다. "카일리가... ...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어요.. ..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니라... .. 뭔가 다른 관계의... ... 그리고... .." "그게.. .. 이안이다?" "네." "빙고! 대단해! 어떻게 알아챘지?" "그냥... .. 그렇게 느껴졌다고 하면... ... " 대답을 하는 유진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소감을 묻는다면?" 약간의 짖궂은 얼굴의 유니스. ".. .. 질투 때문에... ...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 ... ... ..." 유니스는 아무 말없이 유진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까르르르르, 대단한 박력이야! 이안 따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 피식, 이제 이안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건가요?" "뭐,... .. 짐작한 대로야. 카일리와 함께 살고 있는 녀석." 유진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 막상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심장이 따끔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 정도의 사...이죠?" "글쎄... .. 그런 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잘 모르니까 말이야. 아마도... .. 유진이 묻는다면 대답해 주지 않을까... ..?" "무슨.. .. 의미.. ...?" "까르르르르... 그냥 그렇게 느낀 것 뿐이야. 까르르르르.. " "... ... ..." "나도 하나 질문해도 돼?" " ... ... ..." 유진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카일리의 뭐야?" "저도.. ... .. 유니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듣고 싶은데요." "까르르르르, 아웃! 한방 먹었군... .. 음... 내가 보기에 유진은.. ... 카일리의 온실 주인인 건가? 열쇠 없이도 드나들 수 있는... ... ?" "... ... 카일리의... ... 아킬레스 건이죠... .. 저는... ... .." 유진이 천천히 손가락으로 다른 손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카일리의 아킬레스건, 카일리의 상처, 카일리의 보호막, 카일리의 약점... ... 그게... 접니다." "... ... ..." 유니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유진을 바라 보았을 뿐. "그게.. ... 견딜 수가 없어요. 차라리.. .. 카일리와 모르는 사이였다면.. .. 그냥 제가 카일리의 마음을 열고 들어갔다면... .. 쉬웠겠죠.. ... 그런데... 그게 아니고... .. 카일리는... .. 처음부터 내게만은 마음을 열어놓고 있으니까. .. ... 하아... ... 내가 원하는 것은 거절하지 못하니까... .. .. 그게... 정말... ... 하... .. " "고약한 거지." "그래요.. ... 고약한 거죠... ... " "하아... ... " 다시 유진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의 눈이 까페 구석에 있는 카일리의 등에 가서 멎었다. "카일리가... ... ... 열한살 때... .. 녀석을 데리고... ... 고아원을 나왔죠... ... 그때 이미... ... 내 가슴 속엔... .. 카일리가 가득차 있었으니까... .. 내가 지켜주고.. .. 싶다고... .. 그렇게 생각했어요.. ... 살기 위해... .. 험한 일도 하도... .. 위험한 짓도 하고.. .. 차라리... .. 차라리... ..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 카일리를 고아원에 두고.. .. 내가 자리를 잡은 후에 카일리를 데려갔어야 하는 건데... .. 지금 생각하면 후회도 되지만... .. 녀석이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 불안해서... .. 심장이... .. 아팠.. .. 죠" "하지만.. .. 카일리는 널.. .. 사랑하잖아? 무슨 문제지... ?" "사랑... ... 인지, 사랑한다는 강박인지.. ... ... 나.. ... 자신이 없어요." 유진의 얼굴이 흐려진다. "그럼 유진은?" "사랑합니다. 카일리를." "흐음-" 유니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고약해.. ... "저기.. ... " "카일리랑 잤어?" 느닷없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을 뿐이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입을 뗐다. "예." 54. Hurt --------------- by Nine Inch Nails "아아- , 담백한 성격이야. 맘에 들어. 그 얘기 좀 들을 수 있을까?" 유니스가 생글거리며 유진을 재촉했다. "... .. 카일리와 고아원을 나오고, 몇 년이 지나면서... .. 저는 에이전시에 발탁이 되었고 카일리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죠... .. 그때는.. ... 저도 조금씩 돈을 벌고 있었고.. .. 카일리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고... ... " 추억에 잠긴 듯 유진의 눈가가 조금 젖어온다. "그리고... .. 그리고... .. 난 참을 수 없이... ... 카일리를 원하고 있었어요." "... ... ..." "카일리에게... ... 말을 했어요. ... 너를 원해.. .. 라고." "... ... ... " "카일리는... ... 카일리는... ..." ".... ... ..." "카일리는 저를 보며 웃었죠... .. 유진이 ... .. 원..한...다...면... .. 이라고 말했어요." 유진의 심장이 그때를 헤메고 있었다. 열다섯의 카일리를 처음으로 안았던 그날. 하얗게 질려있던 주제에... ... 입만은 웃으며 '안아줘'라고 말했던 카일리를.. ..... 그 작은 소년이 너무도 갖고 싶어서, 떨고 있는 손을... ... 그 어깨를 모른 척 해버렸던 자신을. 카일리는 끝까지 내색하지 않았다... .. 이성을 잃고, 카일리는 안는 동안... .. 고통스러웠을 것이 분명한.. .. 그 시간동안... ... 카일리는 그저 자신을 끌어안은 채... ... '날 가져... 유진'이라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 ... "고약한 스토리야." 유진의 찌를 듯한 눈초리를 그대로 받아내며 유니스가 말했다. "그해... .. 그렇게 수없이... ... , 수없이 카일리를 가졌어요." "... ... ... " "... ... 카일리가... ... 익숙해지지 않는 것 따위... ... 내 욕망 속으로 삼켜버렸어요... ... 카일리는 언제나... .. 날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 언제나 웃으며... .. '날 가져'... 라고 말해줬으니까... .. 그러다 보면... .. 언젠가는 ... .. 카일리도 ... 날 느낄 것이라고.. .. 그렇게 ... .. 생각했어... .. " "... ... ..." "카일리는... ... ..." "유진을 사랑한다고.. .. 생각해." 유니스가 툭 내뱉듯 던지며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무엇인가를 꺼냈다. 놀랍게도 그것은.. .. 담배였다. 커피와 샌드위치의 맛을 망친다는 이유로 까페 내에선 절대 금지했었던 담배를 유니스 자신이 꺼내들고 있었다. 지땅. 그 독한 프랑스제 담배를 천천히 입에 물었다. "... ... 그래요, 자신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죠. 카일리는.... .. 끝없이 자기 최면을 걸고... .. 강박처럼 나를 사랑하죠." 유진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후우~ 그래도 조금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 어쨌거나, 카일리의 마음 속으로 드나드는 건... .. 너뿐이나까 말이야.. ..." "그럴지도... .. 카일리의 마음은 정말... .. 알 수가 없으니까... .." "... ... ... " "조금이라도... .. 조금이라도... 카일리가 의무감에서가 아닌... .. 그 마음 깊이에서 날 사랑해준다면... .. 하아... .. " 유진의 처연한 한숨. "고.약.한. 이야기야." 유니스가 찰칵... 하고 라이터를 켰다. 까페 여기저기서 놀란 눈동자들이 쏟아진다. "... ... ... " 유진은 담담한 표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럼... ... 왜.... .. 카일리와 떨어졌던 거야?" "고아원을 나와 5년을 같이 살았어요. 매일 살을 맞대고, 매일매일 서로에게 죽을 때까지 함께 살자고 맹세를 했죠. 그러다가... 둘다 조금씩 하고 싶어하는 일이 생기고.. .. 카일리는 페어웰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했고, 나도... .. 여러 도시의 쇼에서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었요... ..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는 것, 미래에 대한 불안... ... 하지만,... .. 제일 컸던 것은... .. 타이밍이었죠. 우리는... .. 가장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린 거였어요." "... ... ... " "파리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 한참을 망설였어요. 그때... .. 그때... .. 카일리가 그랬죠... .. 가라고, 날더러 가라고 하던군요, 자기는... .. 기다리겠다고. 언제든지... .. 나만 기다리겠다고... ... " "지독한... ... " "몰랐어요, 그때는... .. 카일리가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었는지... .. 저 미소, 저 얼굴 뒤에서 얼마나 심연으로 떨어져 내렸는지... .. " "그럴테지, 저애는 그런 애니까." 끄덕. 유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 카일리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적어도, 무슨 고생을 하더라도... .. 카일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 카일리와 함께 파리로 갔어야 했는데... .. 그러면, 카일리가 날 사랑하게 됐을지도 모르는데.. .. " "... ... ..." "... 고약한... .. 타이밍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 " "하지만, 카일리는 정말로 유진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유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까르르르르. 우와. 미소 하나는 백만불짜리네! 정말 모델인가봐!" 오랜만에 유니스다운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서 ... .. 이젠 어쩔거야?" "기다릴 겁니다. 카일리가 ... .. 나에게 들어올 때까지.. .. 천천히, 나한테 물들 때까지요. 카일리가 먼저 나를 원할 떄까지. 하얗게 질린 채 저에게 매달려 오는 카일리의 얼굴.. ..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우와~ 대단해." "... .. 아직은.. .. 이안이라는 녀석보다 제가 유리하지 않습니까?" 유진의 얼굴에도 슬슬 장난끼가 떠올랐다. "까르르르르, 맞아." 뭐가 좋은지 까르르거리는 유니스. "그런데 유진, 하나만 더 물어 봐도 돼?" "네." "카일리가 먼저 유진에게 오기 전에 카일리와 자고 싶으면 어떻게 해?" 짖궂은 질문. "참아야죠, 뭐." "정말? 유진이 손만 내밀면 카일리는 유진을 안을텐데? 그걸 참아?" "자꾸 도발하지 말아요, 지금도... ... " 유진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다. "지금도 ... .. 카일리를 안고 싶어... .. 손가락에서 쥐가 날것 같으니까." "푸훗,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유진군! 까르르르르르르! 볼수록 맘에 드는 친구네!" 씨익. 유진이 다시 미소지으며 카일리의 등을 바라보았다. "카일리, 선물 고마웠어." 까페의 입구. 유니스와 두 남자가 마주서 있었다. 하늘색 터번를 돌돌 말아쥐고 있는 카일리와 그런 카일리의 어깨를 감싸쥐고 있는 유진. 유니스의 입술이 카일리의 뺨에 와서 닿는가 하더니 은근슬쩍 한손이 카일리의 코트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거.. .. 필요할 때 써. 그다지 위험한 건 아니야." 작은 네모 상자가 카일리의 손 끝에 만져졌다. 눈이 마주치자 유니스가 눈을 찡긋해 온다. 다음에는 유진과 유니스가 서로 포옹을 했다. ... .. 남매같아.. .. ... 그 둘을 바라보며 카일리는 생각했다. 서로 다른 형상을 한 동류... ... ... .. 세상을 힘들게... .. 살아가는... . 동류다. 55. My Dark Star --------------- by Suede 퀘퀘한 어둠 속이었다. 몸도 꼼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 .. 그곳에 이안이 처박혀 앉아 있었다. 진동하는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치 앞도 볼 수 없을만큼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다. 카일리... .. 가만히 카일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심장이 저릿저릿 아려왔다. 카일리... .. 카일리... .. 나의 심장... .. 나의 혈액... .. 나의 사랑. 캄캄한 어둠이 심장으로 들어와 박혔다. 초췌한 모습의 이안이었다. 잠을 며칠이나 자지 못한 듯 충혈된 눈. 꾸깃꾸깃 때가 묻은 셔츠.. ..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 온몸이 쑤셨다. 탁. 그때였다. 저 쪽에서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사내들의 발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올것이 왔구나. 이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냉혹한 얼굴의 사내들이.. .. 창고 안으로 들어와 섰다. 무릎이 뻐근하다. 다리를 일으켜 세우다 비명이 터져나올 뻔 하자 이안은 얼른 숨을 멈췄다. 크흑. 어느새 이렇게 약해진 거냐, 이안... .. 마음 속에서 조소가 터져 나왔다. 저쪽 멀리에... ..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듬더듬 어둠 속을 더듬어 옆자리에 놓아 두었던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혹시 자신이 ... 이곳에서 죽어라도.. 무슨 일이 있어는지는 알릴 수 있도록... .. 카메라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올려 놓았다. 운이 좋다면... .. 카일리의 얼굴... .. 한번 더 볼 수 있을까... ... ? 큭.. 우습군. 유진이라는 녀석, 얼굴도 보지 못하고 쫓겨난 주제에... .. 주머니를 더듬거려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그것도 카메라 옆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자, 어서 시작하자구. 가만히 눈을 감고... .. 카일리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을 떠올렸다. 카일리 외에는 누구에게도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물건이었다. 호텔에 두고 온... .. 선물... .. 카일리에게 줄 수 있을까? 이안의 다리가 순간 약간 움직였다. "우당탕!!!" 발치에 있던 드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테이블 쪽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이안쪽으로 눈을 돌렸다. "제길!" 다급하고 일그러진 목소리가 순식간에 터져나왔다. "저기다! 잡아!" "놓치지마!" 곧이어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들. 환한 몇개의 불빛이 이안의 찡그린 얼굴위로 쏟아졌다. 각목이 이안의 어깨위로 내리쳐지고, 순식간에 팔이 뒤로 꺾여 돌아갔다.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 총구가 이안의 관자놀이에 겨누어졌다. 이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카일리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 주말 내내 겔겔겔 방안을 기어다녔더랬져... -ㅅ- 덕분에 바닥에 꿈틀이처럼 엎드려서 <의뢰>를 써대긴 했지만.. .. .. 오랜만에 ... 큼지막한 노트에다 만연필로 글을 썼는데.. .. 아아.. .. 머리만 아프지 않았다면... .. 나쁘지 않은 기분. 만연필이라는 필기구가 주는.. .. 묵직한 세월의 무게...랄까.. . .그런 것.. .. 좋더라구요. 헤헬... ... 사각사각사각... 하는 소리도 나고. 평소엔 칼퇴근으로 유명한 馬脚.. .. 지금 회사에서 30장짜리 영문 기획서 검토하느라 집에도 못가고 "똥빠지게 일하고" 있습니다. .. -ㅅ- 문득 앞으로는 회사에서 글쓰는 일을 지양해야지.. .. 하고 결심해.. 봤습니다. 물론... .. "결심만"... 일겁니다. 아마도. 일은.. .. 일이니까.. .. 오홋! 프로페셔날? ... .. 이라고 생각해주시다면.. ... 긁적... 실은... ... .. .. 포악한 馬脚.. .., "일못하는 놈이 싫다"라고 공공연히 천명하고 돌아다니던 터라 ... .. 제 일을 해놓지 못하면.. .. 그 "일 못한다고 마구 욕했던 인간들"한테 칼맞아 돌아가십니당.. .. .. -ㅅ- 아무튼... 제 일은 제 일이니까.. .. .. 인간은 변태가 됐든, 뭐든.. .. 자신의 일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 -ㅅ- .. 56. Dream A Dream ---------- by Charlotte Church & Billy Gilman "유니스랑 무슨 얘기했어?" 유진의 팔짱을 낀 카일리가 유진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그냥.. .. 이런 저런 얘기." "이런 저런 무슨... ... ??" "카일리.. ..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얘기." "칫." 카일리가 얼굴을 붉히며 유진의 손을 다시 한번 힘주어 잡았다. 나도.. .. 나도 사랑해, 유진. 속으로 작게 중얼거려 보았다. 가슴이 아려왔다. 나도 사랑해. "유진... 나도 좋아해." "... ... " 유진의 몸이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유진의 신체가 ... .. 팽팽하게... .. 긴장된다. "나... .. 다음달에... .. 트리플 스케일의 링크가 돼... .. 그러면... ... .. " "... ... 그러면 나... .. 파리로 갈까봐... ... " 말을 마친 카일리가 유진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대답을 바라는 얼굴.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번잡한 길 한가운데.. ..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는 거리 한가운데... .. 카일리와 유진, 두 사람만이 외따로 서 있는 기분. "구역변경 신청을 하고... ... ... 나... .. 유진이랑 다시 함께... .. 살고 싶어." 다시 한번 작은 목소리로 카일리가 말했다. 입술이 탔다. 유진.. .. ,나... ..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어. ... .. 그래도... .. 괜찮은 거지... ...? 나... .. 당신... .. 사랑... 하니까... ... 와락. 유진이 카일리를 끌어당겼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품안에 안겨오는 카일리.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 .. "그래... .. 우리 같이 살자... ... " 유진의 입에서 목멘 소리가 나왔다. 다시는 너를 놓지 않겠어... "사랑해... .. 유진." 카일리가 유진의 등뒤로 손을 돌리며 말했다. "사랑해... .. 정말... 사랑해, 사랑해." 다시 한번 덧붙인다. 유진은 카일리를 단단히 끌어당겼다. 품안에 있는 카일리를 느낀다. 애써 마음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질문을 무시하며... 너는... ... 왜... ... 그렇게 사랑한다고 반복하는 거냐... ... ? 마치... .. 카일리 네 자신에게... .. 확인시키려는 것처럼... ... 57. All You Want --------------- by Dido 카일리와 유진이 그렇게 서로에게 밀착되어 카일리의 아파트로 들어온 것은 10시가 훨씬 넘은 무렵이었다. "피곤하지? 샤워 먼저 할래?" "응" 카일리가 욕실로 사라지자 곧 이어 저 흥겨운 "카일리의 샤워송"이 들려왔다. ... .. 완고하고 고집스런 연인 카일리. 유진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시원한 시트러스 향내가 풍겨왔다. 빳빳하고 주름 한점 없는 시트가 카일리를 보는 것 같았다. 함께 살던 때에도... .. 그때에도... .. 카일리는 죽도록 고집스럽게 시트 정리를 하곤 했었다. 자신이 화장품 냄새며, 향수 냄새며...술냄새... .. 그밖의 온갖 혼란스런 욕망의 내음들을 잔득 묻혀서 들어올 때도 카일리는 그렇게 빳빳하게 손질한 시트 위에서 ... .. 에이전트 교재를 읽으며... .. 정갈하게 앉아있곤 했다... .. 다시는... .. 상처주지 않으리라... .. 다시는... .. 카일리가 먼저 나를 원할 때까지는... ... 쏴아아~~ 따뜻한 물이 머리위로 쏟아지자.. .. 갑자기 덮쳐오는 한기에 카일리는 몸을 떨었다. 심장이... ...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오늘은... .. 오늘은... .. 두근.. 두근... .. 순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카일리가 갑자기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이안... ... ? 곧 입가에 조소가 피어난다. 쿡... .. 무슨 바보같은 짓이냐? 자신이 쫓아낸 변태기자가 왜 이런 때 갑자기 생각하는 거야? 다시 쏟아지는 물속으로 얼굴을 묻던 카일리가 그 이유를 발견해 냈다. 이안의... .. 바디 클린저 향기, 어느새... .. 욕실에 배어버린... .. 그 향기... .. 지난 번에는 그토록 욕지기를 느끼게 했던 그 향내에... .. 갑자기 가슴이 욱씬거려 왔다. 쳇. 무슨 소리야. 카일리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쏟아지는 물속에 정신을 맡겼다. 밖에서 유진이 기다리고 있는데... . 오늘은... .. 내가... .. 달깍. 유진이 흰색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욕실문을 나섰을 때였다. 침대 위에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카일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 카일리, 아직 안잤어?" 카일리에게 웃으며 다가가던 유진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우뚝 멈춰섰다. 카일리가 덮고 있던 시트가 스르르 흘러내리자 하야 맨몸의 카일리의 상체가 드러났다. .. .. 시트 밑의 몸도.. ..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함께 살던 때 이후로는 한번도 자신이 먼저 드러낸 적이 없던 카일리의 몸. "카일리... ... " "유진... .. 나... .. 안아줘." "카일리..., 너.... ... " "이제... ... 내가 ... .. 유진을 원해." 유진의 눈동자가 카일리의 눈동자와 얽혔다. "정말... .. 이야?" 확인하듯,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묻는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 유진의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며 카일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날 가져. 내가... .. 유진을 원해... . 날... .. 가.져... 줘.." 58. Love Affair --------------- by Toni Braxton 카일리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트가 흘러내리자 눈부신 카일리의 나신이 유진의 눈앞에 일어섰다. 유진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지금... ... 카일리가 날... .. 원한다고... ... 했었나? 유진이 그렇게 가만히 침대가에 서 있자, 카일리는 천천히 무릎으로 걸어 유진에게로 다가갔다. 유진의 목에 팔을 감는다. 유진의 온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카일리의 얼굴이 머뭇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붉은 입술이 촉촉하게 유진의 입술을 덮어왔다. ... ... 더... 이상... . 참을 수 없어. 유진의 손이 와락 카일리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겼다. 깊게... .. 깊게... .. 카일리의 숨결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너를 원한다... .. 너를 원해... .. 카일리의 입술을 가지고, 카일리의 이빨를 가지고, 카일리의 혀와 침을 가진다... .. 가쁜 숨과 숨이 부딪힌다. 천천히 카일리의 몸을 침대로 눕혔다. 가운의 끈을 풀어내리고 카일리의 위로 몸을 가져갔다. 몸을 낮추어... .. 카일리의 얼굴 위로 입술을 가져다 댄다. 가늘게 떨리는 카일리의 눈썹에, 카일리의 코 끝에... .. 붉게 물든 뺨에, 그리고... .. 다시 카일리의 입술을 덮는다. 두근대는 두개의 심장이... ..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학... .. 하앗... .. 유진... .. " 유진의 입술이... .. 카일리의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자 카일리의 얼굴에서 목까지 분홍빛 홍조가 퍼져 나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 카일리의 하얀 목에 수천번 입을 맞추고서야 유진의 입술이 카일리의 가슴으로 향했다. 분홍빛 젖꼭지를 살짝 혀로 쓰다듬자 카일리의 눈썹이 바르르 떨리며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시트를 움켜잡았다. "카일리... .. 사랑해." 유진의 음성이 뜨거운 땀방울과 함께 카일리의 위로 떨어져 내린다. 욱씬... ..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나도... ... 나도... . 사랑해."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어 말을 해본다. 전혀 자신의 목소리 같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의 욱씬거림... . 왜... . 왜... .이런 때... 변태기자... .. 그 녀석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들려오는 것일까.. 왜... ... 나는 유진을 사랑하는데... ... 상념을 떨쳐 내기라도 할 듯 카일리가 신음을 내뱉으며 유진의 목에 팔을 둘렀다. 후끈거리는 유진의 체온이 느껴졌다. "으... ... 으음.... ..." 유진의 신음소리가, 유진의 불끈거리는 근육이 느껴졌다. 이 슬림하고 아름다운 육체가 카일리의 몸짓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다. "하... . 앗." 유진의 혀가 카일리의 배꼽을 핥았다. 카일리의 손가락이 유진의 등을 파고 들었다. 부드럽게... .. 부드럽게 유진의 혀가 작은 우물을 따라 움직이더니 이윽고 카일리의 다리 쪽을 움직여갔다. "하... .. 하앗... .. 유..진... ... " 유진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카일리의 입에서 달뜬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진이 천천히 카일리의 분신을 입에 머금었다. "아... ..아앗" 카일리의 얼굴이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일그러졌다. 유진의 혀가 카일리의 분신을 따라 오르내리고, 유진의 손가락이 카일리의 음낭을 부드럽게 자극하자 카일리의 분신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아... .... ... 핫... .. " 카일리는 눈을 감았다. 다시금... ..끼이익... .. 거리는 회전목마가 머리 속에서 돌기 시작했다. 유진의 혀가 허벅지 안쪽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자 카일리의 목이 뒤로 빳빳이 젖혀지며 저절로 무릎이 세워졌다. 다시 유진이 카일리의 분신을 입을 가져갔다. "사랑해, 카일리. 사랑해." 귀두 끝을 살짝 물고 입맞추며 말을 한다. 아아... .. 유진... .. 나, 나는... ... 카일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하... .. 아.... .. 유진... .. 나... .. 더 이상... .. " 카일리의 입에서 숨가쁜 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진이 카일리의 분신을 입에 문채 카일리를 올려다 보았다. 두 눈에 눈물이 한껏 고인 카일리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도리질했다. 하아... .. 유진은 정액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카일리의 분신에서 입을 떼었다. 카일리가 부끄럽게 여긴다면... .. 대신... .. 손으로... ... 카일리의 분신을 조심스럽게 감아쥐었다. "아.. ... 아...아학.... .." 카일리의 가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곧 우유빛 정액이 손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카일리는 흥분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였다. ... ... 그 표정이 너무 좋아 유진은 다시금 카일리의 얼굴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때... .. 발견했다. 눈물로 젖어있는 카일리의 얼굴. 얼마나 깨물었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카일리의 입술. 바르르 떨리는 눈썹. "계속... .. 해... .. 유... .. 진... ... ... " 쥐어짜듯 카일리의 음성이 속삭여 왔다. 그렇... .. 게 절망적인 표정으로... .. 나에게.. .. 계속하라고 말하는 거냐... ..? 유진의 손가락이 천천히 카일리의 애널로 향했다. 카일리의 몸이 반사적을 굳어지는 것을 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문다. 흥분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 손가락 하나를 밀어넣었다. 빡빡하게 긴장된 애널이 느껴진다. 자신을 밀어내는 카일리의 육체. 카일리의 손가락이 시트를 세게 거머쥔다. 떨리는 손가락을 본다... .. 그리고... ... "... ... 흐.... .. 흐흑.... .." 기어코 숨겨보려 했던 가는 흐느낌과 "... ... ... .. 미... .. ,미... 안... .. 이안... ."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을 소리없이 부르고 있는 입술모양도. 59. Perfect Day --------------- by Lou Reed 유진의 몸에서 스르르 힘이 빠졌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탁하고 끊긴 것만 같았다. 카일리는 아직 유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베개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유진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카일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핫. 카일리가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유,유진 뭐하는 거야? 왜... .. 그만 두는 .... .. 거야.... ... ? 유진의 얼굴에 나타난 슬픈 표정이 미친 듯이 카일리를 흔들었다. "유...유진... .. " "쉬... 쉬이~" 유진의 입술이 가볍게 카일리의 입술을 덮어왔다. 촉촉하고 슬픈 입술. "유진... ... " 영문을 모른 채 카일리가 다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 왜... ... 왜 그래.. "이안이라는 ... .. 사람. ... .. 사랑하는구나." 유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 왔다. "무... 무슨... .. ?" 무슨 소리야?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친다. 나, 나는 ... .. 유진을 사랑하는데... ... "후웃... .. 카일리... ... " "유,유진... .. 난... ... 나는... ... " 뭐... .. 뭐야... ..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거지... .? 왜... ..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 왜... ... 씨발... .. 왜... 눈물이 나는 거냐구!!!!!! 빌어먹을!!! !! "네 몸이 그렇게 말해, 카일리... .. 네 몸이 .. 그렇게... .. " 유진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났다. 자신을 안고 있는 뜨거운 유진의 몸이... .. 온몸으로 물기를 짜내고 있었다. 카일리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돼... .. 이건... ... 이건 악몽... .. 악몽이야... 회전목마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거... .. 거짓말... .. " 믿을 수 없다. "카일리... ... .. 널... .. 속이지 마... ... " 뭔가... .. 뜨거운 것이 카일리의 어깨위로 떨어진다. 유진의... .. 유진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아아... .. 아아... .. 유진... .. 나도 모르겠어... ... 카일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진의 가슴팍이 카일리의 뜨거운 눈물로 덮여갔다. 당신을 원하는데... .. 당신을 ... .. 내 목숨보다 소중한.. .. 당신을 원하는데... .. .. .. 왜... .. 또 ... .. 다른 사람이 생각나는지 ... ..모르겠어... .. ... ... .. ............ 아아.. .. 미안해... ... 얼마나... .. 오랫동안... .. 움직이지 않은 채 ... ..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 서로의 눈물을 맞으며... .. 서로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 ... 그리고 이제는... ..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 ... 거리를 느끼며... .. 그렇게 껴안고 있었는지 모른다. 유진의 팔이 카일리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다. 얼마나... ..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은 카일리가 유진과 눈도 맞추지 못한 채 시트만 내려다 보았다. ,... .. 그렇구나... .. 이제... .. 놔줘야 겠구나... .. 이안... .. 이라는 녀석에게... .. 보내줘야 ... .. 겠구나... .. 내가.. .. 먼저... .. 놓지 않으면... .. 카일리는... .. 절대로 ... 나를 떠날 수 없으니까... ..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진... .. 날... . 가.져..줘.... ... " 다시 한번 카일리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울컥. 심장이 떨려온다. 천천히 떨리는 손을 카일리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죄책감과 슬픔과 갈망이 뒤섞인 카일리의 눈동자. "날.... 가져... ..." 허스키한 카일리의 목소리. 유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 이제... .. 다시는... ... 천천히 카일리의 눈 위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 침대에서 일어선다. "유진!" 카일리의 당혹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이성이 무너지고, 다시 카일리의 마음속 목소리 따위 무시해 버리고 카일리를 가질지도 모르니까. 옷을 입고... .. 아직 풀지 못했던 트렁크를 들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유진!" 놀란 카일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뒤에서 붙잡는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쉰 후... .. 뒤를 돌아보았다. 심장이... .. 아프다... "카일리.. ... 이안... 이란 친구... .. 꽉 잡고... . 놓지마... .. 그 사람은 너의 심장이니까... .. 니가... .. 니가, 내 심장이듯... .. 그 사람은... ..너...의 심장... 이니까... .. 나... .. 지켜 볼 테니까... .. " 당당하게 나와주는 목소리가 고맙다. "거... 거짓말... .거짓말이지?" 울부짖듯 카일리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아직도... ... 제... .. 마음을 ... .잘 모르는... .. 고집스런 나의 ... .. 연.인... ... 마지막으로... .. 카일리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은 다음 미련없이 몸을 돌려 복도로 걸어나간다. 카일리에게서... .. 멀어져... .. 간.다.... .. "유진! ... 유진!!!! 가지마!!!!!! 사랑해!! 유진!!! 나... .. 흐.....ㅎ..으으윽... 나, 당신 사랑해!!!!!!" 미친 듯 자신을 부르는 카일리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 "날 가져!!!!!유진!!!!! 우리.. .. 이제 함께... .. 으... .. 흐흑..... .. 함께 살면 되잖아!!!!! 예전처럼... .. 아윽... .. 흐흑... ... 씨발! 날 가져!!!!! 내가!!!.... 내가 ... .싫은 거야? ... .. 하....흐흐흐흑... ... 유진! 유진!!!! 가지마!!! 날 가져!! 가지라구!!!!!!" 목이 쉬도록 자신을 부르는 카일리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 돌아가자고, 돌아가자고... .. 미친 듯이 속삭이는 욕망을 무시하며... .. 유진은 엘리베이터로 발을 옮겼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카일리의 흐느낌이 점점 작아진다. 복도 끝에서... ... 단 한번 뒤를 돌아 보았다. 나신의 카일리가... .. 동상처럼... .. 움직이지 않은채... .. 그곳에 ... .. 서 있었다. 등을 꼿꼿하게 펴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 언제부터 그렇게 혼자 사막을 걸을 수 있게 된 걸까. 둘이서 함께 기대며 걸어왔는데... .. 언제부터 카일리는 소년에서 남자가 되버린 것일까... .. 언제 그렇게 성장해 버린 것일까... ... 60. Another Story To Tell --------------- by Mace 유진의 모습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잠길 때까지 카일리는 그곳에 서 있었다. 자신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사실 따위... .. 12월의 차가운 공기 따위... ..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진의 모습이 복도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카일리의 몸이 허물어지듯 주저 앉았다. "흐... ... .. 흐흑... .. " 참고 참으려 했던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비틀대며 방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쨍그랑!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유리컵을 벽에 집어 던졌다. "... .. 아... ... 아아학... .. 이안... .. 이 개새끼야... .. 흐... ..흐흑... " 절규하듯, 악을 쓰듯 울음을 터뜨렸다. 카페트 위에 주저앉은 카일리가 자신의 페니스를 잡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로... .. 자위를 시작했다. 어느날... .. 우연히 보았던 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집에... ... 유진과 고아원을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 환경조사를 나왔던 경찰관이... ..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 그 사람이 ... ..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 함께 사는 어른이 없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 그리고... 내... .. 티셔츠를 끌어올렸지... ... 그때... .. 유진이 들어와서... .. 나에게 화를 내고... ..내 뺨을 때리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카일리가 자신의 페니스를 앞뒤로 마찰하기 시작했다. "흐...ㅎ..흐흑... .. 유진... .. " 울면서... .. 유진을 원망하면서... .. 문 틈으로 밖을 엿보았을 때... .. 그때... . 보았다. ... 유진의 일그러진 얼굴. 소리를 지르지 않기 위해 악문 입술과, 핏기없이 꽉 쥔... .. 손... .그리고... .. 그리고... .. 유진을 뒤에서 짐승처럼 가지던... . 경찰관... 고통스런 얼굴. 경찰관의 신음... .. 유진의 긴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던... .. 피... .. 비릿하고 역겨운 내음... .. .. 인형처럼 표정없이 흔들리던.... 유진의 눈물... ... "흐윽... .. 유진... .. 날... .. 가져... ... " 페니스를 자극하는 카일리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때... .. 그날... .. 아무 표정없이.. .. 그 좁은 침대로 유진이 들어오던 날... 여느 때처럼.. 추위를 잊기 위해... ..꼭 껴안은 채 잠이 들던 날... .. 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 이을 악물고... .. 신음을 참던 유진을 어둠 속에서 보던 날... .. "하... .. 하악... .. 흐흑... .. 유진... ... " 카일리의 손이 툭하고.. .. 페니스에서 떨어진다. 대신 뜨거운 눈물이... .. 쓰라리게... .. 쓰라리게... .. 자신의 다리 위로 떨어졌다. 눈물의 자리가 화상처럼 뜨겁다. 유진... .. 나... ..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 결심했는데... .. 끅끅거리는 흐느낌이 카일리의 목을 타고 새어나왔다. 어쩌다... .. 어쩌다... ..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 심장이 ... 심장이 찢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 미안... . 유진... .당신... .. 정말... 미안해... .... ... =-=-=-=-=-=-=-=-=-=-=-=-=-=-=-=-=-=-=-=-=-=-=-=-=-=-=-=- 자, 이제 내일부터 馬脚은 사라집니다. 썰렁구라중년영감 팀장이 병든 몸을 이끌고 출장을 가라고 명하시니.. 재색겸비조신처자 馬脚은 그대로 따를 수 밖에.. .. ..쿨럭.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같으니.. ... 줸장. 누렇게 뜬 얼굴, 충혈된 눈, 늙은이 같은 해소기침을 흘리며 馬脚, 타국에서 비명횡사만은 피하도록 기도해 주시옵고 왕복 비행기 안에서 탱탱구리한 언니들의 몸매를 감상하며 나머지 를 구상하겠사오니... .. 부디 그때까지 피드백 많이 남겨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이외다. 불초馬脚, 그리 영민하지 않으나 집요한 구석이 있어 보여주시는 피드백에는 늦더라도 반드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약조드리리다. 만에 하나 피드백이 없으면 馬脚, 마피아와 결혼하여 그곳에 눌러붙어 돌아오지 아니할 것이오, 것이오, 것이오~~~ (이정도 강조했으면 뭔가 있겠쥐.. .. -ㅅ-) 그럼 여러분.. 모두들 평안한 하루하루 되시옵소서. 조신처자 馬脚, 오매불망 다음에 찾아뵐 기회를 기다리겠나이다. 아아.. ... 불편한 몸을 이끌고 타국으로 전진하는 馬脚, 실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산업역군이라.. ...! 어찌 감동의 눈물이 나오지 아니한가! 쿨럭... .. (이.. 끈적한 것은... ... 피..? . ... 가 아니라.. .. 가래... ? -ㅅ-;; 캬~악, 퉤!) ============================================================ 제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馬脚님의 꼬랑지글까지 옮겨드리는 이유는 ㅋㅋㅋㅋㅋㅋ 흐흐흣. 재밌기 때문입니다. 馬脚님의 설만큼이나 인기있는 것이 또 이 꼬랑지글이기 때문임당. 61. It's Gonna Rain --------------- by Kelly Price 머리가 깨질 듯... . 아파 눈을 떴다. 싸늘하게 식어 있는 침대 옆자리가. 있어야 할 사람의 부재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 고약한.... ... .. 경우가... .. 있... 어... .. 빙글빙글 돌아가는 머리를 추스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 ... 유진은 없다... ... 억지로, ... .. 떨리는 손으로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멍하니 앉았다. 해야... . 할... .. 일이 ... .. 있었던 것도 같은데... ...? 멍하니... .. 눈을 돌리자... .. 거실 한 켠에 놓여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안... .. 이안을 찾아야 해. 심장이 아팠다. 이제야.. .. 알아버린... ..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알아버린... .. 잔인한... 자신의 마음. 이제는 마주보아야만 하는. 피하고 싶었던. 마음. 천천히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 번호를 누른다. 그리고. "1107호 .. .. 이안 크로이첼씨를 부탁드립니다." 숨막힌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이 흐른다. "네? 체크인하지 않았다구요? " 수화기가 카일리의 손에서 덜그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말도 안돼... .. 이건... .. 어디로, 어디로 간거야? 카일리가 벌떡 일어나 떨리는 손을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펜이 굴러 떨어지고, 잉크가 쏟아져 카페 위에 검은 얼룩을 만들어 냈다. 이안의 책상 서랍 속,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그 공간을 카일리의 손가락이 급하게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한참을 뒤지던 카일리의 손에 작은 수첩이 하나 들려 나왔다. ... ..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이안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로 전화를 건다. 내가.. ... 잡아준 호텔에서 묶지 않았다면.. ... .. 집으로 돌아간 거겠지. 그런... ... 건가... ... ... ? 이젠... ... ... 나 따위... ... 진절머리가 나서... ... .. 가버린 거야... .... ? 하지만... .. 그렇다 해도... ... 나는... 나는. 당신이 이제 날 떠나버렸다 해도... ... 그 전에.. ... 내 마음... 알려 주고 싶어. ... 이제 어쩔 수 없다... .. 해도. 한번... .. 두번... ... 세번... ... 신호가 가고... ...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 낮은 목소리가. "여어~ 이안한테 전화를 했는데 이를 어쩌나? 이안은 오늘부터 햇살을 잡으러 갔는데 말이야. 흐흐.. .. 끝내주는 온실 근처로 이사가니까 전화번호가 .. ..." .. .. 그 낮은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달깍.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집에도 가지 않은건..가... .. ... 카일리의 손가락이 다시 수첩을 훑어 내리다 한곳을 짚었다. 잠깐 얼굴에 망설이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의 버튼을 꾹꾹 눌렀다. 한참을 신호가 간 후에... .. 누군가가 전화기를 들었다. 분주한 소음이 뒤쪽에서 들려왔다. " 아... .. 저... .. 혹시... .. 거기... .. 프리랜서 기자 중에... . 이안... .. 크로이첼 씨... .. 계신가요?" 카일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한다. 카일리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 지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들고 있던 손이 경련을 일으킨다. "네... .. 감사... ... " 수화기를 힘없이 놓았다. ".. ... .... " ... ... 이안은 ... .. 현재... .. 행방불명. . ... .. 어제... .. ... .. .. 마약 거래를 취재하겠다고... ... .. 만류하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 .. 사라져서는 ... .. 연락이 없다고... .. 했다.... ... 나... .. 때문이야... .. 나... .. 유진도... ... .. 이안도... .. 모두... .. 나... .. 때문... ... .. 너무... .... . 기가 막혀... ... .. 이제는 울음조차... ..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 반짝... ..반짝... ..하고 빛을 내는 것이 .. .. 뿌옇게 눈에 들어왔다. 어린애처럼 떠들며... . 트리를 장식하던 이안의 모습이 떠올랐다. ... ... .. 살아... .. 있을지도 몰라... .. .끈질긴... .. .. 녀석이니까.... .. ... .... 그렇게... .. 진드기처럼... .. 독한... .. 녀석이니까... ... 살아 있어줘... .. 내게... .. 돌아오지 않더라도... . 살아만... .. 제발.... .. 카일리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욕실문을 열자 카일리의 눈시울이 울컥하고 굳어왔다. ... ... ... 유진을 위해 준비했었던 치솔, 타월이 얌전히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 ... 이제는 영원히.. ... 볼 수 없을 광경. 그 광경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다시 욕실문을 닫는다. 유진이 남겨놓고 간 마음의 앙금들.... ... 그리고... ... 그 앙금 사이에 조차 순수하지 못하게 끼어드는 이안에 대한 생각. ... ... .. 이런... ... 이런 ... ... 고약한 경우가 있어. ... ... .. 변태기자,... .. 이런 ... 씨발... ... .. 이런... 고약한 경우가 있어... ... .. 당신... .. 지금 어디있는 거야.. ... ...? 찾아서... .. 찾아서 죽여버리겠어... 62. Why Should I Cry For You? --------------- by Sting 쏴아아-- 따뜻한 물줄기가 카일리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쿵쾅쿵쾅 욕실을 울리고 있는 "카일리의 샤워송"도 귀에 들려오질 않는다. 천천히... ..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끝에서 일어나는 거품에, 갑자기 심장이 움찔하고 수축해왔다. 유진을 생각하자 가슴 한 구석이 욱씬욱씬 아려왔고... ... , 이안을 생각하자 그 통증이 심장 전체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싸아하게 퍼져가는 통증이 피를 타고 카일리의 온 몸을 돌아 눈을 자극해 왔다. "흐... ... .. 흐...윽... ... 씨발... ... ... " 유진을 위해 준비했었던 타월을 두 손으로 틀어진 카일리의 입에서 다시금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 .. 시간을 ...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 ... 유진과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 , 이안을 만나기 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 , 아아... ... .. 내 마음을 깨닫기 전으로만... ... .. 그때로만 되돌아 갈 수 있다면... ... ... ... 카일리의 몸이 천천히 주저 앉았다. 차가운... .. 욕실 벽에 기대어 한없이... ... 한없이.. 운다. "흐... .... 흐으윽... ... .... ... 으윽... ..." 입술을 악물어도, 두 주먹을 쥐어보아도 터져나오는 울음은 그쳐지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울음이었던가... ... 카일리는 알 수 없었다. 혹독한 상처를 받고 떠나간 사랑했던 유진인지... ... 이제서야 그 마음을 알아버린 사랑하는 이안인지... ... .. ... 아니면, 너무나도 한심한 자신을 위해서인지.. 카일리는 알 수 없었다. "아... ... 흐... .. 흐윽... .. 끅.. ... " 눈 앞에 바싹 당겨진 무릎에서, 늘 쓰던 향기가 아닌... ..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와서 닿았다. 욱씬... ... 다시 심장이 수축한다. 이안의... ... 바디 클린저 ... ... 향기... ... .. 자신도 모르게 집어 들고 들어온... ... 이안의... ... .. 향기. 격렬한 심장의 수축... .. .. 이대로 심장이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까. 단지... .. 단지.. 그의 향기를 맡은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어 오고, 눈물샘이 따끔따금 자극되어 왔다. "하아--" 카일리는 얼굴을 다시 한번 쏟아지는 물 속으로 밀어넣었다. ... ... ... 그때... ... 이안이 자신이 샤워하고 있던 욕실로 들어왔었던 날... ... ... ,머리가 돌아버릴 정도로 화가 났었던 그날. 그렇게, 그렇게 이안을 쫓아내 버렸다면... ... 이런 일 따위., 이런... .. 감정 따위 겪지 않았을 텐데... . 만약.. .. 그를 처음 만나 의뢰가 자신에게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 만약.. 그가 다시 자신을 찾지만 않았어도... .. 만약..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오지만 않았어도.. .. 만약.. ... 만약... ...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들에 대한 덧없는 가정. 카일리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짭짤한 눈물이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과 뒤섞여 카일리의 가슴과 허리를 타고 다리를 따라 흘러내린다. 그리고 거품과 뒤섞여 소용돌이를 그리며 배수구를 통해 빠져 나간다. ... ... 하지만 주체할 수 없이 뒤흔들려 버린 감정은.. 배수구를 찾지 못해.. ... .. 그대로 앙금으로. 가라앉아 . 갈. 뿐이다. 63. Dark And Grey --------------- by Kid Rock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샤워기 아래 서 있었는지 몰랐다. 카일리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카일리의 샤워송" 테입은 한 면을 훌쩍 다 감아 더 이상 플레이가 되지 않고 있었으며, 따뜻한 물이 만들어낸 수증기가 욕실 창이며 거울을 뿌옇게 물들이고 있었다. 카일리가 손을 뻗어 힘겹게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나. 힘겹다. "하아... ... "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샤워부스를 열고 나오자 차가운 한기가 몸을 감쌌다. 머리카락에서 차가운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가운으로 몸을 감쌌다. 거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뿌옇게 김이 서려버린 거울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거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물건들이 카일리의 눈을 끌었다. 이안의. 발작적으로 이안의 짐상자를 끄집어내 그가 쓰던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 놓으며 보낸 오전.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전이었다. ... ... 가만히 손으로... ... 이안의 쉐이빙 브러쉬를 쓸어보다 쓴 웃음을 지으며 욕실문을 나섰다. "하아... ... " 쇼파에 나른하게 몸을 던진다. ... ... 무엇을... 무엇을 해야할지 이제 몰랐다. 이안의 신문사에는 벌써 아침에만 여덟번 전화를 걸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치도 않게 경찰서에 실종신고 전화까지 해 보았지만--물론 실종자 처리는 한달 후에나 가능하다는, '실종'이 아니라 '가출'신고가 되었다는 퉁명스런 대답을 듣긴 했지만--... ... 더 이상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안의 집, 이안의 가족, 이안의 친구... ... 이안에 대해 자신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당신... .. 당신 누구야... ... ? ... ... .. 누군데 내 인생을 이렇게 헝클어놔... ....? 눈을 감았다. 막막한 암흑이... ... 카일리를 감쌌다. =-=-=-=-=-=-=-=-=-=-=-=-=-=-=-=-=-=-=-=-=-=-=-=-=-=-=-= 컴백홈!!!!!!!!!!!!! 이라고 멋지게--이왕이면 쌔끈한 댄스 스텝이라도 밟으면서-- 외치고 싶지만 실상은 ... .. 쿨럭.. -ㅅ- 지금 현재 몸 상태가 매우 나쁜 관계로, 즐거운 인사는 다음에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馬脚 어제 정오경 다시 한국땅을 밟았노라고 신고만 드립니다. 집에 짐을 던져놓자 마자 어기적어기적 병원으로 기어들어 갔기 때문에 어제는 글을 쓸 여유도 볼 여유도 없었더이다... .. 여러분... 돌을 내려 놓으시고.. 용서를.. -ㅅ- 근자에 보기드문 터푸한 출장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하여 돌아왔지만 여러분들 다시 스크린 상으로 뵙게 되어서 즐거운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몸을 봐가면서 출장얘기, 팀장 얘기는 차후에 풀기로 하겠습니다. 일단은 지금까지 기다려 주신 분들 모두 .. .. 어떤 이유로든 불성실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참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제게 글 남겨 주신 분들께는 제가 약조드린 대로 사각사각 피드백 드리오리다. 절대 잊지는 않을테니.. 혹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시고.. .. 하아.. .. 馬脚답지 않은 시리어스 모드의 꼬랑쥐글이올시다. 이번 주말동안 몸도 마음도 추스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완결도 얼마남지 않았으니 .. .. 곧 다시 뵙지요. 꾸벅. 참, 풍류여아 馬脚의 현 심경을 노래한 시 한수 드리리... .. 겔겔겔. (역시 난 성격상 시리어스가 잘 안 되는 게야.. -ㅅ-;;; 쿨럭.) 몰골초췌 불초馬脚 출장에서 돌아오니 산천만은 유구한데 인걸일랑 간데없네 개삭아지 우리팀장 여름휴가 날르셨네 가지마오 가지마오 날바리고 가지마오 버림받은 이내몸이 해소기침 작열하니 오한발열 내꼬라지 마피아도 외면하네 출장보고 혼자하니 이내마음 신산하네 업무지시 이메일만 정표처럼 쌓여가네 빈탄으로 가시엇나 푸켓으로 가시엇나 병든조수 바려두고 혼자가니 좋더이까 억울하오 분통하오 이내처지 처량하오 조신처자 대굴빡에 쌍십자가 그려지오 임포저주 무모저주 두렵지도 않더이까 똥침이오 똥침이오 돌아오면 똥침이오 기름발라 선탠하오 그엉뎅이 선탠하오 돌아온날 그날부로 필살똥침 찌르리다 그후장이 움찔해도 가차없이 후비리다 살려달라 아우성도 귓전으로 흘리리다 사정없이 가격하여 치질항문 만들리오 배신때린 그대몸에 피의교훈 남기리다 64. Save Me --------------- by Aimee Mann 그때였다. "따르릉..." 눈을 감고 있던 카일리가 눈을 번쩍 떴다. 가만히 전화기를 노려 보았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벌떡 몸을 일으켜 전화기 앞으로 걸어갔다. 수화기를 집어들려던 손이 순간 멈칫한다. 신호는 아직... ... 7번 밖에 울리지 않았다. ... ... "따르릉" 흠칫, 다시 한번 전화벨이 큰소리로 울리자 카일리는 무언가에 놀라기라도 한 듯 몸을 떨었다. 혹시... ... 혹시... "따르릉, 따르릉..." 재촉하듯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보는 카일리의 얼굴에 안타까운 기색이 어렸다. "따르릉" "여보세요!" 15번째 벨이 울리기가 무섭게 카일리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치고 있었다. "네에... ... ... " 카일리의 목소리에서 순식간에 힘이 빠져 나갔다. ".. 유니스... ... 네, 카일리예요." "까르르르르르, 카일리, 집에 있었구나! 혹시 유진이랑 사랑이라도 나누다 받은 거 아냐? 내가 방해한 거야? 까르르" 명랑한 유니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5번 이상 안받으면 끊어버리려고 했어! 까르르르르. 이게 마지막이다, 하고 벨을 세고 있는데 카일리가 받았지 뭐야, 까르르르르르." "아.. ..." 카일리의 입에서 맥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이내 ... 손가락 끝이 따끔따끔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 혹시... 이안이 걸었다가.. ... 15번 벨이 울리기 전에 누가 전화를 받으면.. .. 잘 못 건줄 알까봐... 혹시 그럴까봐... ...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 .. 할 수 없었다. ... ... 그리고... ... 전화를 받는 것이 무서웠다는 얘기... .. ... ... 할 수 없었다... .. 그랬다. "... ... ... " 어색한 침묵이 몇 초간 지속되었다. 카일리도, 유니스도 말이 없다. 마치 서로가 무슨 말인가를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카일리... ... 무슨 일. ... . 있는거지?" 유니스의 조그만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왔다. "아.. ... ... " 무슨 일... .. 그래, '무슨 일'이다. 유진은 떠나가고, 이안은... ... ... "이안이.. ... .. 죽었을지도 모른대요." 생각할 틈도 없이 툭하고 말이 내뱉아 졌다. 말을 꺼내자 마자 곧바로 후회하게 되는.. ... .. 그런 종류의.. .. 불길한 말이다. "카일리." 뜬금없는 카일리의 얘기에 놀랐을 법도 하건만 유니스의 따뜻한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 ... ..."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네... .. 라는 간단한 대답도 할 수 없을 만큼. "카일리, 지금 나, 가도 돼?" 유진과 함께 있는가... .. 따위 이제 유니스는 묻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자신이 카일리에게로 와도 좋냐고 물었다. 카일리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리의 아파트 위치... ..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겠어?" 말도 없이.. .. 고개를 끄덕였을 뿐인데 긍정의 공기가 전화선을 통해 유니스에게 전해진 것인지. 카일리는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어 자신의 아파트의 위치를 유니스에게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가 나와주어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유니스는 알았다고... ... ,그말만 남긴채 전화를 끊었다. 이어 뚜-뚜-뚜 하는 신호음만이 남았다. 카일리는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무 것도.. ... 더이상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해 이제... ... 유니스가 뭔가 생각해주러 올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왠지 모를 안도감에 카일리는 소파로 걸어가 조그맣게 몸을 움츠리고 앉았다. 멍하니 무릎에다 턱을 올려 놓은 채 가만히... ...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일리... ... 카일리.. ... " 깜박.. .. 잠이 들었었나 보다. 잠결에 누군가가.. ... 걱정스런 목소리가 자신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 따스한 손길이 자신의 머리칼을 만져오는 것 같다고 느낀 순간. 카일리는 눈을 떴다. 눈앞에, 아마도 잠이 덜 깬 이유에서겠지만, 기묘한 시각적 불균형감을 주는.. .. 유니스의 얼굴이 보였다. "아.. ... 유니스."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문이 열려 있길래." 유니스가 생긋. 하고 웃음을 지어 주었다. ... ... 문을 잠글 정신조차 없었던 것이리라... .. 지금까지 스무해를 넘게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들보다 더 많은, 더 강렬한 감정들에 침범당한 요 며칠간이었으므로. "후~. 날씨가 굉장히 쌀쌀한데? 뭐 마실 것 좀 주지 않을래?" 유니스의 목에는 바로 어제 카일리가 선물한 카멜색 머플러가 둘러져 있었다. 남의 집에 와서 ... .. 마치 자신의 집인양 편안하게 행동해 주는 그녀가.. .. 고마웠다. "커피? 코코아? 홍차?" "코코아 줄래?" 덜그럭 거리며 컵을 꺼내고, 코코아 가루에 뜨겁게 데운 우유를 부어가는 동안 심장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날뛰던 감정들도 얌전해져 간다. "왜... .. 아무 것도 묻지 않아요?" 뜨거운 코코아를 후후 불어가며 마시고 있는 유니스를 향해 카일리가 목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쓱. 유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 ...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아 갔다. "크로이첼이.. ... 취재 중에 행방불명이래요... ... " "... ... ..." 놀라지도 않는 유니스의 눈동자가 재촉하듯 카일리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카일리 자신이 놀랄 지경이었다. 이안의 아파트에 전화했었던 일이며, 신문사과 경찰서에서 들었던 말들을.. .. 침착하고.. .. 소상하게 유니스에게 옮겨 주었다. 유니스는 듣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일 외에는 아무런 말이나 표정의 변화도 없이 카일리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 유진이 떠나간 밤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말을 하는 동안 조금 심장이 욱씬욱씬해 왔지만 더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 .. 또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말을 했다. "나.. ...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 크로이첼을 ... .. 좋아하나 봐요." 유니스가 뚫어지게 카일리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카일리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바보 자식" 유니스의 입에서 툭하고 던져진 말이었다. "네?" 카일리의 벙찐 표정. "이안, 이 바보 자식! 뭐야? 고생고생해서 온실문을 열어 놓고는.. .. 열린 줄도 모르고 어디 처박힌 거야? 병신같은 놈!!!" 유니스가 입을 비죽거리며 카일리의 입에서 참지 못하고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푸훗." "하여간! 머리 나쁜 놈들이란!" "바보 자식... .. " 카일리도 조그맣게 내뱉아 보았다. 왠지 ... ..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 "그렇지?" "푸훗... .. 네.. .. 바보. 이안 크로이첼 바보 자식" "머저리." "병신." "병신 스토커." "병신 변태 스토커." "머리나쁜 병신 변태 스토커." "머리나쁜 병신 변태 진드기 스토커." "킥" 카일리의 긴 욕설에 유니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훗." 카일리도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짧은 웃음을 뱉어냈다. 머리나쁜 병신 변태 진드기 스토커. 한참을 그렇게 둘이서 킥킥대다 문득 유니스의 손이 카일리의 머리칼을 쓱쓱 -하고 문질러 왔다. 마치 유진이 그랬던 것처럼. "걱정마, 카일리. 원래.. .. 미움받는 놈들은 잘 죽지 않는 법이야." "... ... ..." "이안이란 놈 말이지, 그래 뵈도 그런 일에 있어선 베테랑이니까 말이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멀쩡하게... .. ,아니 멀쩡하게는 아니군... ... ,까르르르르르 , 하여간 살아 돌아온 놈인걸. 사람을 걱정시켜 놓고는 나중에 하여간 멀쩡한 얼굴로 "여어~" 이러면서 기어들어 온다구. 이번에도 그럴 테니까. 카일리, 걱정하지마." ".. ...누,누가 걱정 따윌... ...!" 눈에 고여있던 눈물을 슬쩍 훔치며 카일리가 말했다. 젠장, 쪽팔리게 흘러내리는 눈물이라니. "까르르. 그래, 그래야 카일리 답지!" 그제서야 유니스의 입에서 익숙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일리도 살짝 입술을 들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65. Witch Doctor --------------- by Cartoons "이안.. ... 원래 그렇게 위험한 일들을 하고 다니는.. .. 건가요?" 카일리가 물었다. 지금까지.. ... 이안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도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안은 카일리가 화를 낼 정도로 카일리의 모든 것에 대해 안달을 내며 알고 싶어 했지만... .. 카일리 자신은 그저.. .. 덤덤하게. 그저. 보통의 기자이겠거니.. ..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녀석의 일 따위.. ... ..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자신은.. .. 이안에 대해.. .. ... 아무것도.. .. 아는 것이 없었다. "... ... .. 아무래도 부모님의 일이 계기가 된 거겠지." "부모님의 일... .. ? ... .. 이안의.. ...?" "모르는 거였니?" 끄덕. 자신은.. .. 이안에 대해... .. 아무 것도... ... 아무 것도... .. 아는 것이 없다. "그렇구나.. ... 말하지 않은 거구나, 그 바보 자식이." "... ... 말하기... 곤란한 건가요... ?" "아니,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걸, 뭐." "... ... ..." "이안의 부모님, 테러를 당해 돌아가셨어." "... ... ... 언... 제..?" ".. ... 이안이 아홉 살 때... .. 나도 이안과 알게 되고 나서 들은 사실이지만." "... ... ... " "담배... .. 피워도 돼?" 유니스가 물었다. 끄덕. 유니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담배 한 개피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이내 푸른 빛 담배 연기가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 ... 원한 ... .. 같은... .. 것?" 카일리가 입을 열었다. "글쎄... ... 원한... .. 그럴 수도 있겠지... .. 원한... .. 증오... ... 아니, 음모와 시기.. .. 뭐, 어떤 말로 표현해도 본질은 같은 것이겠지.. .. 더러운 거야." "... ... ..."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이유가... ... 엄청 하잘 것 없는 거야. 알고 보면... ... 참... 우습게도." ".... .... ...." "이안의 어머니가.. .. 그러니까... . 당시에 꽤 유명하셨던 종교학자이셨거든. 그러데 ... 그녀가 발표한 꽤 획기적인 논문 하나가 회고 과격파 중 하나의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야... ... " "... ... ... " " 후... ... 자세한 정황이나, 그 논문이 어떤 거였는지는.. 나도 잘 몰라. 이안은. 알고 있겠지. 아마.. .. 하여간 그녀의 논문은 꽤나 급진적인 데가 있어 학계에서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던 모양이고.. ... 그러다.. ... 테러를 당한 거지.." "... ... ..." ",... ... 후... .. 총에 먼저 맞고.. .. 집에 불을 질렀어." "두분... 다....?" "응. 불행인지.. 다행인지, 함께 정원에서 ... .. 차를 마시고 계셨다는 거야... .. 함께." "... ... 이... 안은... ..?" "후-... ..." 두번째의 담배에 불이 붙여진다. "아홉살 꼬맹이가.. .. 여름 캠프에서 돌아오는데.. 교외의 집으로 돌아오는데.. .. 집에서 불길이... 치솟더래." "아.. ..." "어땠겠어... ? 겁에 질려 부모를 부르는데.. .. 그 눈에 총에 맞아 쓰러진 부모가.. ..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어 있더라면." "... ... ..."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 심장이 아려온다. "그런데.. .. .. 정말.. .. 고약한 건.. .. 후... " "... ... ..." "그.. .. 바보자식이 ... .. 카메라를 ... 목에 걸고 있었던 거야... .. 그렇게 ... 집... .. 건너편에 차를 대고... 집이 불타는 걸.. 부모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던. .. .. 복면을.. .. 녀석이. 찍어 버린거지... " "... .. 아... ... ..." "... .. 집이 불타가고.. .. 발밑에선 부모가 빳빳하게 굳어 있는데, 테이블 뒤에 숨어서.. .. 미친 듯이.. .그 자동차 번호를 찍고.. .. 복면을 찍고... .. 셔터를 눌러댄 거야.. ... .. 상상할 수 있겠어?" 카일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 "후.. 나도... .. 어린애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 .. 믿을 수 없지만.. .. 하여간. 저 .. 바보자식은.. .. 평생 그렇게 응어리질 짓을 한 거겠지. 차라리.. .. 어린애답게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 부모를 끌어안고 엉엉 울어버리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 ... ..." 몰랐다... .. 항상 밝기만 한 놈이라. 아무에게나 뻔뻔스럽게 덥썩덥썩 안기는 놈이라.. .. 지극히... 밝고.. 평범한.. .. 부모님 밑에서.. .. 사랑을 듬뿍 받으며. . .. 자란 줄로만.. .. 알았다. 그러니까.. ... 이안이 침대 맡에 놓은.. 사진첩에서.. .. 저렇게 .. .질투가 날 정도로 밝게 웃고 있는 세 가족은.. ... 붕괴되어 버리고.. .. 없는 .. .. 것이다. 어린 이안의 눈 앞에서. "꽤... .그 일대가 시끌시끌했던 모양이야.. ... 후.. .. 더럽지. 그깟, 논문 하나가 뭔데.. ... 덧없는 학문적 가설 하나 때문에.. .. 사람들은 다른 생명을 무참하게... .. 죽여. 그런데.. 더 웃긴 건... 무슨 일인지.. .. 그 일이.. .. 단순한 강도 사건으로 발표가 된거야. 집을 털다가 우발적으로 집주인을 죽이고.. ..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는 식이지.. " 유니스의 얼굴에 쓴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부터라고 해. 이안이 그렇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려 한 건. 꽤나 큰 증거물이지." "그래서.. ..." "결국.. .. 잡았어. 그 살인범들. 첨엔 어린애가 찍은 초점도 흐린 사진에다, 목격자도 이안 뿐이니 증거 불충분이니 뭐니 했던 모양이지만.. .. 첨엔 이안의 사진, 증거물로 받아들여 지지 않았어." "... .. 그럼... ?" "5년, ... 5년이야. 이안이, 증거 자료를 모으고, 사람들과 함께 법정 투쟁을 하고.. .. 그 사진이 증거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 5년이 걸렸어." "... ... .." "그동안 이안에게도 협박이 들어왔고.. .. 이안을 거두어 주신 이안의 할아버지께도 그랬고.. ..." "... ... ..." "결국은.. .. 이안이.. .. 이긴거야. 바보자식.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기면서.. .그 어릴 적의 사진 몇장을 껴안고.. . .그렇게.. 싸워 온거야." ".. .. ...." "지독한 녀석.... 내가 녀석을 첨 만난 때는.. .. 결국.. .. 그렇게 그 사건이 종결된 직후, 이안의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에게로 이안을 휴가 보내신 때였어." "... ... ..." "할아버지한테. 친구의 손자가, 부모를 사고로 잃은 애가, 온다는 말에,... .. 정말? 그러면서.. .. 내가 뭔가 위로가 되줘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 .. 샤워하는 사진... .." "아앗! 그래! 난 말이야, 아주 갸날프고.. 우수에 찬 소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쳇! 그게 아주.. .. 뻣뻣하고, 또 뻔뻔스럽고, 유들유들하고, 심술궂은 자식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난 거 있지? 까르르르르" ".. ... 큭." 목에 가시가 낀 것처럼 웃음이 깔깔하다. "그때, 그 사진을 찍힌 후로 코 꿴거야." "푸훗." "킥... 까르르르르르. 참... 말하고 보니... 사람이 다른 생명을 죽이는 데는 아주 하찮은 이유라도 충분한 거야. 생각해 보니.. .나도 이안을 죽이고 싶어한 걸! 까르르르르." ".. 풋.. 전갈로." "응. 전갈로." "... ... ..." 생각해 보니.. ..카일리 자신도 이안을 죽이고 싶어했었다. 그날, 이안을 두번째 만난 날.. .. 인간은. 하찮은.. .. 이유로 다른 생명을. 죽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였을까? 이안이 그런 일들에 집착하기 시작한 건. 그러니까, 내전이니, 테러니, 마약이니, 밀매니.. .. 그런 것들에서 진실을 밝혀내면서. 이안은... .. 부모님의 일을 떠올리는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면서?" "언젠가... .. 그런 말을 하더군. 자신이 찍은 사진 하나가, 기사 한 줄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을 도울 거라고. 그 사람들한테 한을 지울 일들을, 그 가능성을 하나 없애주는 거라고." ".. .... ....." "바보 자식!그렇다고 자기 생명을 담보로 그 지랄을 떨게 뭐야!" ".. ... ..." "의뭉스런 놈." "... ... 맞아요." 이안 규탄대회. "후훗." 그렇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열을 내며 이안을 규탄하던 유니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너.. ..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기 전에.. .. 그러니까 이안의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이안의 꿈이 뭐였는지 알아?" "이안의 꿈?" 글쎄.. .. '이안=기자'의 등식 외에는. 아무 것도 이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 느껴지는 걸. 아니.. 참, 하나 있군. '이안=스토커'. 푸훗. "뭐였는데요?" ... ... 의사나.. .. 변호사....? 아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걸. 평범한 소년들처럼.. .. 운동선수... ..? 아니, 그 변태기자의 꿈이 평범했을 리 없고... .. 대통령이나.. ... 수상 같은 거였을까...? "밀교의 교주." "에... 에엣?" 하지만... ..밀교의 교주라니! ... .. 쯧.. .. 어울린다. "쬐그만 녀석이. 한다는 소리가. 온통 여자 신도들로 구성된 밀교의 교주가 되고 싶었다는 거야." "푸... .. 푸훗. 푸하하하하하하핫" "까르르르르르르." "미친... ." "그렇지? 크로이첼다와." 끄덕끄덕. 정말.. 이안 크로이첼 다운 발상이다. 밀교의 교주가 되고 싶었던, 지금은 변태기자가 되어버린 소년. 오랜만에. 밝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66. Five Minutes --------------- by Lil' Mo "5분 후야." 유니스가 말했다. "5분 후... ... " .. .. 5분 후면 숨막힌 크리스마스의 이브가 지나가고, 그 축제의 날이 시작된다. 카일리가 고개를 돌려 거실을 바라보았다. 알딸딸하게 술이 오른 유니스가 소파에 드러누워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저녁 나절 내내. 카일리는 이안에 대한 질문을 천가지 정도 유니스에게 퍼부었던 것 같다. ... . 그리고, 다시 확인 받았다. 자신은. 정말로. 이안. 크로이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뚫어져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노려보며 이안에 대해 알아갔다. 카일리가 뭔가를 물을 때마다 유니스는 위스키를 한 모금씩 들이키고, 담배연기를 한번 뿜어내고, 그리고 카일리의 물음에 자신이 아는 것만큼 대답해 주었다. ... .... 그녀도... .불안했음에... ... 틀림없었다. 애써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을 외면하면서.. .. 그렇게 두 사람의 시간이 흘러갔다. 방안에 가득 담배연기가 쌓이고, 빈 술병이 하나둘 유니스의 주위에 놓여간다. 숨막힌. 축제의. 전야가. 그렇게. 저물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일리." 잠시후 유니스가 비틀대며 일어나 카일리의 뺨에 입맞추며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일리도 유니스에게 말을 한다. 메리.. .... 크리스마스... ..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이안!" 유니스가 이제는 비어버린 술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녀의 눈가가 약간 젖어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축제의 날이 밝았다. 67. Thank You --------------- by Dido "정말.. ... 혼자서.. .. 괜찮겠어?" 유니스의 걱정스런 얼굴이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끄덕. 카일리의 창백한 얼굴이 5 센티미터 정도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다. 알고 있었다. .... .. 사실은. 결국은... .. 혼자서 기다려야 한다는... .. 것. 기다림은, 카일리. 자신의. 몫. 이안을 사랑하는 한. "고마웠어요, 유니스." 카일리의 손이 유니스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유니스. 설사.. .. 이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나에게... ...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 당신에게.. .. 고마워요. 유니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듯 살짝 웃으며 다시 다가왔다. "힘내, 카일리. 이안은... .. 꼭 돌아올 테니까... ..독하고 질긴 놈이라.. 우릴 괴롭히려고, 분명히.. 돌아와. 나... 믿지?... .. 이안은 안 믿어도.. 유니스는 믿지?" 자근자근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끄덕. 카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스의 목소리에 묻어있는 불안을 못들은 척 .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요. 믿고. 싶어. "카일리?" 현관문을 열며 유니스가 마지막으로 카일리를 불렀다. "네?" 거실에 우두커니 선 채 카일리가 유니스를 바라본다. "저기.. .. 울고 있으면.. .. 그 산탄가 뭔간 하는 영감이 선물을 안 갖다 준대. 용렬한 영감쟁이. 하여간.. .. 카일리... 선물 받고 싶으면.. . 좀.. .자둬." 이런 순간에 조차.. .. 그런 말을 해주는 그녀가 고마워 카일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잘자. 카일리. 햇살 가득한 온실." 유니스가 중얼거리며 문을 닫았다. 유니스가 문을 닫자, 카일리는 창문을 열었다. 거실 가득 자욱한 담배연기가 자꾸만 눈을 자극해 왔다. "아.. .." 창문을 열던 카일리가 얼어 붙은 듯 창가에 붙어서 탄성을 터뜨렸다. 하얀. 눈송이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하늘 가볍게 날리는 하얀. 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순간. 심장이 욱씬욱씬 쓰려왔다. 눈가가 따끔따끔 아린다. 여어~. sunshine이 얼굴을 찌푸리다니.. .. 화아트 크리스마스가 되겠는걸.. 하고 느물거리던 이안의 얼굴이 생각났다. 문득. 저. 아래 쌓여 있는 눈들이 무척 폭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 .. 저곳으로 ... .뛰어내린대도. 조금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아... .. "씨발." 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카일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 울면 안된다. 눈물이 흐르면... .. 안된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주신대. 자신이 지금 너무나 받고 싶은 선물은. 저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너무나 보고 싶은 것은. 울어서 팅팅 불어버린 자신을 놀려줄. 그 느물느물한. 이안의 얼굴이니까. 울면. 안된다. 창밖에서. 눈이. 소리없이. 무식하게. 무식하게. 내려와 쌓인다. 크리스마스. 그 축제의 날. 새벽이다. 67.5. Smow Flake --------------- by Chris Rock ... ... 없다. ... ... 혹시나... 하고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눈을 크리스마스 트리 쪽으로 옮겼지만.. .. 이안은 없다. 어디에도, 자신의 침대 반쪽에도, 욕실에도, 집안 어디에도 ... 이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크흣. 조소가 새어 나왔다 . 뭘... ... 기대했던 거냐. 설마, 어린애처럼. 그렇게 동화처럼 잠에서 깨어나면 이안이. 그곳에 서 있으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정신차려, 카일리 워. 이성을 찾으라구. 이제 그만.. .. 이제. 그만해. 이안은. 날. 떠났어. 아니. 내가 보냈잖아. 그런데... . 왜... 이렇게 바보처럼. 구는거야. 왜?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눈에 덮여버린 하얀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안만 있었다면... .. 완벽한 세상. 완벽한 크리스마스. 불현듯 고개를 돌려 자신이 방금 나온 침대를 바라보았다. 왼쪽 절반만이 흐트러진 침대. 침대를 툭툭 두드려 시트를 판판하게 폈다. 손으로 시트를 쓸어, 천천히 주름을 없앤다. 결국... .. 다시.. .예전으로, 카일리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솟구쳐 나오는 눈물과, 미친 듯이 쑤셔대는 심장. 뿐이다. 68. Finally --------------- by Blackstreet "자... 이제, 뭐가 녹화됐는지 볼까? 뭐, 결국 결론은 하나겠지만 말이야." 큭큭큭. 하는 웃음소리가 사내의 목울대를 울리며 낮게 비어져 나왔다. 어두컴컴한 시멘트 건물 안이었다. 불빛이라고는 없는 방안에서 촤르르르르-하는 소리를 내며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 화면의 맞은 편에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음... ... "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사내의 입에서 짙은 불만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한동안. 오래. 스크린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안의 손바닥에서 땀이 배어나왔지만, 이미 그것을 닦을 겨를 따위는 없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스크린의 화면이 사라졌다. 완전한 암흑 속에서 다시 한번. 큭큭큭.. 하는 기분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빨간 담배불이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 ... .. 결국.. 결정적인 장면은 다 찍혔군." 후우.. .. 탄식같은 한숨이 이안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여기까지 본 이상. 게임오버. 상황종료다. 아아... 카일리. 결국은. 이렇게... .... =-=-=-=-=-=-=-=-=-=-=-=-=-=-=-=-=-=-=-=-=-=-=-=-=-=-=-=-=-=-=-=-=- 아직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는 제정신? -ㅅ-) 꼬랑쥐글은 쉽니다. 참고로 팀장과의 결전은 아직입니다.. .. 69.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 by Mariah Carey "이안, 바보자식." 소파에 반쯤 누워있는 카일리의 눈이 여전히 창밖에서 흩날리고 있는 눈송이를 좇으며 말했다. 하루 종일... ..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이안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혹시나 이안에 관련된 뉴스라도 나올까 싶어 TV를 들여다 보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창 밖에서 울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카일리의 마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결국, 산타에게 선물을 받기에는... .. 너무 늙어 버린 나이인 건가... ... ... .. 아니면, 충분히 착한 아이가 아니었거나. 카일리의 입에서 쓴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 제발. 아무 탈없이 살아 오게만 해달라고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또 그 반짝거리는 전구의 트리를 바라보다 울컥하는 마음에 코드를 뽑아 집어던져 버린 후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제기랄... .그래서 싫었던 거야. 이안 크로이첼. 그래서 싫었던 거라구. 인체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물을 만들어 내는. 모양이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주신대. He's making a list He's checking it twice He's gonna find out Who's naughty or nice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뺨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안은 채 카일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까마득한 어둠이다.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So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꿈에서. 부드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은 손바닥의 온기를 느꼈다... .. 고 생각했다. "핫" 카일리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없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큭... .. 큭큭큭큭큭... .."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점점 끅끅거리는 울음소리로 변해 간다. 절망감이 뻥하니 뚫린 가슴 속을 관통한다. The kids in girl and boyland Will have a jubilee They're gonna build a toyland All around the Christmas tree "바보 자식... .. 흑... .. 죽여.. 버릴거야... .. 씨.. .. 돌아만 오면.. .. 죽여 버릴.. 거야... .. 흐윽." 카일리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So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씨... .. 발... .. 죽어... .." 눈물이 고인 눈에 뿌옇게.. 저멀리 깜박이는.. .. 크리스마스.. .. 트리의 불빛이 ... .. .. 보인다... 뿌옇게. 깜박거리는... .... ? 가만! 아까 분명히. 전구의 코드를 뽑지 않았던가?! "여어~. 너무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죽이다니!" 등뒤에서.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박동치기 시작한다. 씨발. 이제. 완전히 미쳐버렸나 보다. 환청까지 들리는 걸 보니.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입이 벌어진다. 그곳에. 이안이. 서. 있었다. Santa Claus is comin' Santa Claus is comin'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듯 가운으로 몸을 감싼 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수건을 덮어쓴 채, 이안이 천천히 팔을 벌렸다. 약간은 마른 얼굴. 여전히 고른 이빨을 내보이는 그 웃음. 카일리의 몸이 휘청하는가 하더니, 급하게 이안 쪽으로 발을 옮겼다. 뛰다시피 몸을 움직여. 환하게. 웃고 있는. 이안의. 면상을. 갈긴다. "철썩." 카일리의 손바닥이 매섭게 이안의 뺨을 때렸다. ".. ..개새끼... .." 카일리의 입술이 바르르 떨리며, 카일리의 충혈된 눈이 이안을 죽일 듯 노려 보았다. 이안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카일리의 손이 다시 이안의 복부를 가격했다. "이 씨발 새끼, 죽어버리지 그랬어! 맘대로 그렇게 사라질 거면.. .. 나쁜 놈.. . 왜 돌아 온 거야! 죽어 버리지.. .. 그랬어!" 지금까지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해 온 것과는 정반대의 말이.. .. 입밖으로 튀어 나간다. "변태자식.. .. 왜 돌아.. .. 온거야.. .. 흐으윽... " 결국은 앙다문 입술 새로 그렇게 참아 왔던 울음이 새어 나오고야 만다. "나.. .. 걱정한 거야?" 카일리의 주먹을 그대로 맞고 있던 이안의 입가에 서서히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 .. 낮은 목소리가 카일리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미친 놈... .. 무슨... ... 흐윽... .. 개소리야... .. 누,누가.. 당신 따위.." 카일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안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어 왔기 때문에. 이안의 손이 단단히 카일리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카일리가 이안의 가슴을 밀쳐 내는가 하더니, 이안이 집요하게 입술을 요구하자 이안의 목을 격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두개의 혀와 혀가. 두개의 영혼과 영혼이. 만났다. 뜨겁게 서로를 갈구하고 있었다. 숨을... .. 앗아가는... ..키스가 계속되었다. 이안도, 카일리도 상대방의 입술을, 숨결을, 미치도록 탐하고, 또 탐했다. 카일리의 눈물이 이안의 입속에서 짭짤하게 감돌았다. 카일리의 손바닥에 터진 이안의 입술을 통해 비릿한 피내음이 났다. 상관. 없었다. "하아..." 둘의 입술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안의 입술이 먼저. 호를 그리기 시작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sunshine." 철썩. 카일리의 손바닥이 다시 이안을 향해 날아갔다. 카일리가 붉어진 얼굴로 훽하고 몸을 돌렸다. "sunshine이라고 부르지 말랬죠? 그리고.. .. 왜.. .. 제 ... 바디 클린저 쓴 겁니까? 크로이첼씨, 당신 건 저기 새로 사다 놨잖아요! " 되돌아 서는 카일리의 젖은 눈가. 약간 치켜 올라간 입술. 정말.. .. 싫은... . 동거인이군. "메리 크리스마스, 나쁜 녀석!" "여어~. 너무해. 아욱... ..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큭~" 아프겠지. 에이전트 매뉴얼에 나와 있는 급소만 때렸는데. 큭.. ..큭큭... 고것 쌤통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결국.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 ... =-=-=-=-=-=-=-=-=-=-=-=-=-=-=-=-=-=-=-=-=-=-=-=-=-=-=-=- BGM: 뺨뺨 뺨빠라뺨~ 어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馬脚 대 팀장, 팀장 대 馬脚, 세기의 대결이 열리고 있는 xxxx입니다. "아아, 馬脚 선수, 마치 오늘을 기다려 왔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소 있군요. 네에~" "저 손가락을 보십시오. 날렵하지 않습니까? 마치 오늘을 위해 준비했다는 듯 힘이 넘치는 군요." "그에 비해, 팀장선수... ..아, 굉장히 불리한 복장입니다. 오늘 무슨 공격을 받게 될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군요" "그렇죠, 저런 헐렁한 면바지야 말로 필살똥침공격을 당했을 때 가장 위험한 복장이죠." "아, 순간 馬脚 선수, 회심의 미소를 짓는군요. 저 복장을 본 순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하군요." "네에~, 馬脚 선수 다년간의 프로똥침선수로 활동해 오면서 상대방의 복장 분석에 관한 한은 철저하죠. 제가 듣기로는 馬脚선수가 아마추어였을 때 꼭끼는 청바지를 입은 상대선수를 공격하다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슬픈 일이죠. 청바지는 힙합바지가 아닐 경우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죠. 손가락이 구부러져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앗! 말을 하는 순간 馬脚선수, 팀장선수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얍삽한 미소로 본심을 숨기고 휴가는 좋았냐고 묻고 있군요." "아.. 팀장선수 또 실수하네요. 휴가가 좋았다니.. .. 馬脚선수의 전의를 불태우는 결과를 놓고 말았군요." "馬脚선수..아아.. .. 주머니 속에서 볼펜을 만지작 거리는 데요?" "하지만, 오늘 馬脚선수가 볼펜이나 이쑤시게, 소세지 같은 변칙적인 도구를 사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봅니다만.. ... "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일단 오늘 馬脚선수의 주변에 소세지가 없구요, 에...또.. .. 예리한 적중과 피똥침자의 심리적인 당혹감을 조장하는 데는 손가락이 가장 좋다고 ..하는 말을 馬脚선수가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죠." "역시.. ..다년간의 똥침경력에 빛나는 프라이드로군요." "하지만, 팀장선수 역시 만만치는 않죠?" "그렇죠. 얌전한 처자인 줄로만 알았던 사원에게 틈 날 때마다 똥침을 당해서 이제는 상당히 馬脚선수를 경계하고 있죠." "듣기로는 馬脚선수와 계단을 올라갈 때는 절대로 앞서 올라가지 않는다죠?" "네에~. 계단을 올라가는 상황은 똥꼬를 그대로 적에게 노출시키는 행위이니까요. 암요, 위험하죠." "앗! 저런. 팀장선수 드디어 함정에 걸린 듯 한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馬脚선수, 두 손가락을 모아 각도를 재고 있네요." "티,팀장선수! 위험합니다. 그렇게 테이블에 손을 짚고 뒤돌아 서 있는 것은!" "아! 핑거 인! 핑거 인!입니다." "자세의 허점을 노린 깨끗한 승부입니다!" "커피를 따르려던 팀장선수,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습니다!" "아아! 아직 끝난 것이 아니죠? 馬脚선수, 아직 손가락을 뽑지 않고 있습니다." "설마 필살기를 쓰려는 것일까요?"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 겠지요." "아아.. 대단히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렇죠. 필살기라는 것은, 특히 馬脚선수의 필살기는 피똥침자 뿐만 아니라 똥침자 자신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주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네에~. 일종의 심리적인 타격이죠." "馬脚선수, 기술 들어갑니다." "핑거 인 상태에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두 검지를 벌리고 있군요." "아아. 보는 제가 고통스럽습니다." "팀장선수, 馬脚선수를 떨치기 위해 힙을 이리저리 돌려보려 합니다만. 그런 것에 떨어질 馬脚선수가 아니죠. 노련하니까요." "치질이 있는 선수가 저런 공격을 당하면 거의 기절상태에 이른다고 하죠." "馬脚선수가 한 잡지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설사병이 걸린 선수에게 하는 것이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馬脚선수, 기술적인 노련함 뿐 아니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까지! 가히 타의 모범이 될 만하군요." "아아.. 팀장선수,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저런! 소리를 지르는 군요!" "저렇게 되면 상황은 팀장선수의 완전한 패배로군요. 소리를 지름으로써 남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다니.. 선수로써는 자제해야만 하는 행위를..아아.. 이로써 馬脚선수의 승리가 굳어지는 순간이로군요." "네. 팀장선수의 패배입니다. 馬脚선수,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뽑는군요.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깊이 들어갔죠?" "그렇죠, 아직도 저 면바지가 팀장선수의 똥꼬쪽으로 깊숙히 말려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아..깨끗한 매너의 馬脚선수, 잽싸게 손을 씻으러 가는군요." "오랜만에 보는 명승부였어요." "네에.. 馬脚선수 이것으로 그동안의 한을 씻었을까요?" <여기서 馬脚선수 인터뷰> 음흣핫핫핫핫핫핫. 후.련.합.니.다!! 브이!!!! v(^ㅅ^)v 이 영광을 지금까지 성원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바칩니다.. -ㅅ-v 70. All My Loving --------------- by the Beatles 이안의 팔이 뒤에서 카일리의 허리를 둘러왔다. 향긋한 카일리의 내음을 들이킨다. "크로이첼, 엉덩이에서 손 떼십시오." 카일리의 냉정한 목소리가 떨어지는 순간 "카일리... 사랑해." 이안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 왔다. 카일리는 가만히.. .. 귀를 기울였다. ... ...... 끼이익... .거리는 회전목마 소리.. ..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그저. 두근. 주근. 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와 뜨겁게 귓전에 부딪혀 오는 이안의 숨결. 이안의 입술이 카일리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목덜미의 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키스해 갔다. 카일리는 눈을 감았다. 아아.. .. 결국은... ..이렇게... .. 이안의 손길이 급하게 카일리의 셔츠를 등뒤에서 끌어올렸다. 두근대는 이안의 심장이 카일리의 등에 그대로. 느껴졌다. 가는 목선. 날렵한 어깨. 곡선을 그리며 패인 견갑골을 따라 이안의 입술이 키스 자욱을 남기며 지나간다. "으... 으음.... .." 카일리의 감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안의 입술이 등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이안의 손길은 부드럽게 카일리의 가슴을 자극하고 있었다. "음... .하앗." 카일리의 목이 빳빳이 뒤로 젖혀졌다. 카일리의 목에서 얼굴까지 홍조가 퍼져 나갔다. "사랑해.. .. 카일리. 사랑해... " 이안의 목소리가 웅웅대며 머리 속을 울려왔다. 사랑해. 카일리의 손이. 이안의 손을 덮었다. "카일리....?" 달뜬 이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뒤돌아섰다. 가만히.. .. 이안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손을 뻗어.. ... 이안을 뺨을.. .. 만져 보았다. 샤프한.. .얼굴선. 약간은 수척해진 것도 같은... .. 까칠한 수염. 아까 자신에게 맞아 터진 입술. 카일리의 손이 천천히 이안의 턱을 따라, 이안의 목으로 내려갔다. 꿀꺽. 이안의 목울대의 움직임이 손안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이안의 가슴. 자신의 손길을 따라 팽팽하게 긴장해 가는 이안의 몸. 가운을 끈을 잡았다. 커다랗게 놀람을 드러내는 이안의 눈동자를 무시한 채 끈을 잡아당겨 풀었다. 스르륵. 가운이 이안의 몸을 타고 떨어져 내린다. 카일리의 눈이 커졌다. 이안의 몸 여기저기 나있는 상처. 설마.. .. 내가 아까 때린 걸로 이렇게 멍이 든 건 아니겠지? "이거.. .. " 카일리의 이빨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아.. .. 큭큭. 별거 아니야." 낮은 목소리가 화답하듯 울렸다. 뭐가.. .. 뭐가.. 별거 아니야? 이렇게 온몸이 엉망이잖아. 카일리가 머뭇거리다 자신의 입술을 이안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이안의 체온. 왼쪽 가슴에 커다랗게 나있는 창상 위로 입술을 갖다 댄다. 이안의 근육이 꿈틀하고 긴장하는 것이 느껴지자 카일리는 큭큭... 하고 작은 웃음을 내뱉았다. 이안의 상처를 따라 이안의 몸을 혀로 훑어 내려간다. 그리고 카일리의 작은 입술이 순식간에 이안의 분신을 입에 머금었다. "카, 카일리.. ..." 이안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카일리의 입술이 자근거리며 이안을 자극해 오자 이안의 손가락이 카일리의 머리카락을 파고 들었다. 머리 속에서 하얀 불꽃이 터지는 것 같은 기분. 이안의 손이 가만히 카일리를 일으켜 세웠다. 카일리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하아.. ... " 카일리의 입술에서 한숨같은 신음이 새어 나오며 팔이 가만히 이안의 목을 감아왔다. 천천히, 카일리의 몸을 바닥에 뉘었다. 카일리의 가슴을 따라 혀를 굴려 내리고, 카일리의 분신을 자극하고, 부드럽게.. .. 카일리의, 애널을 자극해 풀어준다. "카일리.. .. 사랑해." 쉴 새없이 카일리의 귓가에 속삭이며, 꼭 감은 카일리의 속눈썹을 들여다 보았다. 천천히, 카일리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카일리의 숨이 가빠오는 것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카일리의 몸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순간 빡빡하게 조이며 자신을 받아들이는 카일리의 몸. "사랑해... ... " 카일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카일리가. 대답대신 더 세게 이안의 등을 껴안아 왔다. 카일리의 길고, 날씬한 다리가 이안을 감아온다. "으... ... 하... ..앗... ... " 갸냘픈 신음이 이안을 자극했다. 이안은 앞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카일리의 몸에 몸을 묻고, 카일리의 부드러운 조임을 느끼고 있었다 . 움직일 때마다 몸의 상처가 아파 왔지만, 이미 그런 것에 신경 쓸 계제 따위 없었다. 카일리의 머리 속에서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온몸을 이안의 움직임에 맡기고 찌릿한 통증과 함께 온몸으로 스물스물 퍼져 나가는 쾌락에 정신을 놓았다. "하.. .. 아아.. .." 카일리의 목이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젖혀졌다. "사랑해." 중독될 것만 같은 속삭임. "이안.. .. .. " 카일리의 입에서도 작은 속삭임에 새어 나왔다. 이안의 자신의 품안에 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듯 이안의 등을 더듬어 안는다. ... ... 돌아와 줘서.. .. 고마워. 카일리의 눈꼬리에서 이유 모를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안의 까칠한 혀가 눈물을 핥는다. "사랑해. 사랑해. 카일리." 중독성이 강한. 이안의 속삭임이.. .. 아늑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sunshine" 격렬한 정사의 끝에 따라붙는 나른함 속에서, 이안이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카일리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었다. 옅은 땀내음과, 향긋한 카일리의 내음. 이마에 달라붙은 카일리의 검은 색 머리칼을 음미해 본다. 마치 꿈속의 일인 양.. .. 자신의 품에 고분고분 안겨 있는 날씬한 몸. "사랑해." 카일리의 귓가에 다시 한번 속삭여 주었다. .. .. 잠을 자고 있는 걸까.. . 라고 생각하는 순가 카일리의 피부가 귀에서부터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았다. 귀엽다. 큭. 카일리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신의 가슴에 안기는 카일리의 심장이 느껴졌다. 놓지 않아. 이.. .. 따스함.. .절대 놓지.. .. 않아. 유진이건.. 뭐건. 놓지 않는다구. 다시 한번 힘주어. 카일리를 안았다. 향긋한 내음이 좋았다. 71.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by Foghat "그래서 절더러. 지금 그 말을 믿으란 겁니까?" 카일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거실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기가 막혔다. 뭐야, 크리스마스 휴가 내내 사라져서 사람 피를 말리다 상처 투성이 몸으로 돌아온 주제에 뭐... ..?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구? 미친 자식. "늘 겪는 일이야." 한손에 와인잔을 든 채 느긋하게 다리를 꼰 이안이 말했다. 늘 겪는 일. 스스로 함정에 빠지고,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내는 일. 뭐... .. ,이번엔 수사관 나리들이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카일리의 얼굴도 못 본 채 정말로 황천길로 가 버릴 뻔 했지만 말이다. "다.. .. 다시는 그러지 .. 말아요." 이안에게서 등을 돌린 채 카일리가 말했다. "큭.. .. 카일리, 그거.. .나 걱정해 주는 거 맞지?" "무,무슨! .. . 개소리.. .. 당신 따위.. .. 죽어버리라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반박하는 카일리. 슬그머니 다가가 얼굴에 쪽하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으앗! 그렇다고 상처난 자릴 때리다니 너무 하잖아!" 이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안 크로이첼씨, 머리가 나쁘신 모양인데. 당신 설거지랑 욕실 청소 당번인 날, 없어졌었죠. 벌로 다음 달 내내. 당신이 청소하십시오. .. .. 그리고.. .. 그렇게 .. .한번만 더.. 말도 없이 . 당번인 날 없어지면.. .. .. 정말로.. . 죽여버릴 거라구욧!" 얼굴을 살짝 붉히며 카일리가 몸을 돌려 거실로 향했다. 빨강, 초록, 하양.. ..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이 반짝인다. 하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축제의 날이 끝나기 한 시간 전의 일. "메리 크리스마스, 유니스." 여느 때처럼 차임벨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인영이 유니스의 까페로 들어섰다. 유니스의 까페 내에, 코란을 독경하고 있던 일련의 그룹이 이들을 뒤돌아보았다. 새빨간 더플코트. 순식간에 눈길을 끄는 새빨간 더플코트를 입은 단발머리의 호리호리한 남자와, 그 남자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는 키 큰 은발의 남자. 그의 입술이.. .. 터져 있긴 하지만.. ..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뿌리고 있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유니스가 눈을 찡긋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눈이 기쁜 듯 반짝이는 빛을 발했다. 끄덕. 카일리의 새초롬한 얼굴이 순식간에 펴지며 작은 미소를 만들어 냈다. 이안이. 돌아왔다. 어제. 크리스마스. 축제의 날에. "하지만.. .." 유니스의 입술이 잠시 삐죽하더니. "그렇게 사라졌다 나타나면, 누가 얼씨구나, 안아줄 줄 알았어? 퍽!" 유니스의 쟁반이 이안에게서 작열했다. "으아아아앗, 유니스, 잘못했어!" 이안의 비명과, "죽어! 이 바보자식! 그 버릇 고치라고, 퍽! 그렇게 말을 했는데, 퍽!" 동시에 터져 나오는 유니스의 목소리. "아! 아앗! 상처난 자리!" "퍽! 죽어!" "악! 카, 카일리, 말려줘!" "흥, 맞아도 싸지." 카일리가 쌀쌀맞게 얼굴을 돌리자 이안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일그러진다. "까르르르르. 거봐. 주인장 허락도 받았으니.. 퍽!퍽!퍽!" 잠시후, 유니스가 숨을 고르기 위해 카일리의 옆자리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이안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꿈틀꿈틀거리고 있다. "까르르르르. 속이 시원하다." "저두요." 두 사람 사이에 공모의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끄응~. 너무해." 바닥에서 이안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카일리, 매력적인 코트야." 문득 유니스가 입을 열었다. 카일리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당연하지. 누가 고른 선물인데!" 의자 다리를 부지하고 몸을 일으키며 이안이 으쓱거렸다. "흥! 뺨에 묻은 모래나 털고 말하시지." 그런 이안을 바라보며 카일리가 톡하고 쏘아 주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전에 카일리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고 그 야단법석을 떨어대지 않았던가. 짐을 싸서 카일리의 아파트를 나갔을 때, 카일리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함께 들고 나갔던 바람에.. ... 자정이 가까운 한밤중에 그 난리를 떨며. 이안의 손에 이끌려 이안의 총알운전에 떨며 그의 아파트로 달려가지 않았던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뜯어봐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안의 고집에, 카일리 조차 덩달아 흥분하여 떨리는 손길로 포장지를 뜯었었다. 그 안에서 나온 새빨간 더플코트. "계집아이 거잖아!" 라고 입술을 깨물며 이안을 노려보던 카일리의 사나운 눈길에는 아랑곳 없이, 너무너무 잘 어울린다며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던 이안이었다. 결국 이안의 고집에 밀려, 그 더플코트에 팔을 끼고.. 그러다 결국. 그 낯선 아파트에서. 젠장.. .. 부끄럽게도. 또 사랑을 나누었다. "게다가. 후... 후후후후훗" 이안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어렸다. 쯧쯧... .. 카일리가 혀를 찼다. 저.. 바보스런 웃음이라니. "짜짠! 이걸 보라구!" 이안이 한 손을 불쑥 유니스에게 내밀었다. "어...엇?" 유니스의 동공이 커진다. 카일리의 얼굴이 약간 붉은 빛을 띠었다. "손톱 밑에 때가 끼었네! 이안, 좀 씻지 그랬어. 까르르르르르." "야아! 유니스!" 이안의 입에서 불평섞인 고함이 튀어나오자 카일리의 입술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룩실룩거렸다. 이안의 길다란 약지에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카일리의 손가락에도 같은 모양의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것은. 카일리의. 지난번 쇼핑몰에 둘이서 갔을 때. 이안이 그토록 정신을 빼앗겼던 그. 커플링. 그것이 카일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 오후에 팀장과 둘이서 똥침대결을 벌이고 있을 때, 팀장선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대고 있을때, 때마침 지나가던 사업부장님이 말했다.. .. "너흰 미쳤어!"(정우성 톤.. -ㅅ-) 72. Sun is Shining ---------------- by Bob Marley "이안, 잠깐 나 좀 도와줄래?" 주방안에서 유니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 "뭐야, 뭐?" 카일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음미하며 싱글거리던 이안의 입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양파! 써는 것 도와줘!" "싫어! 그걸 왜 내가 해! 으으앗!" 이안의 옆구리를 카일리의 손가락이 세게 찔렀다. 아프지? 상처가 있는 자리라는 거 . 다 알고 있으니까. "얼른 가요. 다시 찌르기 전에." 카일리가 얼음같은 눈길로 이안을 노려보자, 뭔가 항의를 하려던 이안이 움찔하여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궁시렁. 궁시렁 불만을 토해내며 주방으로 들어선다.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ere's just one thing I need I don't care about presents Underneath the Christmas tree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쳇, 무슨 얘길 하려고 주방으로 부른거야?" "헹~. 눈치 하나는 빨라 가지구." 유니스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안.. .. 그, 유진이라는. 카일리의 애인 궁금하지 않아?" 약올리듯 물어본다. "아니." 이안의 입에서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뭐어?" 유니스가 놀란 얼굴로 되묻는다. "궁/금/안/해." 여유있게 싱글거리는 이안의 얼굴.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ere is just one thing I need I don't care about presents Underneath the Christmas tree I don't need to hang my stocking There upon the fireplace Santa Claus won't make me happy With a toy on Christmas day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You baby.. ... "오호라~. 카일리와 유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은거야? 그렇게 여유부릴 계제가 아닐텐데?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구. 까르르르르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봤어." "어? 만난 적 있어?" "아니." "무슨 소리야?" "봤다구. 여느 때처럼." "그... .. 그럼... ." "빙고!" 끄덕. 이안이 싱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I won't ask for much this Christmas I won't even wish for snow I'm just gonna keep on waiting Underneath the mistletoe I won't make a list and send it To the North Pole for Saint Nick I won't even stay awake to Hear those magic reindeer click 'Cause I just want you here tonight Holding on to me so tight What more can I do Bab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You... "헤에.. .. ... 그랬던 거야?" 유니스의 얼굴에 그제서야 알겠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굉장히 분한 장면이 있던군. 뭐.. .죽여 버릴까 했지만. 아아~ 그 . 카일리의. 귀여운 표정이라니!" "변태!" "여어~ . 너무 하잖아!" 이안의 볼멘 항변. All the lights are shining So brightly everywhere And the sound of children's Laughter fills the air "그럼, 카일리와 애인이 재회하는 방안에 몰래 카메라나 숨기다니, 변태 짓이지 뭐야!" "뭐가 애인이얏! 카일리의 애인은 나라구! 그리고, 그 유진인가 뭔가 하는 자식! 카일리한테 거부당했어! 그러니까 카일리 애인은 나란 말이야!" 열내며 항변하는 이안. "까르르르르르. 역시 변태였어! 퍽!" "아악! 뭐야!" "몰래 카메라는 나쁜 거야!" 유니스의 팔꿈치가 이안의 눈두덩이에 가서 박힌다. And everyone is singing I hear those sleigh bells ringing Santa won't you bring me the one I really need - won't you please bring my baby to me... "까르르르르. 이안답긴 하지만 말이야. 퍽!" "아얏!" "훔쳐보기 따위 그만 하라구! 퍽!" "아야얏!" "퍽!퍽!퍽!" Oh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is is all I'm asking for I just want to see baby Standing right outside my door 잠시후 유니스가 생글생글거리며 호놀룰루 스페샬의 쟁반을 들고 주방을 걸어 나왔다. 그 뒤를 눈두덩이가 퍼렇게 부어 오르고 있는 이안이 코코아 쟁반을 든 채 따르고 있었다. Oh I just want him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큭." 카일리가 웃음을 터뜨리자 이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양파 하나도 제대로 못 썰다니.. 까르르르르. 카일리, 이안 정말 바보같지 않니?" "바보.. .큭ㅋ... 맞아도 싸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안 따위 이미 무시해 버린 두 사람이었다. Make my wish come true "그럼 유니스, 다음에 또 올게요." 카일리가 함박 미소를 지으며 유니스를 포옹했다. 삐진 얼굴의 이안은 카일리의 뒤에서 딴청을 부리며 서 있었다. Bab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까르르르르. 그런데 카일리, 전에 그것.. .. 아직 가지고 있어?" 유니스가 명랑한 웃음을 뿌린다. "그것?" "전에. 유진과 왔을 때 내가 선물한 것." "아아.. .. 그거요?.. .. .누구한테 선물 줬는데. 후훗." 카일리의 얼굴에도 기분 좋은 웃음이 떠올랐다. 유니스의 선물. You... "뭐, 뭐야! 무슨 선물!??!!!" 이안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끼어 들었다. "몰라도 돼요." "까르르르. 안 가르쳐 줘." 유니스와 카일리가 동시에 이안을 무시하며 말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뭐냐구!?!!! 설마 유진이란 놈한테 준거야?!!! 뭐야! 카일리! 나도 줘!!! " 머리칼을 쥐어 뜯는 이안.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baby... 유니스의 선물. 유진과 함께 Sand Witch's에 왔던 날. 카일리의 코트 주머니에 유니스가 슬며시 집어 넣은 사각 상자 속에는. 독을 제거한 시리아산 전갈이 들어 있었다. .. ... 그리고. 오늘 아침. UPS 급송 서비스를 통해. 그 녀석을 데인 레이필드 쥬니어에게 선물한 카일리였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baby... 카일리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어렸다. 꾸벅. 유니스에게 인사를 하고 질투에 눈이 먼 이안의 팔을 잡아당겨 멀어져 간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baby... 슬금슬금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오는 이안의 손을 탁. 쳐내며 카일리의 빨간 코트가 춤을 추듯 멀리로 사라져 간다. "아아악! 이안! '지나친 욕정은 몸에 해롭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카일리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바람을 타고 들려 온다. 마치 한점의 그림처럼 두 사람이... ..작아져 간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baby...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아아, 또 눈이로군. 까르르르르.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유니스가 명랑한 소리로 내뱉으며 까페로 들어섰다. 코란의 독경소리가 다시 시작 되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 .... you baby... 메리 크리스마스.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꾸벅. 메리 크리스마스. -ㅅ- -馬脚 ======================================================== 저도 역시 꾸벅.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을.. 그리고 馬脚님께 감상을.. 馬脚님 멜 주소는 : cloven_hoof@hanmail.net - 야스마리.